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의 수상한 '원자력 정책'

[주장] '사용후 핵연료 처리' 여론 듣는다면서 후보부지 선정?

등록 2012.10.09 17:47수정 2012.10.0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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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전 제1발전소. ⓒ 정민규


8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김상희 의원(민주통합당)이 교육과학기술부의 비밀스런 연구를 밝혀냈다. 김상희 의원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239억 원을 들여 한국원자력연구원에 '고준위 폐기물 장기관리 기술개발' 연구용역을 맡겼고, 그 결과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 연구용 후보지로 전북 부안군, 부산 기장군, 강원도 양양군, 충남 서천군을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비밀스런 부지선정 작업은 군사정권 때나 있었던 것으로 사용후 핵연료 처분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약속을 짓밟은 것이다. 노후원전 가동, 신규원전 부지 선정에 이은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까지 원자력 독재국가 이명박 정권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모든 것을 해치우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고준위 핵폐기물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맹독성의 물질이며, 수십만 년 동안 독성이 유지된다. 오랫동안 생태계와 완전히 격리시켜 보관해야 하는데 인류는 아직 그 경험도 없고 아직까지 세계 어디에도 성공적으로 처분장을 건설해서 보관하는 곳이 없다. 그러니 핵폐기물 처분을 책임지지도 못하는 핵발전소 확대는 매우 무책임한 선택이며 원전전기를 쓰는 우리 모두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 짐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 처분, 교과부 독자적으로 추진할 일 아냐

사용후 핵연료 처분에 대해서는 아직 누구도 해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어마어마한 생태적,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에 대해 결정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핵발전소를 어떻게 할 것인지, 앞으로 나오는 핵폐기물 양은 얼마나 되는지, 핵폐기물 이동을 과연 안전하게 할 수 있는지, 습식으로 보관할지 건식으로 보관할지, 모아서 보관할지 분산해서 보관할지, 땅속에 보관해야 할지, 지상에 보관해야 할지 등 함께 풀고 논의하고 합의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국가에너지위원회 산하에 사용후 핵연료 TF팀까지 두면서 논의한 끝에 사회적 공론화 작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9년 7월 사용후 핵연료 사회적 공론화 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돌연 연기했고 지식경제부는 일방적으로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포럼을 출범시켜 2024년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그를 위해 내년부터 공론화에 들어간다고 지난 9월 3일 발표했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미 후보부지를 선정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 부처끼리 같은 사안에 대해서 서로 소통이 없는 것인가, 짜고 치는 작전인가.

특히, 이번 연구용역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추진한 것에 주목한다. 교과부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 방법 중의 하나로 재처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오던 부처다. 특히, 이번 시설을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 '연구용' 후보지라고 한 점을 보면 사용후 핵연료를 고준위 핵폐기물로 처분하지 않고 재처리할 속내를 비친 것이다. 건식 재처리 중의 하나인 파이로 프로세싱 연구에 예산을 계속 편성하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더욱 더 문제가 된다. 재처리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수백조 원의 비용과 핵발전소 수백 기 분량의 일상적인 방사능 오염에 핵확산 위험까지 교과부가 독자적으로 비밀스럽게 추진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원자력 독재정권이다. 원전에 비판적인 국제적인 활동가와 전문가들을 계속 입국 거부시키고 있다. 노후원전 폐쇄에 대한 민의가 빗발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가동해 버렸다. 다음 정부에 넘겨도 될 신규원전 부지를 결정을 수개월 앞당겨 미리 결정해 버리면서 관련 선정 근거 보고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내년부터 공론화하기로 예정된 사용후 핵연료 처분 정책을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후보부지도 비밀스럽게 결정한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관련 과정과 보고서를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임기가 얼마 남지도 않은 이명박 정권은 새로운 문제와 갈등을 만들지 말고 모든 핵발전, 핵폐기장 정책 추진을 중단하는 것이 다음 정부를 도와주는 일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 게재되었습니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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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전'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월성원전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위원. 대한민국의 원전제로 석탄제로,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기자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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