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주민에게 '박근혜 묘역 참배' 물었더니...

대부분 "누구나 참배할 수 있다" 의견... 박근혜 방문 맞아 방문객도 늘어나

등록 2012.08.21 16:48수정 2012.08.2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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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봉하마을 사람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러 온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주민들은 대부분 "누구나 찾아 올 수 있는 것 아니냐" 하는 반응을 보였다.

21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 박근혜 후보가 처음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박 후보는 2009년 5월 고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봉하마을을 찾아 조문하려다가 되돌아간 적이 있었다.

a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21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에 앞서 박 후보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햇볕을 피하기 위해 묘역 옆에 있는 나무 그늘 아래에 서 있었다. 잠시 뒤 묘역 관리인 측은 "이곳은 참배하는 곳이지 쉬는 곳이 아니다. 쉼터로 자리를 옮겨 주었으면 한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21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에 앞서 박 후보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햇볕을 피하기 위해 묘역 옆에 있는 나무 그늘 아래에 서 있었다. 잠시 뒤 묘역 관리인 측은 "이곳은 참배하는 곳이지 쉬는 곳이 아니다. 쉼터로 자리를 옮겨 주었으면 한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 윤성효


박근혜 후보가 도착하기 훨씬 이전인 이날 오후 2시경부터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그 이전까지는 국화꽃을 들고 참배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주민들은 박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에 대해 "찾아와 주어서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다. 논으로 가던 한 주민은 "나쁘게 볼 수 있나. 정치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지 않느냐. 온다고 하는데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옥자(69)씨는 "고맙다. 누구든 인사하러 온다는데 좋은 거 아니냐. 전국 사람들이 다 왔다가는데, 대통령 후보도 왔다 가야지. 니 편 내 편이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귀향하고 나서 세 번 정도 초대해서 마을 사람들하고 사저에 가 본 적이 있다. 정말 본인은 깨끗하게 살아오셨다. 돈이 없는 사람이라도 차별하지 않고 대해주셨다"고 말했다.

김수권(61, 진영읍)씨는 "누구든 찾아와 주니까 고맙다. 서울에 있는 역대 대통령 묘소도 참배했다고 하니까 여기에도 오는 게 당연하다. 과거에 어떻게 했던 간에 와야 한다"면서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말 비리가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가 도착할 시간이 가까워 오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창원, 거제 등지에서 서너 명씩이거나 혼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일부 참가자들은 "몇 시에 온다고 하느냐"거나 "묘소가 어디냐"고 물어 보기도 했다.

a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에 앞서 21일 오후 2시경 남성 서너명이 펼침막을 들고 와 묘역 입구에 내걸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에 앞서 21일 오후 2시경 남성 서너명이 펼침막을 들고 와 묘역 입구에 내걸었다. ⓒ 윤성효


이날 오후에 온 사람들은 "참배도 할 겸해서 박근혜 후보가 온다고 하기에 왔다"고 말했다. 점심 무렵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손에 국화꽃을 들고 참배했지만, 오후에 방문한 대부분 사람들의 손에는 국화꽃이 들려 있지 않았고 참배도 거의 하지 않았다.


창원에서 왔다고 한 중년 남성은 "대통령 후보가 되어 역대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는 것은 여야를 떠나 좋은 일이라 본다"고 말했고, 또 다른 중년 남성은 "방송을 듣고 박근혜 후보가 온다고 하기에 겸사겸사 왔다"고 말했다.

거제 '계룡달림이' 회원들은 "힘껏 뛰어라"고 쓴 작은 펼침막을 들고 있기도 했다. 류인간(71)씨는 "호랑이도 토끼를 잡으려면 최선을 다해야 하듯이, 누구든 힘껏 달려야 한다"면서 "새마을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남열(67)씨는 "참배도 하고 구경도 할 겸해서 왔다. 평범한 게 좋은 일 아니냐. 당연히 찾아와서 참배를 해야 한다. 노무현도 대통령으로 봉직하다 서거하지 않았느냐. 정치적 반대를 떠나 역대 대통령 묘역 참배는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창원 대산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온 60대 남성은 "얼마 전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합동연설회가 있어 가보았는데, 박근혜 후보가 연설하고 나니까 거의 대부분 빠져 나가더라"면서 "외국에도 여자 대통령이 나오지 않느냐. 박근혜가 온다고 해서 보려고 와 보았다"고 말했다.

a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 전인 21일 오전 참배객들이 방명록에 남긴 애틋한 글들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 전인 21일 오전 참배객들이 방명록에 남긴 애틋한 글들이다. ⓒ 윤성효


박근혜 후보가 도착하기 전 묘역 입구에는 중년 남성 서너 명이 펼침막을 들고와 내걸었다. 펼침막에는 "아버지는 독재자였고 딸로서 침묵한 나도 공범자다. 이제 아버지는 세상에 없으니 내가 그 잘못을 안고 가겠다. 스베틀라나 스탈리나(스탈린의 딸)"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이날 오전까지 묘역을 참배했던 사람들은 방명록에 애틋한 글귀를 남기기도 했다. "보고 싶습니다"라거나 "내 마음 속 대통령"이라고 써 놓았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가 도착할 무렵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방명록에 거의 서명하지 않았다.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박근혜 후보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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