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북한자료 인터넷 올린 교사에 '무죄'

서울중앙지법 최병선 판사 "사상 편향 여부는 토론장에서 해결할 문제"

등록 2012.12.27 17:06수정 2012.12.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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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누리집에 북한 관련 자료 등 이적 표현물을 게재하거나 배포한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소속 교사 2명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그런데 이번 판결이 나오면서 1심 재판부의 판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심 재판장인 최병선 판사는 "사상의 편향성은 당부나 편향성 여부를 떠나 법의 잣대가 아닌 사상의 시장인 토론의 장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검찰의 공소 사실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 교사인 A씨(54)는 2006년 3월 전교조 서울지부 누리집 자료실에 '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만세'라는 문구가 기재된 북한 제작의 포스터 사진 등 북한 홍보사진들을 편집해 '새학기 환경미화 통일란 참고자료'라는 제목으로 게시했다.

또한 자신이 근무하는 중학교 교무실 책상에 '전교조 통일일꾼 연수'라는 제목의 문건을 보관하는 등 2005년 2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총 16회에 걸쳐 이적자료를 게시하거나 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 강동구의 한 중학교 교사인 B씨(49)는 전교조 서울지부 통일위원회 인터넷 카페 '통일학습자료실'에 자신이 작성한 '우리나라 통일문제의 본질' '자주통일 실현을 위한 통일방안 검토' 등의 문건을 게재하는 등 2005년 9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총 31회에 걸쳐 이적표현물을 게재하거나 소지 또는 반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할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자유·관용 바탕으로 다양성 존중돼야"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최병선 판사는 2009년 1월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교사 A씨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에 대해 교사로서의 사상적 편향성을 의심하면서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함을 이해하나, 교사로서 교원의 중립성 등을 위반해 징계 등의 제재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과 국가보안법에 근거한 처벌여부는 별개의 것으로서 그러한 사정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국가보안법의 구성 요건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토대되는 근본 가치에 관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침해될 수 없게 국가보안법 등 제도를 통해 절대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반면, 그밖의 가치는 자유와 관용을 바탕으로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있는 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사상에 근거한 행동이 아닌 한 사상의 당부나 편향성 여부를 떠나 원칙적으로 사상의 시장인 토론의 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있는 체제"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작성한 글들은 직접적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한다거나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직접 부정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아 헌법상 용인되는 범위의 글들이며, 피고인들은 통일교육지원법에 근거한 통일교육을 담당하던 교사로서 이러한 교육을 위해서는 북한자료에 관한 합리적인 수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본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할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제작·반포·취득·소지했다고 합리적 의심 없는 확신에 이르지 못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이 항소했으나, 서울중앙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김필곤 부장판사)는 2010년 1월 "피고인들이 이적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인식하에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쉽사리 추정할 수는 없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 "일부 표현물 이적성 인정할 수 없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7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찬양·고무)로 기소된 전교조 소속 교사 A씨와 B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요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통일위원회 소속 교사인 피고인들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할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취득·제작·반포 또는 소지했다는 것"이라며 "원심은 일부 표현물에 이적성을 인정할 수 없고, 나머지 표현물도 피고인들에게 국가보안법에서 정하는 이적행위의 목적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전부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을 유지한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검찰의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이적행위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전교조 #국가보안법 #찬양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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