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는 없고 사회인야구에는 있는 것

프로야구 열기 못지 않은 사회인야구...이 맛에 주말마다 야구장행

등록 2012.10.14 18:19수정 2012.10.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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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회인야구의 열기 속으로  700만명의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의 열기를 사회인야구에서도 맛볼 수 있다. 사진은 태안사회인야구 태안리그로 이번주 13일부터 협회장기 대회가 막을 올려 다음주 주말까지 진행된다.

사회인야구의 열기 속으로 700만명의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의 열기를 사회인야구에서도 맛볼 수 있다. 사진은 태안사회인야구 태안리그로 이번주 13일부터 협회장기 대회가 막을 올려 다음주 주말까지 진행된다. ⓒ 김동이


4회말 상대팀의 마지막 공격. 1회 3점, 2회 상대 실책까지 묶으며 대거 5득점하며 8대 6. 여기에 4회 한점을 추가 9대6으로 3점 차로 앞서가던 우리팀은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태안군협회장기 대회의 첫 대회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2시간의 시간제한으로 진행돼 앞서가던 상황에서 4회 마지막 수비에 나선 우리팀은 승리를 자신하며 자만에 빠져 위기를 자초했다.

선발투수가 볼넷을 남발하는가 하면 안타에 수비 실책까지 겹쳐 두 점을 헌납하며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하고 다시 주자 만루상황. 문제는 한 점차이로 쫓겨 다잡은 경기를 내 줄 상황에 몰린 불안한 우리편의 심리상태보다 실책으로 자멸하며 상대편의 사기를 올려줬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경기를 끝낼 수 있은 기회가 찾아왔다. 상대편 타자가 긴장했는지 투수앞 땅볼을 친 것. 만루 위기를 벗어나 연장으로도 갈 수 있을 듯 보였다.

땅볼을 잡은 우리편 투수. 하지만, 여유있게 이길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가 역전 위기에 몰리자 병살타로 연결될 투수앞 땅볼 타구는 결국 실책으로 이어졌고, 동점을 허용했다. 문제는 아직도 무사 만루. 이제 한 점이면 우리팀은 다 잡았던 토너먼트 첫 경기를 넘겨줄 위기에 몰렸다.

a 한점차 박빙의 승부... 이것이 각본없는 드라마 각본없는 드라마는 프로야구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회인야구에서도 종종 각본없는 드라마를 연출하며 동호인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14일 경기에서는 우리팀이 각본없는 드라마의 희생양이 됐다.

한점차 박빙의 승부... 이것이 각본없는 드라마 각본없는 드라마는 프로야구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회인야구에서도 종종 각본없는 드라마를 연출하며 동호인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14일 경기에서는 우리팀이 각본없는 드라마의 희생양이 됐다. ⓒ 김동이


다행히 타석에는 상대편에서 성적이 그리 좋지 않은 타자가 들어섰다. 외야까지 모두 전진수비. 한 점이면 경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깡" 허공을 가르는 알루미늄 배트의 날카로운 배팅음이 경기장을 울렸다. 2루 내야땅볼. 그것으로 끝이었다. 비록 땅볼이었지만 볼을 잡은 우리팀 2루수는 힘차게 홈으로 공을 뿌렸고, 심판의 손은 양갈래로 벌어졌다. 세이브. 우리팀의 첫 경기이자 협회장기 대회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좌절되고 말았다. 야구가 멘탈 경기임을 새삼 깨달았다.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며 롯데자이언츠가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 진출, 7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의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로야구 열기와 열정을 뛰어넘는 사회인야구도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15개팀이 결성되며 사회인야구 붐에 동참하고 있는 태안 사회인야구팀들도 지난 3월 말부터 숨가쁘게 달려온 정규리그 순위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해송리그와 동백리그가 리그 구분없이 협회장기에서 만났다. 오는 21일이면 협회장기 우승컵의 향방이 가려질 예정으로 예선전부터 불꽃튀는 접전이 펼쳐지고 있는 태안협회장기 대회 우승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로야구에는 없고 사회인야구에는 있는 것 '꼼수'?

a 사회인야구는 2심제 4심제로 진행하는 프로야구와는 달리 사회인야구는 주심과 투수마운드 뒷편 중앙에 부심 등 2심제로 진행된다. 2심제라고 해도 가끔 심판판정으로 인한 항의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기가 수월하게 진행된다.

사회인야구는 2심제 4심제로 진행하는 프로야구와는 달리 사회인야구는 주심과 투수마운드 뒷편 중앙에 부심 등 2심제로 진행된다. 2심제라고 해도 가끔 심판판정으로 인한 항의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기가 수월하게 진행된다. ⓒ 김동이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는 수많은 사회인야구 동호인들이 주말마다 기량을 겨루며 승부는 물론 화합과 단결을 다지고 있다.

사회인야구는 프로야구와는 다른 야구규칙이 적용된다. 9회말까지 진행되는 프로야구와는 달리 사회인야구는 회에 관계없이 심판의 경기시작 콜과 함께 2시간 시간제한제로 진행된다. 이렇다보니 적게는 3회에 경기가 끝나는 경우도 있고, 많게는 8회까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시간제한제로 진행되다 보니 프로야구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정정당당한 경기를 위해서는 꼼수를 부려서는 안되지만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이기기 위한 꼼수는 오히려 '작전'으로 통한다.

