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3년 반... 공영방송이 확성기·전광판 됐다"

[이털남 251회] 장지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

등록 2012.12.28 17:02수정 2012.12.2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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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 이후 주목받은 중요한 선거 이슈 가운데 하나는 바로 50대의 투표율이 90%에 육박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게다가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박근혜 당선인에게 몰표가 나오면서,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이전의 선거와 미디어 지형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C, KBS 등 공영방송국의 파업과 낙하산 인사 파문 등 언론에서 지난 5년간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고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개편된 미디어 지형이 대선 표심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미디어 지형이 앞으로는 어떻게 조정되고 변화할지도 중요한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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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28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하여 이번 대선에 언론이 미친 영향에 대해 진단했다.

장 실장은 "언론이(권력에 의해) 현재 완전 장악된 상태에서 편파보도를 한 것이 50대 이상은 물론 심지어 젊은 층에게도 분명 영향이 있었다"며 "50대 이상에게는 종편채널을 통해 집중적으로 왜곡되고 편향된 보도가 이뤄진 반면 종편채널을 보지 않는 젊은 층에게는 (지상파에서) 대선 보도가 너무나 적었던 부분이나,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이를 규명하지 않고 정치적 공방으로 처리해버리는 보도를 통해 정치적 혐오와 무관심을 조장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이번 대선은 너무 특이한 것이 토론회가 10차례밖에 없었다"며 "이것은 기본적으로 지난 총선 이후 여당이 판단하기에 정치적 지형상 '바람'만 불지 않으면 자신들에게 승산이 높다고 보고 대선 보도를 줄여나가는 것이 좋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당이 조용한 선거를 통해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고 지상파 방송사 경영진이 그에 코드를 맞추게 했다는 것.

이어 장 실장은 "언론이 장악된 지가 짧게 잡아도 3년 반 정도 되다보니까 이제는 방송사가 독자적인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게 아니라 나팔수 역할, 확성기 역할을 하면서 전광판처럼 써주는 대로 간략하게 보도하는 정도로 전락한 상황"이라며 "방송사들이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선거 전략 안에서 하나의 수단이 되지 않았는가 싶다"고 말했다.


"'공정보도 요구' 장악하는 방법, 더 정교해질 것"

이렇듯 공중파가 대선을 묻어버리다시피 하니 결국 조중동 종편이 특수를 누렸다는 진단이 일반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장 실장은 "MBN은 YTN을 제친 수준이고 (시청률) 평균이 1%P를 넘지 못하는데 대선 기간에서 3%P를 넘은 것이 꽤 여러 번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공중파를 아무리 틀어도 대선에 대한 보도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하루 종일 대선 관련 방송을 진행했던 종편으로 채널이 넘어가게 되었다는 것.

장 실장은 "언론노조가 체크한 결과 공중파는 하루 평균적으로 (대선 보도가) 4분 30초 정도가 되는데 이렇게 대부분이 두루뭉술한 형태로 전달이 됐고, 그러다 보니 후보 간에 실제로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정책적으로 각이 안 서고, 결국 이미지를 통한 투표로 이어진 측면이 아닌가 싶다"며 "또한 시청률 3%P가 작은 수치처럼 보여도 매일 3%P나 되는 분들이 바뀌면서 형성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수치가 별 게 아니라고 하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는 공중파 방송국의 정상화로 이어진다. 장 실장은 "그럼에도 언론노조나 언론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공정보도 투쟁에 대한 열의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문제는 앞으로는 공정보도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장악하는 방법들이 더욱 더 정교해질 것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게이트 키핑(내부 검열) 문제가 여전하고 또 말 잘 듣는 기자와 말 안 듣는 기자를 나눠서 압박하는 것도 있다"며 "언론인은 기사든 방송이든 자기 것을 만들어서 보여줘야 하는데 (압박이) 더욱 정교해지는 상황에서 그게 가능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특히 공영방송의 정상화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 장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명박 정권 안에서 있었던 낙하산 인사의 퇴출 문제나 MBC에서 무려 200여 명의 징계자·해고자가 발생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그 모습을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어떤 형태의 방송과 미디어가 추진되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까지 그렇게 국민에 대한 대통합을 이야기하셨는데 그 전에 통합이 안 되고 분열이 됐던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고쳐나가야지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가자고만 말하면 그것은 대통합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장 실장은 "반대 측에 있는 사람들이 흔히 박 당선자는 본인을 지지하는 분만 국민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 본인과 생각이 다르면 국민으로도 보지 않는 게 아니냐고 의구심을 가지곤 한다"며 "그런 생각들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본인과 약간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고, 경제적으로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모두가 국민'이라는 말을 지키기 위해 아픈 사람들부터 먼저 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털남 #대선 #종편 #언론노조 #장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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