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게 한켠에는 마루가 있다. 대책 없이 편하게 굴다가 자세가 푹 퍼질 것 같아서 앉을 생각을 안 했는데...
배지영
날씨는 쌀쌀해졌지만 햇빛을 가득 받은 커피가게는 안온하기만 하던 날, 마루에 앉아버렸다. 내 자매와 친구 최박사, 그리고 아이 둘. 꽃차남은 덥다고 집에서처럼 윗옷을 벗어 런닝셔츠 차림이 되었다. 최박사의 '초딩'아들 준섭은 엎드려서 게임을 했다. 떫은 감정을 반쯤만 억누르고,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때, 30대의 미혼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카페에 들어왔다. 우리의 '대자유'를 보고는 "뭐야?" 하는 표정으로 나가버렸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게 주인한테 미안해서 꽃차남 옷도 안 입힌 채 나왔다. 그런데도 영수증을 보니까 커피 한 잔 가격은 받지 않았다. 도장 10개를 찍으면 한 잔을 그냥 주는데 나는 쿠폰을 받지 않으니까 깎아준 모양이었다.
다음 날에 다시 갔다. 큰애와 꽃차남, 내 자매와 함께. 우리는 우아하게 있다 오고 싶었지만 세상 사는 일이 뜻대로만 되는 건가. 한 술 더 떠, '진상' '찌질이' 손님이 될 판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주문한 아이스크림에는 장식으로 시리얼이 딸려 나왔다. 큰애와 꽃차남은 아이스크림은 녹게 내버려두고, 시리얼만 서로 더 먹겠다고 으르렁거렸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읽은 글이 기억났다. 그는 아이와 둘이서 팥빙수를 시켜먹었다. 그의 아이는 팥을 더 먹고 싶어 해서, 그는 가게 주인에게 아이가 먹게 팥을 조금만 더 달라고 했다. 주인은 팥 값으로 500원을 받았고, 그는 가게 주인이 야박하다고 성토를 했다. 그러나 대다수는, 비싼 에어컨을 켜고 하루 종일 일하는, 자영업자 편을 들었다. 물론, 나도.
나는 절박했다. 집에서처럼, 큰애와 꽃차남이 본능을 싹 까놓고 육탄전까지 가 버리면, 카페는 더 이상 '육아실미도'의 탈출구가 되지 못한다. 나는 커피가게 주인에게 시리얼만 따로 추가 주문할 수 있냐고 물었다. 주인 중 한 명(형제로 보이는 이 둘이 한다.)은 불가능하다는 거절의 말을 했다. 그것도 웃으면서. 그리고는 시리얼을 듬뿍 갖다 주면서 말했다.
"그냥 드려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