BBK 특검보 출신 변호사, 상담의뢰 여성 폭행 물의

이모 변호사 "폭행한 것 잘못했다"... 피해자 "성추행에 폭행까지" 주장

등록 2012.07.12 10:27수정 2012.07.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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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이명박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 진상규명' 특검, 일명 'BBK 특검'에서 특검보로 활동했던 한 중견 변호사가 법률상담을 의뢰한 20대 여성을 폭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취재 결과, 지난 2008년 초 BBK 특검보로 활약했던 이아무개 변호사(52)는 지난 6월 29일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유명 호텔에서 20대 여성을 폭행하다가 현행범으로 경찰에 연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이 변호사의 폭행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 

게다가 피해자는 폭행당할 당시 임신 초기(3개월 미만)였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는 "술을 마신 뒤 '호텔룸으로 가자'는 요구를 거부하자 이 변호사가 폭행하기 시작했다"며 성추행 의혹까지 제기한 상태다.  

이와 관련, 이 변호사는 "핸드폰 문제로 옥신각신하다가 생긴 일인데 정말 잘못됐다"고 폭행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호텔룸으로 가자'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고 성추행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5년 사법시험(27회)에 합격한 뒤 군법무관과 사법연수원 외래교수,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지난 2006년 줄기세포 논문조작 의혹에 휘말린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를 변호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 "핸드폰 문제 때문에" ... 피해자 "성추행 거부하자 폭행"

피해자인 A(28)씨와 이 변호사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지난 6월 28일 이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법률상담을 마친 뒤 귀가하던 A씨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신의 '강간미수사건'을 상담해주는 이 변호사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이 변호사는 A씨에게 자신의 저녁 약속에 동석해줄 것을 제안했고, 그에게 무료로 법률상담을 받고 있던 A씨도 자연스럽게 이를 수락했다. 횟집에 마련된 1차 저녁자리에는 L사의 관계자 2명이 동석했다.

이들은 2차로 근처 카페에 가서 맥주와 샴페인을 마셨다. 이후 이 변호사와 A씨 등 네 명은 전망이 좋다는 강남의 한 호텔 스카이라운지로 자리를 옮겼다. 문제의 폭행사건은 3차 술자리가 끝난 6월 29일 오전 12시 30분 이후에 일어났다.


이 변호사도 자신이 A씨를 폭행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술에 많이 취해 실수했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A씨는 "나를 개 패듯이 팼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골반에 멍이 들고 손톱이 깨지거나 벗겨지고, 목과 팔에 찰과상을 입어 병원에서 전치2주 진단을 받았다.

'폭행 원인'과 관련해서는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이 변호사는 "A씨가 내 전화기를 가져간 것으로 생각해 옥신각신하다가 폭행이 발생했고 경찰서까지 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만취한 상태에서 핸드폰 문제로 싸우다가 실수로 폭행이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반면 A씨의 주장은 이와 완전히 달랐다. 그는 "L사에 근무하는 2명이 가고 둘만 남게 되자 이 변호사가 '조금 더 같이 있자, 호텔룸으로 가자'며 추근대기 시작했다"며 "이 변호사는 '내가 수임료도 안 받으니까 당신이 나한테 잘 해야 한다'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호텔룸으로 가자는 것을 제가 거부하자 이 변호사는 제 팔을 잡고 억지로 끌고 가려고 했다"며 "이에 제가 '그만하라'는 뜻에서 '자꾸 그러시면 강간죄로 고소하겠다'고 하자 욕설을 퍼부으며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저는 당시 강간미수 사건과 관련해 이 변호사의 상담을 받고 있었다"며 "그래서 이 변호사가 더욱 조심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이런 일이 일어나 어이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제가 A씨에게 '호텔룸으로 가자'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A씨도 걷지 못할 정도로 취했고, 저도 워낙 많이 취했다"며 "술에 취해 실수했다"고 해명했다. 

A씨는 이 변호사로부터 폭행당한 뒤 정신과에서 급성 스트레스 반응과 불안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다. 담당의사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탓에 불안, 우울, 초조, 불면 등의 증상이 보여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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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호사로부터 폭행당한 피해자의 흔적들. ⓒ 오마이뉴스


피해자 "이 사건은 단순폭행사건 아니다"... 성추행 고소장 제출 계획

A씨는 폭행을 당한 뒤 자신이 임신 초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과적으로 임신 중인 상태에서 이 변호사에게 폭행당한 셈이다. A씨는 "정신과에서 처방한 약을 3일간 먹다가 우연히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올 10월 결혼하고 애를 낳을 생각인데 폭행 때문에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A씨의 상담을 주선했던 변호사에게서 A씨가 임신중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었다"며 "그런 여성을 폭행한 것은 정말 잘못됐기 때문에 무조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 변호사는 "A씨가 '취업하려고 이력서를 냈는데 내는 곳마다 떨어진다'고 얘기했다"며 "그날 제가 만나는 L사 사람들이 취업을 담당하는 분들이라 A씨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A씨를 합석시킨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이 변호사는 "A씨가 1차 횟집에서 저한테 음식도 나눠주고 술도 따라주는 등 과도하게 행동해서 놀랐다"면서도 "제가 A씨의 사건을 정식으로 수임한 게 아닌데 A씨를 그런 자리에 데려간 것은 잘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이 변호사는 저를 사건 의뢰인으로 진지하게 보지 않았다"며 "술자리에서 놀기 쉬운 사람으로 보고, '기쁨조'로 술을 먹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이 사건은 단순한 폭행사건이 아니다"라며 "사회의 지도층 인사가 여성을 깔보는 데 그치지 않고 성희롱을 당연시하다가 결국 뜻대로 되지 않자 폭행과 발길질을 한 부끄럽고 파렴치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강남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이 변호사의 폭행사건은 검찰로 송치했다"고 말했다. A씨는 조만간 성추행 혐의로 이 변호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BBK특검 #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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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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