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오 북구청장.
울산 북구청
- 대형마트 허가를 반려하다 기소당했다. 요즘 어떤 심정인지?"한마디로 말씀드린다면, 대한민국에서 중소상인들의 삶을 지키는 것이 참으로 힘들구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구청장으로서 저의 책무 중에는 소상공인 보호라는 책무가 있습니다.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없이 대형마트의 영업횡포에 신음하는 재래시장과 지역 상가를 살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은 더 이상의 대형마트를 허락하지 않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 시의원 시절부터 중소상인 보호에 앞장서신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 "중소상인은 지역경제를 받치는 주춧돌 같은 역할을 합니다. 대형마트는 편리하지만 지역의 돈을 외부로 유출시켜 지역경제 기반을 약화시킵니다. 돈은 지역에서 돌고 돌아야 합니다. 이것이 지역 순환경제입니다. 또 골목상권은 가족의 삶을 지키는 좋은 일자리입니다.
우리 울산은 특히 대형마트 숫자가 타도시에 비해 많습니다.(현재 대형마트는 전국적으로 인구 15만명당 1개, 울산은 7만5천명당 1개, 북구는 4만5천명당 1개꼴로 있다)
지역의 대형마트와 SSM을 그대로 두고서는 지역경제를 탄탄히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 지난 2010년 8월 코스트코를 유치하려는 진장유통단지조합측이 북구청에 허가를 신청하면서 사태가 시작됐다. 당시 코스트코 허가신청을 받았을 때 어떤 마음으로 반려했는지?"이미 대형마트의 피해를 모르는 분들은 아마 없을 겁니다. 구청장이 되고보니 대형마트의 피해를 알고서도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저 역시 심사숙고 했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북구 주민의 삶을 지키는 구청장으로서 올바른 결단인가 고민했습니다. 제 결론은 잘못된 현실을 그대로 방치할 수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울산은 전국에서도 대형마트의 숫자가 매우 많은 곳입니다. 특히 저희 북구는 3개의 대형마트(롯데마트, 메가마트, 홈플러스)와 울산시에서 농협중앙회에 위탁경영하는 하나로클럽까지 사실상 4개의 마트가 있어서 이미 과포화상태입니다. 대형마트를 더 이상 허가해 준다면 골목상권을 지켜온 주민들의 삶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질 것이 뻔했습니다.
특히 코스트코는 미국계 대형마트로 상당수가 미국상품이 직수입되어 판매될 뿐 아니라 박스형 매장이라 기존의 지역유통계도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지역경제에는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윤종오 구청장은 울산시의원 시절인 지난 2009년 5월 29일 개점한 울산농수산물유통센터가 이름만 바꿔 대형마트 역할을 하는 것을 문제 삼았었다. 시의원으로 현장을 점검나간 그는 예산이 745여억 원이나 투입된 이곳이 농수산물 취급외 가전제품 등 갖가지 물건을 파는 것을 발견하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자체장에게 부여된 정당한 권한 행사한 것"- 허가를 반려하고 최근 검찰에 기소되기까지 과정을 좀 설명해 달라. "코스트코는 직접 땅을 사거나 건물을 짓지 않습니다. 임대를 해서 영업합니다. 민간인인 땅주인들의 모임인 진장유통단지조합이 건축허가를 냅니다. 제가 건축허가를 반려하자 진장유통단지조합은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행심위에서 허가하라는 결정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체장의 권한으로 거부를 한 것입니다. 저에게 부여된 정당한 권한을 행사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는 행정심판위원회의 직권으로 허가가 나고 말았습니다. 진장유통조합은 북구청과 구청장을 상대로 10억의 손해배상과 직권남용으로 형사고발을 했고 저는 검찰 조사를 1차례 받았습니다."
- 조만간 재판이 시작되는데, 각오가 궁금하다. "당당하게 임해야지요(웃음). 지금 대한민국은 대형마트를 지킬 것이냐, 중소상인들을 지킬 것이냐 기로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대형마트 휴무 조례를 보면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일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넘길 게 아니라 국회나 정부에서 정해서 혼란이 없도록 하면 될 텐데….
지금 전국적으로 많은 혼란이 있고 중소상인을 지키겠다는 소신있는 단체장들이 대형마트의 또 다른 횡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와 대통령이 왜 이런 문제는 내버려 두는지 답답합니다.
저의 재판은 대형마트 허가와 관련해서 새로운 판례로 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민들의 피해가 너무도 뻔히 보이는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을 거부한 것에 대해 단체장의 정당한 권한행사로 볼 것이냐 말 것이냐 지점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민 다수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데도 절차만을 따지는 행정결정 앞에서 고뇌하는 단체장의 소신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절차에 하자가 없다는 것만을 내세워 1년도 안 돼 후회할 행정결정을 하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 또한 필요합니다. 지자체장들이 미래를 보고 행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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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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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의 울분 "중소상인 지키기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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