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 앞 확성기이장님이 마이크를 통해 필요한 방송을 하신다.
서재호
귀농 6년차, 옆 마을에 살다가 지금 사는 마을에서만 1년 6개월을 살았다. 그런데도 아직 내 이름 앞에는 '새로 들어온' 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피식' 웃음이 난다. 내가 들어온 지가 언젠데.
언제쯤이면 이 '새로 들어온' 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까? 지난 6년간 우리 면에서 내 소속은 이랬다. OO마을 새마을 지도자, 농악단 단원, OO초등학교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청년회 회원, 농민회 회원.
이제는 지역의 젊은 사람들을 거의 알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많은 편이다. 그래도 어느 자리에 가서 인사를 나눌 때도 나를 소개하는 말은 여전히 이러하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서재호씬데 어쩌고 저쩌고 … "
원주민의 입장에선 아직도 나를 소개할 표현이 마땅치 않다는 거다. 오랫동안 인적인 변화가 없었던 농촌마을에서는 '들어온 돌'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게 구조적으로 어렵다.
농촌마을을 방문했을 때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노인들의 시선을. 정자에 둘러앉은 노인들은 상대가 민망할 정도로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몇 년간 살아서 적응될 만한 데도 아내는 아직도 노인들이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민망해 한다.
이 쳐다봄은 '뉘신고?'의 의미다. '내 다이어리에 없는 (인명부에 없는) 인사인데 뉘신고?' 또는 '뉘집 아들인고?'의 의미다. 이럴 경우 나는 항상 먼저 인사한다. 인사 받으면 역시 뒤따라오는 눈빛. '그래서 뉘신고?' 귀농 초기엔 나를 장황하게 소개하곤 했다. 하지만 이내 포기하게 되었다. 다 소용없다는걸 알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후 이렇게 말하는게 훨씬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게 된다는 걸 알았다.
"OO마을 새마을 지도잡니다." 이리 말하면 십중팔구는 " 아하, 그러신가?" 하고 넘어간다. 그보다 더 확실한 소개는 "OO마을에 새로 들어온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거다.
뚫어지게 쳐다보는 노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