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바다에 두 여인의 '소원돌'을 묻다

'소원돌 프로젝트' 여섯 번째 여정

등록 2012.12.10 09:25수정 2012.12.1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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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돌 프로젝트'는 필자가 16년 서울살이를 접고 부모님 계신 고향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여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국내외 좋은 게스트하우스를 직접 찾아가 그곳만의 매력과 운영 노하우를 수집하는 여정 중 본인뿐 아니라 타인의 간절한 소원을 특별한 장소에서 기원해 드리는 프로젝트입니다.

최근까지 '2013년 게스트하우스 쥔장 되기, 꿈의 프로젝트'란 제목으로 연재했으나 필자, 바람했던 꿈이 현실이 되었기에 이번 회부터 새로운 제목으로 인사 드립니다. 앞으로는 다채로운 여행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 중에 발견하는 좋은 게스트하우스 정보, 그리고 소원돌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나갈 것입니다. 모든 이의 진정 행복한 삶을 응원하며! - 필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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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함덕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JEJUKAYAK 게스트하우스' ⓒ 이명주


수 년 만에 제주도를 방문했다. 모 단체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위한 아카데미 마지막 공식 일정이었는데 퇴사를 했음에도 불구 졸업 워크숍 참여를 권해 별도 경비 지출 없이 좋은 여행에 동참할 수 있었다. 2박 3일 중 하루는 자유여행 일정이었는데, 그 여정 중에 우연히 발견한 'JEJUKAYAK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한다.

그것은 함덕해수욕장 초입에 있었다. 해수욕장에서 뛰어나와 차도를 건너 주인장이 만들어둔 친절한 그물계단 대여섯 개를 오르면 게스트하우스 마당에 이르는 환상적인 위치였다. 낮고 평범한 기와지붕 단층 건물에 아마도 주인장과 그 절친한 벗들이 공동작업을 했을 법한 알록달록 뽀로로와 무지개 페인트 그림이 정겨웠다.

마당에 들어서자 백지영의 <그 여자>가 흐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혼자 걷던 내내 흥얼거렸던 노래를 들으니 '이건 무슨 조화'인가 싶었다. 건물 벽면에 붙여 만든 작은 나무 탁자, 도미토리식 두 개의 방 침대 곳곳에 붙은 게스트들의 편지, 디자인을 통일하기보다 편안함과 자유로움이 돋보이는 갖가지 색의 이불, 침대, 커튼들, 바위 위에 얹혀진 소라 껍질….

자연 속에서 얻고, 또 정성으로 만든 것들이 게스트하우스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것을 보니 공간의 느낌이 그 주인된 사람의 색채와 무관하지 않을 듯했다. 본인이 찾아갔을 때는 주인장이 출타 중이었던지라 돌아와 이메일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런데 역시…, 주인장은 카약으로 제주-한강을 일주할 만큼 독특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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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의 색깔이 돋보이는 JEJUKAYAK 게스트하우스 모습 ⓒ 이명주



강정포구에 두 여인의 '소원돌'을 묻다


다섯 번째 소원돌 주인공은 각각 서울 노원구와 마포구에 사는 고영란("언제나 18세!")님과 정현주(35)님이다. 고영란님의 소원은 "철들지 않는 것"이라 했다. 그 의미는 "주변의 상황 때문에 나다움을 잃지 않음"이라고 했다. 정현주님의 소원은 "어른이 되는 것"이라 했다. 그가 바라는 어른이란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라 했다.

두 여인의 소원을 듣고 보니 결국 다른 듯 같은 바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강정마을 포구에서 하나의 돌에 두 소원을 빌었다. 포구의 왼쪽은 해군기지 건설이 한창이었다. 낯설고 차갑고 거대하고 딱딱한 물체들이 채워지고 있었다. 한손으로 왼쪽 시야를 가리면 나머지는 여전히 아름다운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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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소원돌 프로젝트'. 고영란·정현주님의 소원돌 ⓒ 이명주


두 여인의 철들지 않음과 어른의 의미가 눈앞에 강정 풍경을 마주하는 마음과도 닮았단 생각을 했다. 자의던 타의던 그저 순수하게, 태어난 그 자체로 자연이 존재할 수 없는 현실. 그러나 진정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가 나로서, 그리고 나로써 현실에 대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최근 새누리당의 단독 표결처리로 제주 해군기지 예산안이 통과되었다. 필자가 제주를 방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당시 마을에는 가는 곳마다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각종 펼침막과 벽화들이 보였다. 건설현장 입구에는 길게는 6년, 짧게는 수십 일째 시위 중인 사람들이 공사 차량이 들어올 때마다 수십 명의 전경과 몸싸움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 모든 민의를 무시하고 기지 건설을 일방 강행하는 위정자들의 속내는 무얼까. 군사시설을 늘리는 것이 진정 평화를 공고히 하는 것일까. 자연을 있는 그대로 지키는 것, 그것을 그렇게 지키고자 하는 맘을 존중하는 것. 이것이 국방을 강화하는 것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우리 세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가치임을 정말 그들은 모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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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포구에서 보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현장. 공사 진행율은 이제 20%에 불과하다. 제주의 자연을 지키고자, 군사시설 확장을 반대하는 이들은 지금이라도 공사 자체를 멈춘다면 모든 것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 이명주


덧붙이는 글 필자의 꿈의 게스트하우스가 궁금하다면 페이스북 페이지 /BangsasiGuesthouse 또는 네이버 카페 '방사시 게스트하우스'로 놀러오세요.
#JEJUKAYAK게스트하우스 #함덕해수욕장 #제주해군기지 #제주게스트하우스 #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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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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