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나쁜' 교육감들의 수다... "교육 쿠데타 꿈꾼다"

교육희망네트워크 주최 '진보교육감 토크'에서 나온 말말말

등록 2012.07.23 14:36수정 2012.07.2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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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진보교육감 2년의 평가와 12월 대선 2012년 7월 21일 충남보령시에 있는 서울시교육청 임해수련원에서 진보교육감 6인의 솔직토크가 열렸다.

진보교육감 2년의 평가와 12월 대선 2012년 7월 21일 충남보령시에 있는 서울시교육청 임해수련원에서 진보교육감 6인의 솔직토크가 열렸다. ⓒ 이정희


지난 21일 밤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서울시교육청 수련원에 진보교육감 6명이  모여 솔직·격정·해학의 토론을 펼쳤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이달 초 발표된 교육과학기술부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미흡'과 '매우 미흡'을 받아 하위권을 휩쓸었다(?).

2명의 미흡 교육감과 4명의 매우 미흡 교육감. 이들은 지난 2년간의 활동성과와 12월 대통령선거에 대한 생각을 2시간동안 허심탄회하게 쏟아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특히 김상곤 교육감은 최근 불거진 대권 도전설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민병희] "우리가 미흡이라고? 교과부는 매우 미흡"

a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 이정희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이 교과부의 시도교육청 평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민교육감은 자신의 이니셜 'MBH' 로 삼행시 짓기를 자청해 "M B Hwak(확)~" 이라는 멘트를 날려 좌중을 폭소로 이끌어냈다.

또한 민 교육감은 최근 교과부의 시도교육청 평가에 대해서도 역설적 비판을 했다.

"미흡이란 아름다울 미(美), 호흡할 흡(吸)이다. 즉,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들이 아름답게 호흡하는게 미흡이라고 해석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교과부가 제대로 알고 내린 평가"라고 말해 다시 한 번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그는 "지금까지의 교육으로는 안 된다. 모두 공감하는 인간을 만드는 교육을 해야 한다"며 자신의 교육철학을 강조했다.


민 교육감은 "옆 자리 친구의 아픔을 느끼는 교육을 해야 한다. 교육은 열매를 맺는 것이다. 열매는 자기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는 씨앗의 역할과 다른 목숨을 이어주는 생명의 역할, 양식의 역할을 동시에 해준다. 우리 교육도 이렇게 되어야 한다. 자신의 정체성도 계발하고 다른 사람의 생명도 이어주는 그런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곤] 대권도전? "그런 오해를... 교육 쿠데타 꿈꿀 뿐"


a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 이정희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최근 불거진 대권도전설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날 한 참가자가 "최근 교육감 자리 이후를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솔직한 사실관계를 밝혀달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김상곤 교육감은 "요즘 들어 그런 질문하는 분들 많아지는데, 제 처신이 잘못되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관심은 우리의 교육체제를 바꾸고자 노력하는 것뿐이다.  오직 교육의 쿠데타(최선의 선택)를 고민하고 있을 뿐" 이라며 일축했다.

이어서 김 교육감은 "현재 교과부가 가지고 있는 집권성, 권위주의성, 관료주의의 병폐를 견제하고 해소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히며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한 김 교육감은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성과를 평가하면서 "진보교육감들의 등장으로 과거 관료 중심의 교육행정이 학부모 중심으로 넘어가는 현상"에  자부심을 나타냈다.

[곽노현] "교과부가 가끔 칭찬도 해요... 너무 미워하지 마시길"

a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 이정희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통과과정에 대한 소회와 학교폭력 해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인권이란 문명사회의 척도다. 학교문명 학교문화의 척도 역시 학생인권이다. 학생인권은 학교에서 문명과 야만을 가르는 경계다. 학생인권조례를 현실로 만들 수 있으리라 상상하지 못했는데 실현되어 기쁘다."

그는 "학교폭력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겪는 일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해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까지 44개교에서 학교폭력해결을 위한 토론연극을 실시했고 2학기까지 100개의 학교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자신이 서울시교육청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교과부로부터 부당한 간섭과 탄압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많은 부분에서 교과부가 서울시 교육청을 얼마나 연구하고 베끼는지 모른다. 장애학생 취업 프로그램이라든지, 특성화고 졸업생 기술직 30% 채용 등의 사례를 전파하고 있으니 너무 교과부를 미워하지 말라"고 주문해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김승환] "교육감은 교과부가 시킨다고 무조건 하는 자리 아니다"

a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 이정희

"교육감은 교과부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자리가 아니다."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은 빈틈없는 법학자였다. 토의 내내 그의 이론은 군더더기 없이 정연했다. 도민들에 대한 고마움도 묻어있었다.

"도의회의 방해 속에서  이루어냈다"는 혁신학교 성공에 대한 보람도 커보였다.

"도의회에서 혁신학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그런데 교사 학부모님들이 우리가 돈 보며 혁신학교 하려고 한 거 아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하겠다고 하며 정말 눈물 뿌리며 학교를 가꾸어왔다. 그 결과 지금은 모두 만족할 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어느 혁신학교 선생님이 말했다. 자기학교의 자랑은 교장 선생님이라고..."

현재 김승환 교육감은 교과부로부터 직무유기로 고발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 교원평가를 교과부 방침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육감은 그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교육감의 위상을 강조했다.

"저 지금 교원평가 시키는 대로 안 했다고 재판받고 있다. 교과부와 계속 충돌하는데 누군가는 충돌하고 깨져야 한다. 그래야 지방교육자치가 뿌리를 내린다. 전부 몸 사리면 계속 이런다. 교과부에서 내려온 공문을 그대로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으로 생각하는 교육감들이 있는데 그 공문이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했는가 안 했는가를 따져서 해야 한다."

