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달라" 열변 토한 주민... "믿어달라" 설득하는 문

[현장] 문재인 민주당 후보 1박 2일 강원도 방문..."작정하고 이틀 일정"

등록 2012.11.01 22:25수정 2012.11.0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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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1월 2일 오전 10시 51분]

a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가 1일 낮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명파복지회관에서 열린 '금강산 관광 중단 피해 기업인 및 주민 간담회'에서 "집권하면 바로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가 1일 낮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명파복지회관에서 열린 '금강산 관광 중단 피해 기업인 및 주민 간담회'에서 "집권하면 바로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거리에 사람이 없다. 좁은 2차선 도로를 지나다니는 차도 드물다. 간혹 지나는 이들의 연령대도 높다. 외지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각종 상점들은 두 집 건너 하나씩 문이 닫혀 있다. 4년 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강원도 고성군의 모습이다.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이종복씨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가게 문을 닫다시피 하고 막일을 하고 있다"며 "문재인 후보는 금강산 관광이 곧 재개 될 것처럼 말하는데 믿지 못한다, 어떤 후보가 와도 그런 얘기는 다 한다"며 열변을 토해냈다.

1일,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 강원도행을 택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1박 2일 일정 가운데 마련한 '금강산 관광 중단 피해 주민 간담회' 자리였다. 문 후보가 "정권교체를 하면 금강산 관광부터 가장 먼저 재개하겠다"고 약속한 직후 이씨의 열변이 터져나온 것. 이씨는 "이렇게 대화해 봐야 뭐하나, 바뀌는 건 없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문 후보는 "금강산 관광이 진행될 때는 어엿한 사장님이시던 분이 관광이 중단되니 막노동까지 하시고, 그 심정 잘 이해한다"며 "그래도 의지의 문제다, 남북교류를 틀어막으려고 한 새누리당의 의지와는 전혀 다르니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그제야 이씨는 "주민들의 아픔이 크다 보니 사소한 걸로 화내게 된다"며 "지금 정부처럼 하지 말고 집권하면 북한과 빨리 화해해서 불안하게 살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당부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한 주민은 "이명박씨도 여기 와서 비슷한 약속을 했지만 돌아가면 끝"이라며 "우리에게 희망을 달라"고 말했다.

인적 드문 마을 택한 문재인... 여론은?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 마을을 방문 했을 때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실향민들의 집단 거주촌인 아바이 마을에도 지나는 사람을 찾기 힘든 것은 매한가지였다. "보여주기식 행사보다는 주민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싶어해 잡은 일정"이라는 게 캠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심만식(75)씨는 "실향민 2, 3세대들은 전부 다른 곳으로 가고 여기 초등학교 학생도 전체가 50명이 안 된다, 그런 낙후된 동네가 되어버렸다"며 "지금은 거동 못하는 노인들이 더 많아서 집이나 지키는 사람들이 많다"고 사정을 전했다.


나이 많은 실향민 1세대들의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이산가족 상봉의 길이 꽉 막힌 것도 답답한 일이다. 심씨는 "1세대 중에서도 이산가족 상봉을 한 사람은 1명 밖에 없다"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무척 애썼는데 못한 사람이 70% 가까이 된다, 모두 돌아가셨다"고 안타까워했다.

문 후보는 "이산가족 상봉은 피난 온 분들의 인권문제"라며 "남북관계가 험악해지는 일이 있더라도 이산 가족 상봉만큼은 끊어지는 일이 없이 진행돼야 한다, 정권교체 하면 이산가족 상봉부터 꼭 다시 재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간담회가 진행된 경로당에서 식사 준비를 하고 있던 김청자(69)씨는 자칭 "문 후보의 팬"이다. 그는 "서글서글하니 인상이 참 좋다, 잘생겼다"며 "경로당 계신 어르신들 말씀도 문재인이 참 좋다고 하신다"며 '경로당 여론'을 전했다. 김씨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가 벌어먹는 게 중요하지만 나라가 편해야 우리도 좋지 않겠냐"며 "우리나라에서 여자가 대통령 된 일은 없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일 오후 강원도 속초의 한 실향 독거노인집에 연탄배달을 하고 있는 설악봉사회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며 손을 내밀고 있다. 연탄이 묻은 자원봉사자의 손을 잡아 문 후보의 손에도 연탄이 묻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일 오후 강원도 속초의 한 실향 독거노인집에 연탄배달을 하고 있는 설악봉사회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며 손을 내밀고 있다. 연탄이 묻은 자원봉사자의 손을 잡아 문 후보의 손에도 연탄이 묻었다. ⓒ 남소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간담회가 진행됐지만, 경로당 길 건너편에서 멀찍이 그 쪽을 바라보던 최아무개(55)씨는 "문재인 후보가 왔어요? 자주나 오지 원"이라며 "한 번 와서 저러는 거야 뭐…"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창 일할 나이인 그지만 평일 오후 2시인 그 시각에 일손을 놓고 있었다. 최씨는 "지금은 속초에 물고기도 많이 안 나서 벌어먹을 게 없다"며 "공장에서는 여자들만 받아주니 죄다 여자들이 나가서 돈 벌어오는 처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선이 "이제까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로 끝이 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강원도는 원래 새누리당을 지지해왔고 그 뿌리가 쉽게 뽑히지 않는다"며 "박근혜 후보는 아버지 영향도 있고, 실향민 1세대들은 확고하게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전했다.

