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세계 최초 카툰 대변인... 말 아닌 붓으로 승부"

[대선 후보를 돕는 사람들] 문재인 캠프 합류한 백무현 화백

등록 2012.10.17 09:50수정 2012.10.1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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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시민캠프의 백무현 카툰 대변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시민캠프의 백무현 카툰 대변인. ⓒ 오마이뉴스 남소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만 있는 시민캠프. 이 캠프의 공동대변인 세 명 중 한 명의 직함 또한 생소하다. 카툰 대변인. 말과 글이 아니라 '붓'으로 캠프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임무다.

이 일을 맡은 이는 진보적 시사만화가로 활약해온 백무현 화백. 작가에서 이제는 제1야당의 후보 대변인이라는 직함을 갖게 됐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시민캠프 인근 카페에서 백 대변인을 만났다. 그는 "카툰 대변인은 전 세계적으로 처음 아니냐"며 웃었다.

"그동안 정당의 대변인들은 신문, 방송 등 전통적인 미디어에 필요한 대변인 역할에 충실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등장한 이상 이제 대변인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2030세대와 직접 소통할 수도 있어야 하고 말과 글이 아니라 이미지와 동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문재인 후보가 선대위 산하에 시민캠프라는 조직을 별도로 꾸린 것도 새로운 정치, 새로운 선거를 하기 위해서인데 그 캠프의 대변인도 새로운 소통 방식이 어울린다는 것이다. 백 대변인은 "2030세대는 스마트폰 세대인데 스마트폰에 가장 적합한 소통도구는 만화나 동영상"이라며 "첫 카툰 만평이 구미 불산 누출 사고를 다룬 것이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문 후보도 모든 금기를 깨라는 주문을 하더라"며 "문 후보도 금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백무현이 문재인의 삶을 만화로 그린 이유

백 대변인은 최근 <만화 문재인>을 펴냈다. 그는 이전에도 <만화 박정희><만화 전두환><만화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의 삶을 만화를 그려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그가 문 후보의 어린 시절부터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까지를 다룬 이 만화를 그리기 위해 지난 6월 말, 10년 넘게 시사만평을 그려왔던 서울신문사를 그만뒀다. 이후 꼬박 3개월을 매달려 270페이지 분량의 단행본을 완성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대연정, 한미FTA 추진으로 '상처'를 입었던 그로서도 문 후보를 이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문 후보가 펴낸 <운명>을 읽고 50% 정도 이해했고 문 후보에 관한 만화를 그리기 위해 장시간 인터뷰하면서 100% 이해하게 됐다는 게 백 대변인의 설명이다.

"문 후보 지지율이 한 자리수였을 때 이 만화를 그리자고 마음먹었다. 문재인 후보의 진정성 있는 삶을 알리자는 마음이었다. 주위에서는 회사까지 그만두면서 무모한 짓을 한다고 말리더라. 하지만 문 후보를 장시간 인터뷰하면서 그 사람의 진정성에 100% 동의하게 됐다. 문 후보의 삶의 진정성을 보면서 이 사람이라면 정권을 되찾을 수 있겠구나라는 믿음이 생겼다."


백 대변인은 <만화 문재인>의 제목을 '운명을 바꾼 남자'라고 붙인 이유에 대해 "그동안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문 후보를 바라볼 때 '노무현의 그림자', '노무현의 남자' 등 종속적인 관계로만 이야기해 왔다"며 "하지만 문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못지않은 엄청난 삶을 살아왔던 주역이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백무현 대변인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SNS 등장, 대변인 역할도 달라져야"

- 문재인 후보의 시민캠프 공동대변인, 그것도 카툰 대변인을 맡았다. 생소한데 어떤 역할을 하나.
"쉽게 말하면 카툰으로 현안에 대해서 논평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정당에서 대변인제가 도입된 이후 대변인은 기자를 상대로만 브리핑을 했다. 그동안 정당의 대변인들은 신문, 방송 등 전통적인 미디어에 필요한 대변인의 역할에 충실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등장한 이상 이제 대변인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2030세대와 직접 소통할 수도 있어야 하고 말과 글이 아니라 이미지와 동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 우리나라 정당 사상 카툰 대변인은 처음인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처음 아닌가.(웃음) 새누리당 사람들도 기발하다고 하더라. 문재인 후보의 열린 자세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본다. 문 후보가 2030세대와의 소통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2030세대는 스마트폰 세대다. 스마트폰에 가장 적합한 소통 도구는 만화나 동영상이다. 문 후보가 직접 카툰 대변인직을 제안했고 그래서 수용했다. 1호 만평이 구미 불산 누출 사고에 대한 정부의 늑장 대처를 다룬 것이었는데 문 후보가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렸더라. 반응이 좋았다."

- 문 후보가 특별히 주문한 게 있나.
"아주 좋은 주문을 했다. 모든 금기를 깨라고 하더라. '카툰 논평은 언론 행위인데 언론에는 금기가 있어서는 안 되니 나에 대한 사안을 포함해서 자유롭게 논평하라'고 했다. 문 후보의 생각에 100% 동의한다. 문 후보도 금기가 될 수 없다. 카툰은 팩트(사실)와 창작이 결합된 것인데 금기를 정하는 순간 재미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데스크가 따로 없다. 내가 제작자이자 데스크다."

a  백무현 카툰 대변인이 그린 첫 카툰 논평.

