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제 사건이 하나의 블랙 코미디가 될 것"

[이털남 223회] 문재인-안철수 포스터 붙인 팝아트 작가 이하

등록 2012.11.16 15:52수정 2012.11.1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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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야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이하씨의  포스터

야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이하씨의 포스터 ⓒ 오문수


지난 11월 6일 새벽, 서울 신촌·종로 등 시내 번화가 일대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얼굴이 합성된 팝아트 포스터가 붙었다. 미소를 만연하게 띠고 있는 두 후보의 얼굴이 절반씩 합성된 가운데 공동혁신을 뜻하는 'Co-INNOVATION'이라는 문구가 삽입된 포스터다. 6일은 두 야권 대선 후보가 오랜 뜸들이기 끝에 처음으로 후보 단일화 협의를 위한 회동을 시작한 날이기도 했다. 정치 혁신을 위한 단일화 요구라는 정치적 의사를 팝아트로서 재치있게 표현한 셈이다.

포스터의 주인공은 팝아트 작가 이하씨다. 그런데 서울시 선관위가 이번 포스터를 두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지난 8일 이씨를 공직선거법 93조를 위반한 혐의로 고발했다. 이전에도 이씨는 독이 든 사과를 들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수갑을 찬 손으로 29만 원 수표를 들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정치인을 풍자하는 포스터를 그려서 수차례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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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정치는 항상 궁합이 맞지 않는다"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는 16일 팝아트 작가 이하씨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씨는 "그 분들(선관위) 입장에서는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실은 이게 굉장히 애매한데, 제가 만약 거기에 어떤 이를 지지해달라거나 찍지 말아 달라는 문구를 썼다면 모를까 어떻게 이렇게 애매한 것에 대해서 100% 확신을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작품을 감상하는 감상자의 주관적 가치판단에 맡길 영역이지 권력 기관이 하나의 잣대를 가지고 재단할 영역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씨는 "역사는 예술가의 행위를 기억하지 법의 제재나 처벌 같은 걸 기억하지는 않는다"며 "마치 훈장을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공직선거법 93조 1항은 이전부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 조항이라며 사회적 논란이 많았다. 이씨는 "예술가와 정치는 항상 궁합이 맞지 않는다"며 "새로운 의식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사람들이 예술가이고, 이게 지속되면 문화가 생기고 문화가 생기면 돈벌이가 되니까 경제가 되고 이렇게 되다가 맨 마지막에 시스템을 만드는 존재가 법과 정치"라고 말했다. 시대 흐름에 있어서 법과 예술은 문화적 시차를 만들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씨는 "하지만 언젠가는 지금하고 다른, 미술의 기능이 다른 시대가 온다"며 "그때가 되면 제 사건이 하나의 코미디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포스터를 붙이는 작업이 일종의 사회에 항거하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씨는 "법에 종사하시는 분들, 법을 집행하시는 분들이 권력을 위한 기관이 아니고 서민을 위한 시민들을 위한 기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저를 조사하는 분들이 어떨 때는 상부에서 면박을 받고 오셔서 저한테 하소연도 하시는데 우리의 시스템이 우리를 이렇게 만드는 것 같아 참 측은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제게도 그렇고 역사적으로도 이 시점이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가치가 승리하느냐 아니면 계속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시대로 가느냐의 기로에 있는 것 같다"며 "함께 일해보자는 정치권의 연락도 있었지만, 앞으로도 저는 홀로 이런 일을 하며 제 신념대로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a  지난 6월 28 이하씨가 그린 박근혜 의원 풍자 그림

지난 6월 28 이하씨가 그린 박근혜 의원 풍자 그림 ⓒ 이하


#이털남 #대선 #공직선거법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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