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작고 엉뚱한 문화공간이 떴다

전시·공연·공부·파티가 한 공간에서... 메이홀 오픈

등록 2012.08.07 13:33수정 2012.08.0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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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동구 인쇄소 골목 허름한 건물에 들어선 엉뚱하고 신기한 문화공간 메이홀.
광주 동구 인쇄소 골목 허름한 건물에 들어선 엉뚱하고 신기한 문화공간 메이홀.이주빈

 메이홀 오픈 기념으로 4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한희원 화백의 '노래는 강물 되어 가뭇없이 흐르고' 전을 관람하고 있는 한 시민.
메이홀 오픈 기념으로 4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한희원 화백의 '노래는 강물 되어 가뭇없이 흐르고' 전을 관람하고 있는 한 시민.이주빈

취기에 넘쳐 오만객기 다 부리는 술집은 넘쳐나도 서로의 생각 편하게 나눌 살롱은 없다. 그러고도 '예향'이라며 약 8000억 원의 나랏돈을 들여 연면적 4만2101평에 지하 4층 지상 2층으로 아시아문화전당을 짓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이 지어지고 있는 바로 옆 광주 동구 남동의 허름하고 작은 빌딩에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만큼이나 작고, 엉뚱하고 신기한 공간"이 1일 저녁 문을 열었다. 이름이 '메이홀(대표 박석인, 관장 임의진)이란다. 광주에서 오월은 슬픔이자 저항이자 해방공동체의 축제다. 메이홀은 나눔과 해방, 축제 공동체였던 '80년 5월 광주'처럼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문화공간을 꿈꾼다.


이 공간을 만든 이들은 그날의 시민군처럼 다양하다. 치과의사, 화가, 가수, 종교인, 시민운동가, 조각가 등이 회칙도 없는 '따뜻한 모임' 회원들이 그 주인공. 이들은 메이홀이 차 마시고, 술 마시고, 전시회 하고, 공부하고, 노래공연 하는 편한 공간이길 바란다.

메이홀 3층은 '아지트'로 이름 붙였다. 아지트는 러시아어로 '본부'란 뜻. 세계 음악을 들으며 커피와 와인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와 모임을 하는 공간이다. 파티를 열 수 있고, 공부모임을 할 수도 있다. 또 메이홀과 함께 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과 책, 음반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메이홀의 3층 아지트. 커피와 와인을 마시며 세계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자유로운 만남의 공간이다.
메이홀의 3층 아지트. 커피와 와인을 마시며 세계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자유로운 만남의 공간이다.이주빈

 공선옥 작가와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연극인 이당금 씨가 메이홀 3층 아지트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공선옥 작가와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연극인 이당금 씨가 메이홀 3층 아지트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이주빈

현재 한희원 화백의 메이홀 개관기념전 '노래는 강물 되어 머뭇없이 흐르고'가 열리고 있는 4층은 강당 겸 전시실로 사용한다. 물론 노래공연도 이어진다. 북구 우산동 '걸리버 소극장'에서 열렸던 포크음악 공연은 앞으론 이곳에서 열린다.

아시아문화전당이 훤히 보이는 5층 옥탑방은 교실이다. '오지고 찰진 문화얘기들과 살가운 통섭들로 가득 채워지는' 공간이다. 아일랜드 어느 시골교회에 걸렸던 작은 프로젝트 유리창이 남쪽 볕을 쬐는 이곳에서 김해성의 수채화 교실, 리일천의 사진교실, 주홍의 재미있는 현대미술, 고근호의 팝아트 이야기, 곽우영의 기타교실, 임의진의 월드뮤직, 인디언 수니의 세계 민요 등 각종 문화교실이 열린다.

 메이홀 5층 옥탑방 교실. 찰진 문화 이야기들과 살가운 통섭들이 가득 채워질 것이다.
메이홀 5층 옥탑방 교실. 찰진 문화 이야기들과 살가운 통섭들이 가득 채워질 것이다.이주빈

 메이홀의 탄생 주역들이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맨 왼쪽이 박석인 원장, 그는 메이홀 대표를 맡았다. 바로 그 옆이 메이홀 관장을 맡은 임의진 목사다.
메이홀의 탄생 주역들이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맨 왼쪽이 박석인 원장, 그는 메이홀 대표를 맡았다. 바로 그 옆이 메이홀 관장을 맡은 임의진 목사다.이주빈

시인이자 화가이며 음악가인 다중예술인 임의진 목사는 이 발칙한 문화살롱 메이홀을 자신의 오랜 인연들과 함께 구상했다.


"오월 이미지가 너무 무겁고 기념비적인 것 같아요. 관과 건물 위주로 움직이면서 시민들은 격리 당하고 있죠. 아시아문화전당 같은 엄청난 건물이 들어오는데 그곳을 채우는 게 사람이 아니에요. 메이홀은 거기에 대한 '조크' 같은 공간이죠. 과연 그걸까 하는 의문부호…. 메이홀이 많은 의문을 던지면서 생동감 있는, 우리 민초들의 삶이 그러하듯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한 사람이 녹아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는 광주정신은 첨단지구나 상무지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 충장로, 금남로에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기 광주고, 광주역사고, 광주정신이 살아있는 곳이죠. 이곳이 살아야 광주가 살아납니다. 광주를 빛의 도시라 하던데 빛(light)이 아니라 온기(warm)여야 해요. 그게 광주정신이죠. 파리를 예술의 도시라고 하지 혁명의 도시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광주의 역사와 이야기로 광주를 재구성하는 일을 메이홀과 함께 시작하려구요."


 윤장현 아시아인권연대 이사가 메이홀 오픈을 축하하며 "광주가 안으로 따뜻하고 밖으론 당당한 도시가 되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윤장현 아시아인권연대 이사가 메이홀 오픈을 축하하며 "광주가 안으로 따뜻하고 밖으론 당당한 도시가 되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이주빈

후배들의 새로운 도전을 윤장현 아시아인권연대 이사는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그리고 예의 그 신중하고 사려 깊은 목소리로 응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오월항쟁이 30주년이 지났습니다. 눈물로 저항하던 날들이 지나고 희망으로 노래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죠. 우리에게 얼마나 눈물과 아픔이 있었습니까. 알게 모르게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받아왔던가요. 어쩌면 우리에게 치유공간이 필요한지 모릅니다.

메이홀이 삼십년이 지나서도 서로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의 시를 쓴 의미 있는 공간으로 남아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래서 우리 광주가 안으론 따뜻하고, 밖으론 당당한 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메이홀 #임의진 #아시아문화전당 #광주 #윤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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