백무현 카툰 대변인이 그린 첫 카툰 논평. ⓒ 이승훈


"<운명> 읽고 문재인의 진정성 50% 이해"

- 문 후보의 일대기를 그린 만화 <문재인>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문재인 후보의 진정성 있는 삶을 알리자는 마음이었다. 문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게 6월 17일이었는데 당시 지지율이 한자릿수였다. 그때 이 만화를 그리자고 마음먹었다. 6월 하순경 이 작업을 하려고 회사를 그만뒀다. 주위에서는 회사까지 그만두면서 무모한 짓을 한다고 말리더라. 차라리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다른 후보를 도우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지율이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지난해 나온 <운명>을 읽기 전까지 문재인을 잘 몰랐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발표하던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왔을 뿐이다. <운명>을 읽고 몰랐던 문재인과 만났다. <운명>의 내용에 100% 동의하지는 못했지만 50% 정도는 그의 진정성을 이해하게 됐다."

- 왜 50%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했던 입장에서 대북송금 특검, 대연정, 대미관, 한미FTA는 지지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서거 후 화해하는 과정에서 <운명>이라는 책을 만났고 지지자들에게 아픔을 줬던 사안들에 대한 문 후보의 해명을 접했다. 그 해명에 100% 동의는 안되더라. 하지만 만화를 준비하면서 문 후보를 장시간 인터뷰하면서 그 사람의 진정성에는 100% 동의하게 됐다. 문 후보의 삶의 진정성을 보면서 이 사람이라면 정권을 되찾을 수 있겠구나라는 믿음이 생겼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입니다. 나는 대통령 자격이 있습니다. 문재인을 친구로 두었기 때문입니다'라는 노 전 대통령의 말에도 완전히 동의했다."

- 문재인만의 진정성은 뭔가.
"대선 후보 중에 문재인만큼 치열하게 역사에 헌신한 사람은 없다. 만화 <문재인>의 제목을 '운명을 바꾼 남자'로 한 것도 그 이유다. 문 후보는 한 번도 운명을 피하지 않고 맞섰다. 경희대 학생운동을 이끌 때도 당시 강삼재 총학생회장이 경찰에 연행돼 나타나지 않자 꾸물거리지 않고 리더 역할을 맡았고 '동의대 사건' 변호를 맡아 경찰들의 과잉진압을 밝혀내는 것을 보면 그 열정이 무서울 정도다. 돈 안 되는 인권 노동 변호 활동도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에 당선돼 서울로 떠난 후에도 흔들림 없이 계속했다.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만화 <문재인>을 통해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뭔가.
"그동안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문 후보를 바라볼 때 '노무현의 그림자', '노무현의 남자' 등 종속적인 관계로만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문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못지않은 엄청난 삶을 살아왔던 주역이었다. 대학 때도 앞장서서 독재에 저항했고 후배들을 살리기 위해 자청해서 감옥에 들어갔다. 시위 전력으로 판사 임용이 안 된 후 인권 변호를 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경남 지역 노동 사건을 거의 도맡아 노동 변호의 모범을 만들었다. 문 후보는 누구의 그림자가 아니라 스스로가 역사의 주역이었다."

- 하지만 참여정부의 실패에 대해서는 문 후보의 책임론도 제기되는데.
"문 후보가 요즘 참여정부의 과를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잘못을 반성해가면서 한 번 실패한 부분을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중요할 것 같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자세가 더 문제 아닌가. 실패에서 배우면 된다. 그리고 그 실패를 극복할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자기 자랑 못하는 문재인, 그래서 취재가 힘들었다"

- 문 후보를 장시간 인터뷰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뭔가.
"고등학교 때 술 마시고 담배도 피우는 '문제아'였던 이야기는 잘 하는데 본인 자랑은 안 하려고 해서 취재가 힘들었다.(웃음) 그래서 공수부대 생활 취재하려고 문 후보 동기생들도 만나고 동의대 사건 관련해서는 직접 가족들을 만나 취재했다.

문 후보가 자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상처받을까 굉장히 조심하더라.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을 실명으로 하겠다고 했더니 '내 스토리를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상처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실명이 아니면 팩트가 안되니까 작가의 재량으로 실명은 쓰긴 썼지만. 또 정치적 진로가 갈렸던 강삼재 전 의원에 대해서도 어떤 비판도 하지 않고 '좋은 친구였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대결과 증오의 정치를 끝낼 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시민캠프에 직접 들어와 선거를 치러보니 어떤가.
"시민캠프도 지금까지 우리나라 선거 사상 처음 있는 시도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고 이를 네트워크화 하는 게 핵심이다. 앞으로 민주당의 혁신을 이끌어갈 모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민주당이 환골탈태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대안이 국민적 요구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국민들의 요구를 담아내고 민주당을 쇄신하는 데 시민캠프가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곧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 쇄신에 대한 밑그림들이 나올 것이다."

- 다양한 시민들이 모였는데 내부 소통은 잘 되나.
"물론이다. 노동, 여성, 경제, 환경, 청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던 분들이 모였다.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던 시민들이 중심이다. 한 사람의 스타보다 이 분들이 각자 담쟁이처럼 함께 엮여서 거대한 담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백무현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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