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 삼의사비는 1901년 제주민란 당시에 사회적 폐단을 시정하고자 장두로 나섰던 이재수, 강우백, 오대현 세 사람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이다.
김종길
제일 먼저 '제주 대정 삼의사비'가 눈에 띈다. 비문의 뒤를 살펴보면 '여기 세우는 이 비는 무릇 종교가 본연의 의무를 버리고 권세를 등에 업었을 때 그 폐단이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교훈적 표석이 될 것이다....'로 시작하고 있다. 흔히 '이재수의 난'으로 알려진 1901년 제주민란 당시에 사회적 폐단을 시정하고자 장두로 나섰던 이재수, 강우백, 오대현 세 사람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이다.
현기영의 <변방에 우짖는 새>로 소설화된 이 사건은, 대정에서 포교 활동을 하던 프랑스인 천주교 신부가 부패한 관리와 결탁하여 주민들을 학대하고 수탈하자 주민들이 봉기하여 천주교 신자들을 살해하게 된다. 결국 관군이 파견되고 프랑스 함대까지 동원되어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내고 장두들이 처형된 사건이다.
삼의사비 옆에는 모두 세 기의 돌하르방이 있다. 원래 우석목, 무석목, 벅수머리, 돌영감, 두룽머리 등으로 불리다 돌하르방으로 불린 것은 1970년대였다. 성문 입구에 세워졌던 돌하르방은 제주 시내에 21기, 성읍에 12기, 대정읍에 12기, 도합 45기가 있다. 특이하게도 돌하르방의 키는 제주가 187cm로 가장 크고, 다음으로 성읍이 141cm, 대정이 134cm로 가장 작다. 그럼에도 벙거지형의 모자를 쓰고 부리부리한 왕방울 눈, 큼지막한 주먹코, 꼭 다문 입, 배 위아래로 얹은 두 손의 모습은 엇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