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비정규직 정규직화' 얻어낼까

'8월 하계투쟁' 준비하는 노조 요구 사항 주목...'주간연속 2교대' 근무도 쟁점

등록 2012.08.07 17:03수정 2012.08.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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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3일 부분파업에 참여한 현대자동차 노조 조합원들이 주간 연속 2교대 쟁취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노조원들은 심야 노동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며 주간 연속 2교대 도입을 촉구했다.

13일 부분파업에 참여한 현대자동차 노조 조합원들이 주간 연속 2교대 쟁취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노조원들은 심야 노동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며 주간 연속 2교대 도입을 촉구했다. ⓒ 정민규


여름휴가로 텅 비었던 울산이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다.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 노동생산현장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지난달 28일부터 9일간의 집단 여름휴가를 끝내고, 6일부터 다시 가동에 들어간 것.

잠시 멈췄던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은 다시 힘차게 돌아가고 있지만, 울산에는 점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8월 대규모 파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13일과 20일 주·야간 조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단행했었다. 임단협 요구안 관철을 위한 경고 파업이었다.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이 잘 풀리지 않으면 8월부터 총파업하겠다"고 예고한 터라 앞으로 협상 여부에 따라 그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주간연속 2교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현대차 노조가 회사 측에 요구하고 있는 주요 임단협 안은 크게 '주간연속 2교대'와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나뉜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0년 동안 주간 연속 2교대 문제를 다루어 왔지만, 양쪽 입장 차가 커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근래 들어 제조업의 심야 및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자는 범사회적 협의가 진행되고 있어 현대차도 노사간 협상과 양보 여하에 따라 심야노동을 없애는 쪽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자동차 생산라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똑같은 일을 하지만, 임금과 대우에서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큰 차별을 받고 있다. 이런 모순에 대해 대법원은 정규직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소홀함이 있었다. 2년 전 있었던 현대차 비정규직의 공장 점거농성 때도 이 문제가 불거졌다.

하지만 이후 민주노조를 표방한 지도부로 바뀐 현대차 노조는 "원하청 연대"를 이슈로 내걸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단단히 벼르는 모습이다. 특히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면서 파업을 벌였던 비정규직노조가 그 뒤로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와 중징계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어 노동계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우려가 깊다.


최근 현대차 사측은 8년 만의 생산직 신규채용 때 기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가 하면, 8월 2일부터 적용된 개정 파견법 시행을 앞두고 2년 미만 근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 고용 하는 기간제로 바꾸는 등 대법원 판결 이행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0명도 안 되는 비정규직 노조의 힘으로는 이 문제 해결이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바라보는 현대차 노조에 대한 시선을 뜨겁다. 4만여 명의 최대 규모 현대차 노조가 도와달라는 메시지다.


임단협에서 다뤄지고 있는 주간연속 2교대가 현대차 노조 당사자의 문제라면, 비정규직 철폐는 사회와 균등의 문제다. 현대차 노조도 이를 인식한 듯하다. 노조 지도부가 생산현장을 돌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연대를 외치는 사진이 노조 소식지에 크게 실렸다.

귀족노조 이미지 벗어날 수 있을까

"현대차의 비정규직이 파업하면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지만 정규직 노조가 파업하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다."

최근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 조합원이 남긴 글이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하면 보수언론이 '귀족노조'로 다루는 기사를 쓰기가 쉽다는 뜻이다. 또 한편으로는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에는 대법원 판결 등으로 사회적인 동조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달 현대차 노조의 부분 파업을 앞두고 보수언론과 경제계, 보수시민단체 등은 파업 철회를 요구했었다. "정치파업은 안된다"는 논지였지만, 현대차 노조가 내걸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이 비정규직 조합원은 이런 점을 간파한 것이다.

올해 임단협에 임하는 현대차 노조의 의지는 강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현대차 노조를 겨냥해 "당면한 경제위기에서 고소득 노조가 파업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하자, 즉각 "세계 최장 시간 노동을 하는 우리가 왜 귀족노조냐"고 반박했었다. 지난달 파업 찬반투표를 두고 여러 보수언론들의 비난 기사가 나온 가운데 <조선일보>가 "기표공간 없이 공개적으로 진행된 부정투표 장면"이라고 보도하자 즉각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고 4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번 임단협에서 자신들의 당면과제인 주간 연속 2교대와 함께 원하청 연대를 통한 비정규직 철폐를 같은 비중으로 관철하려는 현대차 노조.

현대차 노조의 이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는 그동안 파업때마다 '귀족노조'로 여론몰이 당해왔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기회처럼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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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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