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쟁기'를 아시나요... 마음이 찡합니다

[사진] 사라져가는 고향 풍경, 여기 있네

등록 2012.07.19 16:14수정 2012.07.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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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람이 끄는 쟁기입니다. 한폭의 수채화처럼 느껴지는 풍경입니다.

사람이 끄는 쟁기입니다. 한폭의 수채화처럼 느껴지는 풍경입니다. ⓒ 김성자


이 기사에 담겨있는 사진들은 지난 15일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두타산 자락의 한 농가에서 '사람 쟁기'를 이용해 콩에 북을 주고 있는 장면을 촬영한 것입니다. 마침 조카 결혼식이 있어 시댁 고향마을을 찾은 가정주부 김성자(39)씨가 촬영한 것으로 기자에게 정다운 사진 몇 장을 보내왔습니다. 이날은 4대가 한자리에 모여 밭에서 일하고 식사를 하는 등 오랜만에 고향마을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김씨는 고향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이 사진들을 <오마이뉴스>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해왔습니다. 특히 사람이 끄는 쟁기 모습은 일반적인 농촌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장면으로, 고향의 기분을 한껏 느낄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설명입니다.

구구절절 설명보다는 잃어버리거나 사라져버린 우리의 고향 풍경을 곱씹는 마음으로 아래 사진들을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 사진들 감상하고 나면 시골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은데요. 오늘 저녁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 한 번 드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촌에서는 일찍 주무시니까 너무 늦지 않게 말이지요.

사진을 보내준 김성자씨와 간단하게 전화 인터뷰를 나눠봤습니다.

a  남편 석종석씨(43세.뒤)와 외조카 서원산씨(30세.앞)가 사람 쟁기를 이용해 콩밭에 북을 주고 있는 동안 조카 서원산씨가 '브이'를 그려보고 있습니다.

남편 석종석씨(43세.뒤)와 외조카 서원산씨(30세.앞)가 사람 쟁기를 이용해 콩밭에 북을 주고 있는 동안 조카 서원산씨가 '브이'를 그려보고 있습니다. ⓒ 김성자


- 왜 사람이 쟁기를 끄나? 호미로 북주는 일도 가능하지 않은가?
"손으로 하는 것보다 이렇게 하는 게 더 빠르다. 예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이기도 하고... 그래서 시아버님은 늘 이 방법을 쓰신다. 이번에 조카 결혼식 때문에 시댁에 왔는데 4대가 함께 모여 일하고 소쟁기로 일하는 모습도 지켜봤다."

- 자칫하면 콩을 밟고 지나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당연하다. 소(사람)나 쟁기질하는 사람 모두 발을 살살 디뎌야 한다. 요령껏 해야 한다. 무조건 힘만 세다고 이 사람 쟁기가 다 통하는 건 아니다."


- 사람 쟁기 쓰는 데 특별한 요령이 필요한가?
"그렇다. 뒤에서 쟁기 잡는 사람은 적당히 쟁기를 놓았다 들었다 하면서 깊이를 조절해야 한다. 그래야 앞사람도 끌기 쉽다. 앞뒤 사람이 구령을 붙이면서 왼발, 오른발을 맞춰 천천히 진행하면 작물도 상하지 않고 힘도 덜 들이면서 사람 쟁기를 쓸 수 있다."

- 평상시에도 늘 이렇게 사람 쟁기를 쓰나?
"물론 대규모 밭을 일구거나 할 때는 기계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조그만 밭을 일구는 경우에는 이렇게 사람 쟁기를 쓴다. 트랙터 등 무거운 기계가 들어오면 땅을 짓이겨 흙 입자가 뭉치면서 물 빠짐이 안 좋고 작물이 자라는데 방해가 된다. 북주기 전 이랑을 만들 때도 역시 사람 쟁기를 썼다."


- 사진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쟁기를 끌고 있는데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 사진에서 뒤에는 남편, 앞에는 조카다. 이번처럼 도회지에서 자식들이 오지 않을 경우 아버님은 쟁기, 어머님은 소가 되신다. 두 분 모두 요령이 있기 때문에 크게 힘이 들지는 않으시단다. 하지만 아버님과 어머님의 쟁기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 이 쟁기질, 직접 해봤나?
"지난해 며느리인 내가 직접 앞에서 끌어봤다. 내가 원래 힘이 넘쳐서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계속 하다 보니 요령도 생겨 할만 했다. 식구들이 이런 나를 보며 여장부라고 지켜 세우기도 했다. 나름대로 보람도 있었다. 나도 시골 출신이라 농사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 시골 시부모님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마음이 찡하다. 이렇게 힘들게 농사지으셔서 자식들이 어려운 일 생기면 도와주시기도 한다. 시아버님 올해 연세가 78세이시다. 아버님, 어머님 동갑이시다. 하지만 아직도 정정하시다. 몸을 놀리지 않고 늘 일을 하셔서 그런지. 가능하면 오래토록 이 모습을 보고 싶다. 우리 자녀들에게도 이런 모습은 살아있는 교육이 되기도 하고 정겨운 고향풍경 모습을 보면 늘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 끝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평범한 가정주부인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다만, 태풍도 올라오고 있는 마당에 촌에 계신 부모님들 걱정이 크실 텐데, 안부 전화라도 자주 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회지 사람들에게 부모님에 대한 효와 사랑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사진을 제공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a  덩치가 크고 힘이 세다고 해서 사람쟁기질을 잘하는 건 아닙니다. 요령이 있어야 합니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다고 해서 사람쟁기질을 잘하는 건 아닙니다. 요령이 있어야 합니다. ⓒ 김성자



a  옛부터 이렇게 사람쟁기를 이용해 밭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옛부터 이렇게 사람쟁기를 이용해 밭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 김성자


a  이 집안의 3대인 석지영(10·김성자씨 딸)양이 어른들이 사람 쟁기를 이용해 일을 하는 동안 밭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이 집안의 3대인 석지영(10·김성자씨 딸)양이 어른들이 사람 쟁기를 이용해 일을 하는 동안 밭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 김성자


#사람쟁기, #강원도 두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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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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