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 4대강 담합 건설사들 행정처벌 미룬다

[국감-수자원공사] 수공사장 "태국 발주사업 참여 위해..."

등록 2012.10.12 20:24수정 2012.10.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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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 김건호 사장이 국토해양위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심규상


수자원공사(수공)가 태국 통합 물관리 프로젝트 수주지원을 위해 4대강 공사구간 담합업체에 대한 제재 시기를 늦추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김건호 수공사장은 12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수공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장에서 민주통합당 윤후덕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지난 9월 4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4대강 담합업체에 대해 관련법에 따라 제재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하지만 태국에서 발주한 통합 물 관리 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계약심사위원회 개최 일정 등 제재 시기를 조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법에 따르면 제재를 받은 건설사는 경중에 따라 많게는 2년, 적게는 6개월 동안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김건호 수공사장 "입찰에서 불이익 받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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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수자원공사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벌이고 있다. ⓒ 심규상


12일 4대강 담합 건설사 제제와 관련해 김건호 수공사장이 내놓은 첫 답변은 "신중히 검토할 수밖에 없다"였다. 김 사장의 답변을 들은 야당 의원들은 '의아하다'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공정위가 담합 판정을 내린 이상 수공의 행정제제는 당연히 뒤따라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김 사장의 '황당한' 답변은 다양하게 변주됐다. 그는 "공정위의 판결을 인정한다"면서도 "지금 이 자리에서 '하겠습니다'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내막은 이랬다. 지난 9월 25일, 태국 정부는 태국 통합 물관리 사업에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re-Qualification·PQ)를 거쳐 34개 입찰 컨소시엄 중 7개 컨소시엄에 입찰 참여 자격을 부여했다. 이 중에는 수공과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구성한 컨소시엄 2곳이 포함돼 있다. 태국 물관리 사업의 총 사업비는 12조4000억 원. 건설사로서는 '대박감'이다.


수공은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GS건설·대림산업·SK건설·삼환기업 등 7개 시공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문제는 이들 업체들이 모두 4대강 담합혐의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건설사들이라는 점이다.

김 사장이 이날 국감에서 이 문제가 불거지자 난감해한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다. 의원들이 즉각적으로 제재를 하지 않는 이유를 추궁하자 김 사장은 "PQ까지 통과했는데 이들 업체에 제제를 가할 경우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궁색한 답변을 내놨다.

김관영 의원 "수공 사장-건설사, 유착관계 의심된다"

사실상 태국 물 사업의 사업제안서를 제출하는 올해 12월까지, 또는 수주 여부가 확정되는 2013년 4월경까지 제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수공 컨소시엄의 PQ 통과가 4대강 사업을 통해 얻은 경험을 내세운 게 주효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엄중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공공기관이 해외공사 참여를 이유로 제재 시기를 늦춘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질책했다. 윤 의원은 "영주댐 턴키 공사 같은 경우는 문서로 된 담합 합의서도 있다"며 "이와 관련된 삼성건설과 대우건설도 태국에 가야 하는 거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 김관영 의원도 "오히려 입찰담합에 따른 손실액에 대해 관련 업체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수공이 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대형건설사와 유착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이런저런 이유로 사정을 봐주니까 건설사들의 잘못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고리를 끊어 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사장은 "건설사들이 (국가 이익과 관련된) 해외사업 참여에 영향이 있는 만큼 제재시기를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해 끝까지 담합 건설사들을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수자원공사 #4대강 담합 #입찰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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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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