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재벌규제' 2호 법안, 민주당보다 더 세다

이종훈 의원 발의..."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걸리면 지분 매각 명령까지"

등록 2012.07.25 15:09수정 2012.07.2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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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25일 오후 4시 7분]

a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 (자료 사진)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 (자료 사진) ⓒ 유성호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위한 발판을 하나씩 마련해나가고 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이종훈 의원(분당갑)은 25일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 재벌 총수 일가의 내부거래용 계열사 신설을 금지하고 일감 몰아주기 등의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편취(私益騙取) 행위가 발생시 해당 계열사에 대한 주식 처분이나 회사 분할까지 명령할 수 있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내놨다.

지난 15일 발의된 재벌 총수의 횡령과 배임 등 경제범죄에 관한 처벌을 크게 강화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대표발의 민현주)'에 이은,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2호 법안'이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 23명이 이번 법안 발의에 동참했다.

현행법상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사전에 규제할 수 없고 지금의 시정조치나 과징금만으로는 재발을 막을 수 없단 점을 고려해, 회사 설립 및 부당거래행위 규제, 재발 방지까지 고려한 구조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게 이번 법안의 요지다.

민주당 경제민주화 법안보다 사전조치 및 사후처벌조항 대폭 강화돼

특히 민주통합당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 근절 취지로 지난 6월 발의한 동일 법안보다 사전조치 및 사후처벌조항이 대폭 강화된 것이 주목된다. 정호준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주통합당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부당내부거래행위를 불공정내부거래행위로 새롭게 규정하고, 관련 규제를 위한 실태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법안은 먼저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63개에 대해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편취 목적의 계열회사 신규 편입을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현행법에선 총수 일가가 개인회사를 설립할 때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편입신고만 하면 되는데 이를 사전 차단한 것. 사실상 '계열사 편입 심사제'를 도입하겠단 뜻이다.

이 의원은 "재벌 총수가 기업집단 전체에 대해 절대적 지배권을 행사하는 구조 하에서 총수 일가의 회사가 설립되면 계열사들의 지원 행위는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전적으로 설립을 규제하는 법 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처벌 강화다. 그동안 부당내부거래가 적발됐을 경우, 일감을 몰아줬던 지원주체(기업)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부과했던 것을 수혜를 입은 기업에도 '위반 행위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안을 신설했다.

실제로 SK그룹 7개 계열사는 지난 7월 초 SK C&C에 대해 일감을 몰아줬단 이유로 과징금 346억6100만 원을 부과 받았지만 수혜자인 SK C&C는 제재 받지 않았다. 이처럼 총수 일가의 부당이익은 방치된 채 사익편취행위의 피해회사(지원주체)만 과징금 등을 부과받는 부조리한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부당내부거래 적발시 단 1회성에 그쳤던 기존의 '중지명령'은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 공정거래위가 수혜기업의 지분 매각 등 강도 높은 재발 방지 조치를 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 의원은 "현재와 같은 행위중지 등의 시정명령은 실효성이 없고 일과성 조치로만 돼 있어서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의 근원적 시정과 예방이 불가능하다"며 "주식처분이나 회사분할까지 포함한 강력한 명령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처분이나 회사분할 등의 조치는 너무 과도하지 않으냐"는 지적엔 "대기업집단이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편취행위를 하지 않으면 그러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센' 법안 내놓는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이슈 선도?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 3, 4호 법안도 속속 내놓을 예정이다. 이 의원은 "금산분리 문제나 공정거래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을 다룬 법안을 계속 발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가 지난 24일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주최 공청회에서 '계열사 편입심사제 도입'이나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선 "그렇다면 공정거래위가 대안을 제시해보라"며 "공정거래위가 반대한다고 해서 국회의원이 입법 못하는 건 아니지 않나"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이 연달아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경제민주화 이슈 선점을 놓고 경쟁 중인 민주통합당엔 '빨간 불'이 켜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9일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9개를 당론으로 발의했지만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경제민주화 논쟁 여파에 묻혀버렸다. 게다가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일부가 민주통합당보다 더 '센' 내용을 담으면서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새누리당=경제민주화'란 등식이 성립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원혜영 민주통합당 의원과 참여연대가 지난 22일 여론조사전문기관 '우리리서치'에 의뢰,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가장 잘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39%에 달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이 잘할 것"이란 응답은 28.7%에 그쳤다. "없거나 어느 정당이 잘 할지 모르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힌 응답자는 전체의 23.8%였다.

이 여론조사에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공감을 표한 응답자는 전체의 70.1%(적극공감 43.6%, 공감 26.5%)에 달했고,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은 별개라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경제민주화도 해야 하고 재벌개혁도 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도 70%에 달했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17~18일 양일 간 ARS 및 RDD 방식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중 어느 정당이 더 잘 경제민주화를 수행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새누리당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43.7%로, 민주당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수(43.7%)와 똑같았다. 무응답은 12.6%였다.
#경제민주화 #이종훈 #일감 몰아주기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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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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