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이런 비용을 감당하는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겉으로만 보면 재무적으로 안정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불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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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를 하고 있다면 부부 소득을 합산해 '우리집 수입'이라고 정해놓기 마련이다. 두 사람의 소득이 소득의 기준선이 되면 모든 지출의 상한선도 따라서 올라간다. 소비성 지출이나 문화생활비도 외벌이보다는 많이 쓰겠지만 큰돈이 필요한 주거·교육비 지출도 기준이 올라간다. 집을 살 때 25평이 아닌 32평을 선택하게 되고, 노후연금은 20만 원이 아니라 50만 원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맞벌이라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사교육비 지출도 과감해진다.
맞벌이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이런 비용을 감당하는 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겉으로만 보면 재무적으로 안정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불허다. 맞벌이는 육아라는 변수로 인해 부인이 직장으로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살아간다. 따라서 맞벌이는 장기적으로 돈이 들어가는 지출을 결정할 때 부부 소득의 합산이 아니라 한 사람 소득을 의사결정의 기준선으로 잡아야 한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소득이 중단되는 위기상황이 닥친다면 높아진 소득기준에 따른 높은 지출비용은 재앙을 몰고 올 수도 있다.
특히 일회성 소비 지출이 아닌 장기간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 예를 들어 집을 사는 데 필요한 담보대출·노후 연금·아이들 사교육비를 단순히 지금의 소득기준에 맞춰 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런 지출은 과소비와 달리 줄이고 싶다고 해서 줄일 수 있는 성질의 지출이 아니다. 2~3년만 내는 돈이 아니라 10년 이상 꾸준히 나가는 지출이기 때문이다.
장기 불황의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지금, 특히 맞벌이를 하는 가정의 경우 한 사람이 퇴직을 하거나, 소득이 급감하는 경우 대처가 가능한지 반드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차라리 과소비를 했다면 대처는 쉽다. 그냥 과소비는 줄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줄일려야 줄일 수도 없고, 앞으로 10년 이상 지출해야 할 장기고정지출이라는 애물단지를 안고 있다면 지금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과 같을지 모른다.
지금 별문제 없다고, 우리집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착각일 수도 있다. '썰물이 되면 누가 알몸으로 수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혹시 우리 집이 알몸으로 수영을 하고 있는 상황은 아닌지,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지금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지영 시민기자는 생활경제상담센터 '푸른살림'에서 교육활동가 및 생활경제상담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푸른살림 카페 : cafe.naver.com/goodsa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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