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구미 시민들..."우리 건강 아무도 안챙겨줘"

불산가스 유출피해 주민대책위 긴급대피 결정... 100여명 이주 중

등록 2012.10.06 15:55수정 2012.10.0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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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구미 가스유출 사고로 가로수가 말라죽었다. 정상적인 기로수와 말라죽은 가로수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구미 가스유출 사고로 가로수가 말라죽었다. 정상적인 기로수와 말라죽은 가로수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 조정훈


불산가스 유출로 피해가 급격히 확산되고 잇는 가운데 피해주민들이 스스로 대책위원회를 열어 산동면 백현리 자원화시설로 긴급 대피하기로 결정했다.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대책위원회(박명석 대책위원장)는 6일 오전 긴급 주민대책위를 열어 대피하기로 결정하고 구미시에 차량지원을 요청했으며 이날 오후 100여 명이 옷가지 등을 챙겨 대피하기로 했다.

박명석 대책위원장은 "정부나 구미시가 안전하다고 말만 할 뿐 대책을 세워주지 않아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해 대피하기로 했다"며 "언제까지 대피해야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상호 주민대책위 부위원장은 "행정당국에서 주민들 건강을 안 챙겨주기 때문에 주민들 스스로 건강을 위해서 결정한 것"이라며 "어제 저녁에도 도지사가 참석한 대책위가 있었는데 주민들을 위한 것이 별로 없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봉산리에는 314가구 536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친척집으로 대피해 있거나 집을 비우길 꺼려하는 주민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피할 예정이다. 그러나 임천리 주민 252세대 643명은 아직 대피를 결정하지는 않았다.

한편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이동진료버스 2대를 동원해 1대는 구미코 뒷편에서, 1대는 산동면 임천리 마을회관에서 진료를 하고 있으나 봉산리 주민들은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봉산리 주민 김정준(52)씨는 "마을 일로 바쁜데 임천리 마을회관에 가면 줄이 너무 멀고 병원에 가기도 힘들어 아직 진료를 받지 못했다"며 "봉산리에도 이동진료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구미시 관계자는 "봉산리 주민 대부분이 치료를 받았기 대문에 이곳에 이동진료소 설치는 무리다"며 "임천리도 가깝기 때문에 이곳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시민캠프 대표 등 현장 방문


a  민주통합당 선대위 시민캠프 관계자들이 6일 오전 불산가스 유출로 피해를 입은 구미시 산동염 봉산리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민주통합당 선대위 시민캠프 관계자들이 6일 오전 불산가스 유출로 피해를 입은 구미시 산동염 봉산리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조정훈


민주통합당 선대위 시민캠프 관게자들도 이날 오전 불산가스 피해를 입은 봉산리와 임천리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의 설명을 듣고 대처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날 방문에는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국회의원을 비롯해 시민캠프 김종남, 김좌관 공동대표 등과 경북도당 관계자 등이 참석해 주민들로부터 피해사례 등을 듣고 현장조사 등을 실시했다.

한정애 의원은 "가장 급한것은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정확히 조사해서 문제가 없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급하게 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정애 의원은 "환경부나 지자체에서 유격거리 300미터에 반경거리 1.2킬로미터로 잡은 것은 잘못됐다"며 "당시 풍속이 초속 1.2미터였고 시간당 4km나 날아갔다"고 말했다. 불산가스가 방출된 양이나 풍속을 고려하면 훨씬 더 광범위하게 유격거리를 설정해야 했다는 것이다.

김좌관 공동대표는 "불산은 다른 물질에 비해 몸에 들어올 경우 칼슘농도와 결합해 장애를 일으킨다"며 "적극적인 대책과 장기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정부와 구미시의 사후 조치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봉산리 한 주민은 "사고 이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서 돌아왔는데 그동안 우리가 불산가스를 모두 마셨다"며 "그동안 정부가 뭘 했는지 답답하고 말이 안 나온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주민들은 또 "5일 오후 작물을 먹으면 안 된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았는데 오늘 오전에는 다 떼어냈다"며 "주민들에게 더욱 불신만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구미시가 대책위를 만들어놓았지만 주민들과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며 "주민대책위가 구미시 대책위와 함께 하면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a  구미코 뒷편에 6일 오전 이동진료소가 서자 수많은 주민들이 진료를받기 위해 줄을 기다리고 있다.

구미코 뒷편에 6일 오전 이동진료소가 서자 수많은 주민들이 진료를받기 위해 줄을 기다리고 있다. ⓒ 조정훈


한편 구미시가 5일 오후 6시까지 피해를 집계한 결과 1594명이 불산가스 흡입과 관련해 병원이나 이동진료소를 통해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축 피해는 더욱 늘어 소 972두를 비롯해 개 1546마리, 염소 225마리 등 2751두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차량이 부식되는 등의 피해도 536건에 달하고 인근 공장의 피해도 73개사 94억원이 집계됐다. 기업체 피해는 건물 외벽의 부식이나 조경수 피해, 설비시설 피해 및 생산, 조업중단 등이다.
#구미 가스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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