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동수당, 후퇴하기는 했지만 '있습니다'

[오마이팩트] 박근혜 후보 "공약 폐지했다" 주장

등록 2012.12.17 16:57수정 2012.12.1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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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운동이 막마지에 다다른 가운데 대선 후보와 참모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의 공약과 주장을 쏟아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 사실검증팀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날마다 후보와 핵심 참모들의 발언을 모니터해 신뢰할 만한 각종 데이터를 통해 검증할 것입니다. 사안에 따라 누리꾼이 직접 참여하는 '함께 검증하는 뉴스'도 운영할 것입니다. 대선후보 사실검증 '오마이팩트'에 누리꾼 여러분의 적극적 참여(이메일 politic@ohmynews.com, 트위터 @ohmy_fact)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취재 : 사실검증팅] 구영식 김도균 홍현진 박소희 기자 / 그래픽 고정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방송국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방송국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아동수당은 2009년 일본 민주당의 총선 공약이었다. (그런데) 작년 7월 일본 총리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약속 금액을 절반으로 줄였다가 결국 공약을 폐지했다. 재정 형편이 가능하다면 누가 반대하겠나. (재정문제 때문에) 일본도 포기했다." (16일, 대선후보 3차 토론회)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지난 16일 대선 후보 3차 TV토론회에서 재정문제를 이유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내놓은 '아동수당 도입'을 물고 넘어졌다. 특히 박 후보는 일본의 사례를 들어 문 후보 공격에 나섰다. 2009년 아동수당을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일본 민주당이 재정부담으로 인해 최근에 이를 폐지했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선별복지 아동수당'을 '보편복지 어린이수당'으로 전환

일본이 지난 2009년에 처음 아동수당을 도입한 것은 아니다. 일본은 '자민당체제'였던 지난 1972년부터 아동수당을 지급해왔다(국민일보). 당시 아동수당은 0세~12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연령과 어린이 수 등에 따라 차등지급했다. 게다가 일정소득 이상이면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일본 민주당은 이렇게 '선별복지'였던 아동수당을 '보편복지'로 전환시켰다. 지난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소득에 상관없이 0세~15세 아동에게 월 2만6000엔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명칭도 '아동수당'이 아닌 '어린이수당'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에 부딪쳐 애초 약속했던 수당에서 절반이나 삭감된 월 1만3000엔만 지급했다(2010년).

일본 민주당은 2011년부터는 총선에서 약속했던 월 2만6000엔의 아동수당을 지급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재정문제에 발목이 잡혀 2012년부터는 연령, 아동수, 소득수준 등에 따라 아동수당을 차등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중학생 이하의 자녀를 가진 가정을 대상으로 3세 미만은 1인당 월 1만5000엔, 3세부터 초등학생·중학생까지는 월 1만 엔을 지급한다.


다만 3세부터 초등학생까지 자녀가 3명 이상인 경우 세 번째 이상 자녀에게는 월 1만5000엔을 지급한다. 게다가 소득수준에 따라 지급액도 제한했다. 즉 부모의 소득이 연간 960만 엔 이상이고 자녀가 2명일 경우 1인당 월 5000엔만 지급한다는 것이다(연합뉴스). 명칭도 '어린이수당'에서 다시 '아동수당'으로 바꾸었다.

결국 일본의 아동수당은 선별복지로 시작해 보편복지로 전환을 꾀했지만 재정문제에 부딪쳐 다시 선별복지로 후퇴했다. 이러한 후퇴에는 재정문제를 우려하는 야당과 보수언론 등의 반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수당 지급액수를 제안했을 뿐 제도를 없애지는 않아

하지만 일본 민주당이 철저한 재정 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은 채 무상복지 공약을 약속한 것을 사과하긴 했지만, 박 후보가 토론회에서 주장한 것처럼 아예 아동수당을 폐지한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 지난 2009년 중의원 선거 때 공약한 '어린이수당'(현 아동수당)을  수정했을 뿐이다(경향신문). 아동수당 지급액수를 연령과 아동수,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제한하는 쪽으로 수정했을 뿐 아동수당 자체를 폐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아동수당을 도입한 나라는 일본과 스웨덴, 핀란드, 프랑스, 영국, 룩셈부르크, 호주, 이스라엘, 캐나다 등 88개국에 이른다. UN(국제연합) 회원국 193개국(2012년 현재) 가운데 45.6%가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가운데 한국과 미국, 터키, 멕시코 등을 제외한 나라에서 아동수당제가 실시되고 있다(이데일리).

한국에서는 곽정숙 전 민주노동당 의원과 박원석 현 진보정의당 의원 등이 아동수당 도입이 포함된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각각 지난해와 올해 발의한 바 있다. 0~12세 아동에게 월 10만 원을 지급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각 후보의 '피노키오 지수'를 보시려면 위 이미지를 클릭해주세요.

#박근혜 #아동수당 #어린이수당 #일본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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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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