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청송수련원'의 전시회장천주교 대전교구 설립 60주년 기념 미술, 사진, 시화작품 합동전시회가 열리던 날(2008년 9월 20일) 대전 '청송수련원'을 찾았다.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로 인한 발병으로 40일 동안 입원생활을 하고 퇴원한 후라 초췌한 모습이었다.
지요하
전시회가 끝난 후 나는 두 개의 시화작품을 돌려받았는데, 그것들을 그냥 적당한 곳에 걸어놓지 않고 다른 용도로 활용했다. 그해 여름부터 나는 주일마다 각지 성당들을 다니면서 신앙문집을 판매하는 일을 했다. 회갑기념 신앙문집 3권(시집·산문집·소설집)을 출간하였는데, 태안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로 성전건립과 관련하여 극심한 곤란을 겪고 있던 태안성당을 조금이나마 돕기 위한 방책이었다.
내 승합차에 책을 싣고 외지 성당에 갈 적마다 두 개의 시화도 싣고 가곤 했다. 성당 입구나 적당한 자리에 시화작품들을 놓고 책을 사인 판매했다. 두 개의 시화작품, <신앙의 이유>와 <어느 여행길의 쉼터에서>를 읽은 신자들은 대부분 책을 샀다.
2009년 가을 수원 망포동성당을 끝으로 각지 성당을 돌며 책을 판매하는 일을 마쳤을 때 나는 두 개의 시화작품을 마땅히 걸어 놓을 데가 없어서 일단 아파트 로비 구석에다 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시화작품들이 생각나서 로비 구석을 들여다보니 비교적 큰 액자에 담겨 있는 <신앙의 이유>는 그대로 있는데, 걸어놓기 적당한 크기의 <어느 여행길의 쉼터>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누가 가져갔음을 직감하면서, 그 시화를 가져간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오기를 은근히 기다렸다. 그 시화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내게 전화를 거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터였다. 하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겅중겅중 흐르는 세월 속에서는 나는 그 시화를 까맣게 잊고 말았다.
또 하나의 시화작품 <내 얼굴에서 아버지의 얼굴이>에 관해서는 기억이 명확치 않다. 어느 핸가, 태안문화원 또는 충남문인협회에서 문화제나 예술제 행사를 할 때 내게 출품 요청을 해 와서 시를 보낸 것 같은데, 시화작품을 언제 어떻게 돌려받았는지, 어떻게 간수를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액자도 그냥 아파트 로비 구석에 놓았었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