물론, 희망을 얘기하는 이도 있었다. 역시나 경로당 밖을 서성이던 김아무개(57)씨는 "실향민 1세대야 무조건 박근혜지만 2, 3세대로 넘어가면 변화가 좀 있을 것"이라며 "지난 총선 때는 새누리당을 확 밀어줬는데 이번에는 반반이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김씨가 지지하는 후보는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다. "기존 정치권이랑 다르게 새롭다"는 것이 그의 평이다.

"다음에 강원도에 올 때는 야권단일후보 문재인으로 찾아 오겠다"

문 후보를 향한 강원도민의 온도차는 강릉원주대에서 열린 강원도 선대위 출범식장 안팎에서도 존재했다.

강릉원주대 강릉캠퍼스에서 만난 남유진(21)씨는 "문재인 후보보다는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며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는데 안 후보는 TV를 통해 많은 정보를 알게 됐다"고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안철수 후보가 20대 사이에서는 더 인기 있는 것 같다"는 전아무개(21)씨는 "박근혜 후보도 포함해서 문재인, 안철수 후보 세 사람 중에서 누구를 지지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문 후보가 바로 옆에 위치한 해람문화관에서 연설 중이라는 말을 전하자 "와! 정말요?"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행사장으로 발길을 돌리진 않았다.

선대위 출범식장 안에서 만난 강릉원주대 대학생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교내 소식통을 통해 문 후보 방문 소식을 알고 일부러 찾은 학생들이 30여명 가량 됐다. 카카오톡을 통해 문 후보의 방문을 전해들었다는 박민준(20)씨는 "정치는 하던 사람이 해야지, 안철수 후보는 너무 이상적인 것 같다"며 "주변 친구들을 보면 문재인 후보를 좋아하는 사람, 안철수 후보를 좋아하는 사람이 각각 반반 정도 된다"고 말했다.

김도현(20)씨는 "민주당이라는 배경이 있어서 책임 있게 정치를 할 것 같다"며, 김민주(21)씨는 "깨끗하다는 이미지에 문재인 후보가 좋다"고 문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a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일 강원도 강릉 원주대 해람문화관에서 열린 강원도 선대위 출범식에서 대선승리를 다짐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일 강원도 강릉 원주대 해람문화관에서 열린 강원도 선대위 출범식에서 대선승리를 다짐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선대위 출범식에서 문 후보는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표출했다. 그는 "대반전이 시작됐다, 승기를 잡아가고 있고 민심이 문재인으로 기울고 있다"며 "다음에 강원도에 올 때는 야권단일후보 문재인으로 찾아뵙겠다, 그리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는 대통령 문재인으로 참가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며 "국정운영 능력, 소통능력, 국가 비전, 모든 면에서 내가 가장 적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광재, 최문순 두 도지사를 연달아 당선시킨 강원도민의 저력을 믿는다"며 "아름다운 경쟁으로 단일 후보를 꼭 이루고 힘을 한 데 모아 정권교체를 해내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강원도 민심 잡기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도민들이 서운해 하신다는 말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작정하고 이틀 일정으로 왔다"며 "고성, 속초, 강릉, 춘천, 원주까지 두루 찾아뵈려고 하니 서운했던 마음 털고 받아달라"고 호소했다.

하루동안 고성, 속초, 강릉을 모두 방문한 문 후보에게 가장 큰 환호가 쏟아진 순간이다.
#문재인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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