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있는 하늘재와 미륵대원지

[김수종의 수안보 여행기 2] 중원 문화권의 중심 충주

등록 2012.11.21 10:08수정 2012.11.2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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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 '하늘재(寒喧嶺)'는 문경 관음리와 충주 미륵리의 경계에 있다. 예전에 계립령(鷄立嶺), 대원령 등으로 불렸던 하늘재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이다. 신라의 아달라 이사금이 북진을 위해 개척(156년)하여 백두대간을 넘는 최초의 통행로가 되었다.

고구려 온달장군과 평원왕은 빼앗긴 하늘재를 다시 찾기 위해 끈질긴 전쟁을 벌였다. 또한 망국의 한을 안고 살았던 신라의 마의태자와 누이 덕주공주가 넘었던 길이기도 하다. 여기에 고려 공민왕은 홍건적을 피해 안동으로 피난 갈 때 이 길을 이용했다고 한다.


하늘재 충주 수안보에서 올라간 우리나라 최초의 고개 하늘재 ⓒ 김수종


이렇듯 교통의 요지이며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거점이었다. 그러나 조선 태종 때 문경새재길이 열리면서 그 중요성을 서서히 잃었다. 임진란 이후 다른 통행로가 폐쇄된 뒤 오랫동안 행인들의 왕래조차 없어졌다.

인적이 없던 오랜 세월만큼 길 양쪽에는 개울과 함께 전나무, 굴참나무, 상수리 등 다양한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문경 쪽에서 오르는 길은 고갯마루 가까이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 포장을 해 놓았으나 수안보 쪽 미륵리 길은 좁은 소로에 비포장이라 멋스럽고 운치가 있다.

연아를 닮은 나무 피겨를 하는 김연아 선수를 닮은 듯 ⓒ 김수종


따라서 하늘재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안보 미륵리에서 출발하여 도보로 30~40분 정도를 걸어서 오른다. 최근 '연아를 닮은 나무'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고갯마루까지 길이 완만하여 어린이를 동행한 가족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여기에 미륵리 입구에 있는 '미륵대원지(彌勒大院址)'는 불교적으로 의미 있는 문화재로 학습에도 도움이 되는 곳이다. 지명으로 보자면 문경의 관음리는 현세의 기복을 비는 관세음보살을 상징하고, 충주의 미륵리는 미래의 복을 비는 미륵불을 의미하는 곳으로 명칭만으로도 불교와 관계가 깊은 곳이라 짐작이 가능하다.

늦가을 단풍을 보면서 맑은 숲 공기를 마시며 하늘재에 올라 서편에 있는 대미산이라는 바위산을 바라본다. 해발 1,115M로 높기도 하지만 웅장하기도 하다. 언덕 위에 있는 '백두대간 하늘재' 표지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다음, 문경 쪽에 자리 잡고 있는 하늘재 산장에서 부추전과 '문경의 아침 생막걸리'로 입가심을 했다.  


약간 술에 취해 내려가는 길은 더 편하고 쉬웠다. 천천히 걸어 내려와 미륵대원지를 둘러보았다. 미륵대원지는 하늘재와 문경새재에 둘러싸인 험준한 산골짜기 북쪽 기슭에 북향으로 자리 잡고 있는 고려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짐작되는 절터다.

미륵대원지 석불입상, 모양도 방향도 특이하다 ⓒ 김수종


길이 9.8m, 너비 10.75m, 높이 6m의 인공으로 쌓은 석굴식(石窟式) 법당의 중앙에 대좌를 두어 석불입상을 봉안했다. 측면과 후면 석벽 중앙은 감실(龕室)처럼 만들어 작은 불상들을 부조하여 장식했다.

상부에는 목조건물을 지어 천장을 만들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는 석굴사원으로서 방식은 다르지만 토함산 석굴암의 양식을 계승한, 고려시대의 유일한 석목조 구조의 반축조(半築造) 석굴사원이다.

절터 안에는 오층석탑(보물 95), 석불입상(보물 96), 삼층석탑, 석등, 귀부(龜趺), 당간지주, 불상대좌 등의 석조 유물이 있다. 특히 귀부는 그 크기도 웅장하지만, 왼쪽 등 위에 새끼 거북 두 마리가 조각되어 있어 저절로 환한 웃음이 나온다.

거북이 모양 왼쪽 등뒤에 작은 새끼 거북이 두 마리 있다 ⓒ 김수종


절터는 전반적으로 북쪽으로 지형이 낮아짐에 따라 계단식으로 대지를 조성하여 사원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 유일의 북쪽을 바라보는 특이한 구조를 가진 절터라고 한다. 목조 건물이나 목탑 등이 전부 사라진 것이 너무 아쉽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가 망함을 슬퍼해 금강산으로 갔는데, 도중에 누이인 덕주공주는 월악산에 덕주사를 지어 남쪽을 바라보도록 돌에 마애불을 만들었고, 태자는 이곳에서 석굴을 지어 북쪽을 향해 덕주사를 바라보게 했다고 전한다.

수안보막걸리 요즘 보기 드문 옛날식 밀가루 100% 막걸리다 ⓒ 김수종


아무튼 웅장한 석불입상을 감동적으로 살펴본 우리들은 차를 타고 '수안보 양조장'으로 가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월악산온천명주 생막걸리'를 한잔했다. 요즘 보기 드문 100% 밀가루 막걸리로 그런대로 맛이 있어 서울에서 마시려고 4병을 샀다.

수안보온천랜드 이곳에 수안보온천의 중심이다 ⓒ 김수종


막걸리와 간단한 안주로 요기를 한 우리들은 수안보온천문화의 발원지로 알려진 '수안보온천랜드'로 가서 숙소를 정한 다음 다시 욕천욕을 했다. 친구들은 이왕 온 김에 1박을 더한다며 숙소를 정했지만 나는 일이 있어 급히 샤워만 하고는 서울로 향했다.

루미나리에 벌써 수안보는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 김수종


벌써 불을 밝힌 '루미나리에' 불빛을 보면서 서울로 향하는 길은 왠지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온천을 두 번이나 했더니 정말 몸이 개운하고 좋다. 며칠 동안 피부가 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 것을 보면 역시 겨울에는 온천여행이 최고인 것 같다.
#수안보온천 #충주시 #하늘재 #수안보온천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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