[장휘국] "스승의 날 매출 떨어져 백화점이 울상 났다는 소문"

a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 이정희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진보교육감들 사이에서도 부러움을 사는 편이다. 진보와 광주라는 프리미엄을 동시에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시의회 교육위원장도 전교조지부장 출신이다. 전교조 조합원 출신이 교육감과 교육위원회에 모두 진출한 셈이기 때문이다.

장휘국 교육감은 광주교육의 청렴성을 높인 것에 자부심을 나타냈다.

지역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지난해 스승의 날 당시에 광주지역 백화점 기대 매출이 뚝 떨어졌는데 그 원인이 교육감 때문이었다"라고 소개해 좌중의 박수를 받았다.

또한 장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정착에 대한 자신감도 피력하였다.

그는  "학생인권조례 통과에 시의회에서 더욱 전향적이었다. 통과와 정착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현재는 오히려 학생들이 스스로 이 조례를 잘 지켜서 어른들의 염려가 기우였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점에서는 아이들이 훨씬 어른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장만채] "모든 생명은 나름 존재이유 있어...그것을 존중하는 것이 교육 "

a  장만채 전라남도교육감

장만채 전라남도교육감 ⓒ 이정희

"얼마나 갑부인지 집을 만 채나 소유하고 있다"는 사회자 노정렬의 재치있는 소개가 재미있다.

장만채 전남교육감은 일성으로 "사실 나머지 다섯 분 교육감님들이 저보고 제일 오른쪽에 있다고 그래요. 다섯이 모이는데 (편이) 아닌 것 같은내가 왜 끼고 그러느냐고(웃음)... 그렇지만 좀 더 교육 현장에서 당당해지려고 노력하고 전남교육이 활기찼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함께하고 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장 교육감은 특유의 섬세함으로 전남지역 혁신학교인 무지개 학교의 교육철학을 설파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무지개 학교의 철학에 대해 "모든 생명체는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가 있다. 길가의 잡초보고 너는 왜 예쁜 꽃이 되지 못하느냐고 하면 안 된다. 다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가 있다. 서로 조화할 때 하나의 세상을 이룬다. 학생들이 나름대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학교, 그것을 도와주는 교육, 다양성이 존중되는 교육이 중요하다. 그것이 무지개 학교"라고 말했다.

2013년 교육체제 준비하는 진보교육감들의 생각은?

a  제2회 교육희망네트워크 회원대회

제2회 교육희망네트워크 회원대회 ⓒ 이정희



"교육현장이 위만 쳐다보고 안을 바라보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교과부와 교육청이 원인 제공자다. 교과부와 교육청의 정책사업과 목적사업을 줄여야 한다. 각종 공모제의 병폐를 없애야 한다. 지금 교과부의 학교 자율성은 저급한 가짜 자율성이다. 계급계층을 이기는 공교육이 되어야 한다. 우리교육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의 본질로 과감하게 진보하지 못하면 국가나 공동체에 위기가 온다." (곽노현 교육감)

"대한민국 교과서만 난이도가 엄청 어려워졌다. 교과서 수준 높여서 아이들 줄 세우기 하려는 의도다.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서 아이들 실력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교과부 관료들이 주축이 되고 그 배후의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한 짓이다. 대학교수들도 양심선언하고 반성해야 한다. 교과서 수준을 국제수준으로 낮추는 국민 운동을 진행해야 한다. 분노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범죄행위이다. 지금은 분노해야 할 때다. 지금은 의로운 분노, 법적인 분노를 해야 할 때다." (김승환 교육감)

"교육의 체제를 바꾸어야 한다. 학교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아동청소년 인권법을 만들고 그 제정운동을 함께 펼치자. 공교육을 올곧게 세우기 위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이 두 가지에 대하여 8월경에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공청회를 개최할 것이다."(김상곤 교육감)

a  2012년 7월 21일. 진보교육감 교육희망을 말하다

2012년 7월 21일. 진보교육감 교육희망을 말하다 ⓒ 이정희


"하버드대의 한 총장이 한 말 중에 우리 현실에 바꾸어 말할 수 있는 게 있다. 교육은 사람을 검사로 만든다기보다는 검사를 사람으로 만든다. 또는 교육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든 다기보다는 대통령을 사람으로 만든다. 한마디로 선거를 잘해야 한다. 교육구성원들과 함께 웃는 교육감이 되겠다."(민병희 교육감)

"지금보다 더 많은 예산을 투여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선 후보들이 교육예산 GDP 6% 하겠다고 했는데 말로만 했던 공약에 그쳤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 공약이 되게 해야 한다. 아이들이 지금 행복해야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하다. 이 점을 부모님들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장휘국 교육감)

"미래의 희망이 교육에 있다. 입술이 없으면 잇몸이 시리다. 농촌이 무너지면 도시가 안전할 수 없다. 도농 간 균형교육을 위한 농어촌교육 육성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의 파행 주범은 대학입시다. 대학입시 제도를 개선해서 초중등 교육이 정상화되고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 될 수 있다."(장만채 교육감)

한편, 교육희망 네크워크는 2009년 창립한 풀뿌리 교육운동 단체로 현재 전국 39개 지역에서 5천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지역별 연합체이며 올해로 2회째 회원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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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들의 말말말 지난 21일 진보교육감 토크에서 나온 말말말 갈무리 ⓒ 이정희


#진보교육감 #곽노현 #김상곤 #교육희망네크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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