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종술
지난 3월 29일 동반성장위원장을 전격 사퇴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6월 11일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를 창립했다. 동반성장 문화 확산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27일 공주시를 찾은 정 전 총리는 고향 마을회관 준공식에 도움을 줬던 기관장들과 저녁을 함께한 뒤 오후 9시 기자들과 티타임을 하며 최근 행보에 대해 견해 밝혔다.
정 전 총리는 먼저 "그동안 충청도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살았다"며 "대한민국 역사에서 충청도 사람들만큼 국가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이 있느냐, 최영 장군과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한 분들이 거의 모두 충청도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60년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중학교도 못 갈 처지에 삼일운동 33인+1인 34인의 한 분으로 프랭크 W. 스코필드(한국명 석호필) 박사를 만나 등록금과 생활비 등을 지원받았으며 그분은 나에게 늘 '강한 사람에게는 호랑이처럼, 약자에게는 비둘기처럼 대하라'고 말했다"며 "그분의 도움으로 인격이 형성되고 균형성장을 알리라는 얘기를 들었다. 나에게 있어 그분은 정신적 지주였다"라고 회고했다.
또한 그는 "60년대 초반에 경제 성장이 막 시작할 때 이미 벌써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자 스코필드 박사께서 '나중에 힘이 있고 기회가 된다면 균형성장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라'고 가르쳐 주셔서 어릴 적부터 이런 교육으로 지난 20년간 제가 한국경제에 쓴 글을 보면 국민개혁과 재벌개혁에 치중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사회에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남은 인생을 동반성장에 앞장서겠다"그는 동반성장위원장에서 물러난 이유에 대해서는 "동반성장위원회에 더 많은 예산과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지속해서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의지와 내 의지가 다른 것 같아서 사람을 바꿔서 일하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동반성장위원장은 월급도 없이 기사와 차량만 제공되는 자리다. 호남을 방문했을 때 어떤 분은 '20분을 기다렸다'며 저녁값을 내준 분이 있었다"며 "그분 말씀이 LED 조명등을 하고 있는데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에다가 넣어줘서 중소기업 업종으로 정해지면서 금년도에 매출이 늘었다'라는 얘기를 듣고 뿌뜻했다"고 웃었다.
그는 "이 사회 양극화를 그대로 뒀다가는 사회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며 "어릴 때부터 아주 많은 도움을 받고 자란 대학교수, 총장, 국무총리까지 지낸 사람으로서 사회에 빚을 갚아야 한다는 의무감과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한 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반성장은 다 같이 똑같이 되자는 것이 아니라 대등한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앞으로 동반성장연구소에서는 경제적 약자들의 여러 가지 애로를 듣고, 그것을 타개할 수 있는 정책과 법을 만드는 데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동반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시민교육도 하고, 필요하다면 시민운동도 추진할 생각으로 연구소를 개설하고 소상공인문제 등 어떻게 볼 것인가에 토론회를 하였고 10월쯤에는 경제학자와 대토론회를 가질 계획이다 "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총리는 대선을 앞두고 여야에서 제각기 '경제 민주화'를 강조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처지를 밝혔다. 그는 "새누리당은 그동안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다가 이제 와 갑자기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고 있어 진정성에 대해 의문이 들고 있다"며 민주당에 대해서는 "재벌개혁을 하려고 하는데 진정성은 있으나 중소기업이 클 수 있는 발판이 부족해 보여 구체적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절하 평가했다.
"안철수 원장과는 같이 할 수 있지만, 새누리당 후보로 거론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