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보고 나오는 학생들... 교도소가 떠올랐습니다

[포토에세이] 2013년 수능시험장에서

등록 2012.11.10 11:16수정 2012.11.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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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수능시험이 끝나갈 무렵 수험생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과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철교문.

학부모 수능시험이 끝나갈 무렵 수험생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과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철교문. ⓒ 김민수


2013년 수능시험이 치러지던 날, 시험이 끝날 시간이 되자 수험생을 마중 온 학부모들이 하나 둘 학교 앞으로 몰려옵니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서 그동안 고생한 자녀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고 싶은 학부모들은 철문 틈으로 학교를 바라봅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교도소를 떠올렸습니다. 두부를 손에 들고 출소를 기다리는 가족들 말입니다. 반갑게 맞이하면서 "다시는 이딴 짓 하지 마라!"하며, 두부를 먹여주는 광경말입니다.

우리네 학교교육, "다시는 이딴 짓 하지 마라!"하며 두부를 먹여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옥보다 더하다는 우리 입시교육, 그날 아침에도 꽃다운 청춘이 시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수능시험 시험이 끝날 무렵 수험생을 기다리는 가족들

수능시험 시험이 끝날 무렵 수험생을 기다리는 가족들 ⓒ 김민수


철문, 철조망 너머로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학교. 교도소 담장 너머를 바라보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습니다.

교도소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빨간 줄이 가고, 그것 때문에 사회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지요. 그래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지요. 교도소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여간해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우리의 아이들, 입시지옥이라는 저 교도소에서 나오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은 현실입니다. 대학에 들어가도, 졸업을 해도, 좋은 직장에 들어가도 끊임없이 이 사회는 질식할 것만 같은 경쟁을 강요합니다.


수험생 드디어 시험을 마친 학생이 나오기 시작한다.

수험생 드디어 시험을 마친 학생이 나오기 시작한다. ⓒ 김민수


한 친구가 나옵니다. 이제 저 친구 뒤로 줄줄이 학생들이 나오겠지요. 그를 바라보니, 그물망 뒤라서 그런지 새장에 갇힌 것만 같고, 올무에 걸린 새 같습니다. 누가 올무를, 그물을 쳐놓고 우리 아이들을 잡는 것일까요?

수험생 저 찢어진 그물 사이로 훨훨 날아오를 수는 없겠지?

수험생 저 찢어진 그물 사이로 훨훨 날아오를 수는 없겠지? ⓒ 김민수


우리의 아이들은 저 찢어진 그물 사이로 하늘로 박차고 날아오를 수는 없는 것일까요? '이건 아니데'하면서도 다른 방도가 없어 입시지옥으로 아이들을 내몰고 함께 그 죄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학부모들, 이 나라의 공교육은 정말 미쳤습니다.


그 미친교육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여 우리 아이들이 그 입시지옥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수험생 시험을 마치고도 홀가분할 수 없는 학생들, 대학에 간들, 졸업을 한들 홀가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수험생 시험을 마치고도 홀가분할 수 없는 학생들, 대학에 간들, 졸업을 한들 홀가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 김민수


아이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하고, 교문에서는 수고했다며, 애썼다며 보듬어 주고, 아들은 웁니다. 이것이 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진 굴레들이 아이들 앞에 놓여있습니다.

대학에 들어간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졸업을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닙니다. 직장을 번듯하게 잡는다고, 결혼을 한다고, 아이를 낳는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본래, 삶이란 그런 것이라구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입시제도만 잘 바꾸면 충분히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것 같은 아이들, 저기서 나와도 또다시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아이들을 보면서 학교와 교도소가 그리 다르지 않음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마음이 미어집니다.
#수능시험 #입시제도 #입시지옥 #제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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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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