지난 주말이었던 7일 우리팀(팀명 '아슬아슬')은 이번 협회장기 첫 경기에서 만났던 팀(메가와트)을 정규리그 경기에서 만났다. 선수 면면이나 기량을 봤을 때 한 수 아래의 팀이었지만 쉽게 봤던 탓에 이날 경기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한, 여기에 상대편 팀 선발투수의 호투가 더해져 우리팀은 5회까지 9대 6으로 끌려갔다. 5회말 우리팀의 마지막 공격. 2시간 시간제한을 10여분 정도 남겨둔 상황이어서 사실상 마지막 공격이었다.

a 승부도 중요하지만 사회인야구는 화합과 단결의 장 경기와는 크게 상관없이 사회인야구 덕아웃은 항상 웃음으로 가득하다. 물론 경기에서 지면 경기 후 분위기는 썰렁하지만...

승부도 중요하지만 사회인야구는 화합과 단결의 장 경기와는 크게 상관없이 사회인야구 덕아웃은 항상 웃음으로 가득하다. 물론 경기에서 지면 경기 후 분위기는 썰렁하지만... ⓒ 김동이


심기일전 역전승을 노리던 우리팀은 하지만 첫 타자가 삼진으로 물러나는 바람에 꼼수작전을 펼쳤다. 시간제한에 걸리기 전 공격을 마무리하자는 것이 작전. 그런데, 작전을 이해하지 못한 두 번째 타자가 1-2루간을 가르는 우전안타를 쳤고 시간은 제한시간을 코 앞에 두고 있었다.

다음 타자가 어처구니 없는 볼에 손을 대 삼진으로 물러나며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어느새 제한시간은 1분여를 남겨두고 있었다. 이때 벤치에 있던 감독의 사인이 나가자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가있던 주자가 리드폭을 넓혔고, 상대편 투수는 1루에 견제구를 뿌렸다. 사실 투수가 견제구를 뿌리면 1루 주자는 재빨리 베이스로 돌아와야 하지만, 1루 주자는 리드한 채 그대로 태그아웃. 그대로 5회 공격은 끝나고 제한시간 1분이 남은 상황에서 새로운 이닝으로 접어들게 됐다.

이 작전을 펼치는데 사실 상대편 투수가 1루에 견제를 하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면 시간제한에 걸려 새로운 이닝에 들어갈 수 없었을 것이고, 우리팀은 그대로 패배를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상대편 투수의 도움(?)으로 새로운 이닝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수비에서 상대편에게 더 이상의 점수를 허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다행히 마운드에 오른 우리팀 투수의 호투가 이어져 실점을 하지 않고 우리팀은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마지막 공격에 나섰다.

첫 타자의 안타로 분위기를 탄 우리팀은 상대실책과 볼넷, 안타 등을 묶어 3점을 뽑아냈고, 승수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무승부를 기록하며 리그 순위 2위를 유지하게 됐다.

사회인야구 동호인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만은 프로선수 능가

a 사회인야구도 타이틀 스폰서 시대 태안사회인야구 태안리그는 하이트진로와 타이틀 스폰서 협약을 맺어 물품으로 스폰서를 받고 있다. 사진은 협약식 모습.

사회인야구도 타이틀 스폰서 시대 태안사회인야구 태안리그는 하이트진로와 타이틀 스폰서 협약을 맺어 물품으로 스폰서를 받고 있다. 사진은 협약식 모습. ⓒ 김동이


a 하이트존-참이슬존도 생기고 스폰서를 맺은 이후 야구장에는 하이트존과 참이슬존도 만들어졌다. 현수막이 걸려있는 곳으로 홈런을 치면 하이트존은 하이트 한 박스, 참이슬존은 참이슬 소주 한박스를 부상으로 받는다.

하이트존-참이슬존도 생기고 스폰서를 맺은 이후 야구장에는 하이트존과 참이슬존도 만들어졌다. 현수막이 걸려있는 곳으로 홈런을 치면 하이트존은 하이트 한 박스, 참이슬존은 참이슬 소주 한박스를 부상으로 받는다. ⓒ 김동이


우리팀이 펼친 '꼼수작전'은 프로야구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시간제한제의 사회인야구에서만 볼 수 있는 작전 아닌 작전으로 사회인야구 동호인들의 승부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명 '만세'를 부르며 공을 놓치는 잦은 실책에 웃지 못할 베이스러닝, 어설픈 슬라이딩, 어처구니 없는 송구실책, 이기기 위한 꼼수작전에 이르기까지 승부욕에 웃음과 재미가 섞여 어느 작가도 만들어낼 수 없는 각본없는 드라마가 써 지고 있는 사회인야구.

평소에는 직장인에서 주말이면 야구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을 누비는 사회인야구 동호인들의 프로선수를 뛰어넘는 야구에 대한 열정. 이것이 바로 내가 주말마다 야구장을 찾는 이유다.
#사회인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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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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