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바이 운전은 물론 한순간 가이드가 되어 버린 라오스 청년.
오상용
돌고래 투어가 허술한 것인지 아니면 흥정에는 관심이 없는 것인지 첫 숙박 흥정에 이어 돌고래 투어와 폭포를 다녀오는 투어 상품(선박+오토바이+입장료+가이드 포함)을 아주 저렴하게 계약했다. 캄보디아를 지나 라오스에 도착해 처음으로 닿는 관광 명소.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돌고래를 볼 수 있다는 희망에 서둘러 짐을 챙겨 아저씨를 재촉했다.
드디어 출발. 라오스 남부에는 멸종 위기 돌고래인 이와라디 돌고래를 만날 수 있는 관광명소가 있는데,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반나카상으로 이동, 오토바이 혹은 차량을 빌려 관광지로 가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거기에서 또 배를 이용해 돌고래를 볼 수 있다는 지점으로 이동해야 한다. 배를 타고 선착장으로 이동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 THO 아저씨와 친한 녀석인지 익숙한 듯 오토바이 뒷 좌석을 확보해 나를 태우곤 쉬지 않고 국경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약 20분을 달려 도착한 또 다른 선착장. 우리보다 서둘러 도착한 THO 아저씨가 미리 배를 잡아놨는지 젊은 청년이 우리 쪽으로 배를 끌고 와 탑승을 돕는다.
"아저씨 같아 안 가요?"
"응? 나도 가야 해?"
"가이드비 포함이라며..."
"이그, 알았어. 이 녀석 데리고 가."남쪽 땅은 캄보디아, 북쪽 땅은 라오스

▲ 메콩 강을 중심으로 남쪽은 캄보디아 영토, 북쪽으로는 라오스 영토이다. 사진 속 인물은 돌고래 포인트로 안내해준 라오스 청년.
오상용
계약 조건으로 가이드 비용이 포함돼 있어 THO 아저씨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했지만, 아저씨는 귀찮은 듯 이곳까지 오토바이로 데려다 준 고등학생 나이로 보이는, 영어를 전혀 못하는 녀석을 배 한 쪽으로 태운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 녀석을 배에 태우고 잘 다녀오라며 해맑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아저씨가 어찌나 얄미운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아저씨를 향해 손으로 물을 뿌리며 인사를 대신했다.
고용한 메콩강을 가로질러 목적지로 가는 길. 넝실넝실 춤을 추는 물길과 강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그야말로 포근한 자연 느낌이다. 배가 그렇게 좋지 않아 가끔 안쪽으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따듯한 햇살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으로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 국경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라오스, 캄보디아 국경. 물 수위가 낮아지면 수심이 낮은 지역은 육로로도 이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오상용
"캄보디아, 캄보디아."
"응? 저쪽이 캄보디아라고?"
"네, 네."주변 자연경관에 빠져있는데 가이드로 따라온 녀석이 강 맞은 편을 가리키며 저쪽은 캄보디아라고 이야기한다. 배의 위치로 봤을 때는 라오스 육지보다 캄보디아 육지가 더 가까운 위치. 나중에 아저씨를 통해 듣게 된 사실로는 강을 사이로 남쪽 육지는 캄보디아이고 오른쪽 육지는 라오스 땅으로 구별돼 있지만, 현지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배를 이용 두 국가를 왕래한단다. 물론 약 10km 떨어진 곳에 국경이 있어 정식 입출국을 위해서는 국경을 아주 가끔은 국경을 이용한다고 했다.
지난 여행 때 동남아는 물론 남미, 아프리카 일부 나라에도 강 또는 육로로 국경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것을 여러 번 본 적이 있어 이해할 수 있었지만, 처음 표시 없는 국경을 봤다는 일행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1초만 볼 수 있었던 라오스 돌고래 투어

▲ 돌고래 포인트에서 물 위로 올라오는 돌고래를 기다리는 여행자들.
오상용
어찌 됐든 캄보디아와 라오스 국경을 오가며 도착한 돌고래 관찰 포인트. 포인트라고 해봤자 강 중간에 우뚝 솟아오른 바위가 전부지만, 많은 관광객이 자주 찾는지 이미 발 빠른 여행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배를 몰고 온 청년은 익숙한 듯 바위틈 사이로 배를 고정하고 안전하게 바위 위로 안내를 해줬다.
"하이, 돌고래 보여?"
"하이, 아직 못 봤어."강 중간 우뚝 올라선 바위에 자리를 잡고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로 조심히 비집고 들어가 낚시를 하러 가면 이곳에 고기가 많은 지 물어보듯 먼저 온 여행자들에게 상황을 물어보는데 대답이 영 시원치가 않다.
한참을 바라보는데 돌고래는커녕 강물에 빛이 반사돼 눈을 뜨고 있기도 어렵다. 정말 이 포인트에서 돌고래는 보이는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 때쯤 다른 방향을 보고 있던 여행자들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서둘러 고개를 돌렸을 때는 아쉽게도 이미 상황은 끝난 상태였다.

▲ 저 곳 어딘가로 돌고래가 나타난다. 쉽게 볼 수 없지만, 그곳에서 바라본 메콩강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오상용
작은 희망이라도 있으면 포기하지 않는 한국인의 근성. 오늘 기필도 보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고 눈을 좌우로 돌려가며 최대한 많은 범위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몇 번이나 내가 본 반대 방향에서 돌고래를 보았다는 여행자의 함성은 계속 터져 나왔다.
같은 곳에 있으면서 계속 실패만 하는 것이 안타까웠는지 이곳으로 안내해준 청년이 다가와 유심히 강을 살펴보고 한쪽을 가리키며 예상 포인트를 지목해줬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곳만을 바라보는 것뿐. 이후에도 몇 차례 여행자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지만 나는 모든 것을 한곳에 집중하고 단 1초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오, 봤어? 봤어?""엥? 저게 돌고래야?"눈이 빠질 정도로 함께 한 곳을 응시하던 동행이 영화 속 물 위로 점프를 하는 돌고래를 본 듯 난리가 났다. 내 눈에 보인 것이라고는 돌고래인지 아니면 물고기인지 알 수 없는 해양 생물체가 물 위로 살짝 올라왔다 1초 만에 사라진 것이 전부인데 말이다.

▲ 돌아가는 길. 아쉽게도 돌고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돌고래가 살고 있는 메콩강의 아름다움은 가슴 가득 세겨놓았다.
오상용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 여행자들에게 물어보니 내가 본 것이 멸종 위기에 처한 이와라디 돌고래가 맞다는 것이다. 내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들이 돌고래라고 믿고 싶은 건지 정답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물살을 가로지르며 헤엄을 치고 물 위로 고개를 내밀며 인사를 건네는 이와라디 돌고래는 나만의 상상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후 20분 정도를 더 그곳에 머무르며 눈과 사진으로 이와라디 돌고래를 담고 싶었지만, 결국 실패를 하고 말았다. 배를 타고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 혹시나 카메라에 이와라디 돌고래가 찍었을지 몰라 사진을 살펴 보았지만 그곳에도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자세히 보지 못한 아쉬움으로 더욱 기억에 남는 이와라디 돌고래. 결국, 라오스 여행이 끝난 뒤 인터넷을 통해 보게 됐지만, 재미있게도 이와라디 돌고래는 실제로 본 것보다 더 실감 나게 내 마음에 담아놓은 메콩강을 헤엄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2009년 10월 02일부터 10월 14일, 2011년 6월 10부터 6월 21일까지 다녀온 여행입니다.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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