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장이 임명할 대변인을 박근혜 당선자가 임명 논란

앞뒤 바뀐 인선, 인수위 대변인이 인수위원장 발표... 인수위 관련법 위반 시비

등록 2012.12.29 21:12수정 2012.12.2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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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인수위원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는 인수위원회 대변인을, 권한이 없는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이 인수위원장을 임명하기도 전에 직접 임명해 현행법을 어겼다는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인수위원회가 공식 출범해 가동되기 전부터 '인수위의 입'이 될 대변인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아, 법과 원칙을 중시해 온 박근혜 당선인으로서는 부담스럽게 됐다.

또한 지난 27일 인수위원장 발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사실 국민의식 속에 법을 경시하고 법을 무시하는 사람이 영웅시되는 의식구조가 있다"고 말한 김용준 인수위원장도 머쓱해지게 됐다.

김용준 위원장은 '법밖에 모른다'고 말할 정도로 평생을 법조인으로 살아왔고 그것도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최고의 법률가이자, 게다가 인수위원장 제안을 받고 인수위 관련 법률을 살펴봤고 말했기 때문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먼저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24일 새누리당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았던 이정현 최고위원을 통해 인수위원회 윤창중 수석대변인과 남녀 대변인으로 박선규ㆍ조윤선 대변인 임명을 발표했다.

박근혜 당선자는 이어 지난 27일 이번 대선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인수위원장에 임명했다. 법조인이 인수위원장을 맡은 것이 이번에 처음이어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 그런데 이날 김용준 위원장의 인선 발표는 윤창중 수석대변인이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박선규ㆍ조윤선 대변인도 함께했다.

하지만 이는 현행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어서 위법 시비가 일고 있다. 쉽게 말해 이번 인수위원장과 대변인의 임명 절차와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특히 법에 따라 인수위원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는 대변인을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이 직접 임명해 대변인 자격 논란은 불가피하다.


현행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당선인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명확히 하고 대통령직 인수를 원활하게 하는 데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정운영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통령당선인은 이 법 제8조에 따라 위원장 1명, 부위원장 1명 및 24명 이내의 위원으로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게 되는데, 명예직인 위원장과 부위원장 및 위원은 대통령당선인이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번 시비의 근거는 인수위원장의 권한과 인수위 구성과 같은 세부내용을 규정한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다.

이 시행령 제4조(분과위원회 등)는 위원회의 업무를 전문분야별로 분장하기 위해 위원으로 구성되는 분과위원회를 둘 수 있고, 전문적인 사항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자문위원회를 둘 수 있고, 위원회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대변인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변인, 자문위원, 전문위원, 사무직원은 인수위원장이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경우 대변인은 위원 중에서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는 대변인을, 임명 자격이 없는 박근혜 대통령당선자가 직접 임명함으로써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한 대변인을 인수위원 중에서 임명하는 것도 어긴 것이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지에 있는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화면 캡쳐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지에 있는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화면 캡쳐신종철

한편 이와 관련, 기자는 새누리당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이날 오후 6시30분 이후 몇 차례 새누리당에 전화(3786-3000)를 걸었으나 주말 저녁이라서 그런지 로고송만이 나올 뿐 전화를 받지 않아 입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

재미 탐사전문 블로거 안치용씨가 처음 문제제기

이런 사실은 재미 탐사전문 블로거 안치용 씨가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처음 제기했다.

안씨는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를 위반한 것으로 명백한 불법"이라며 "따라서 윤창중 인수위 수석대변인, 남녀 박선규, 조윤선 대변인 임명은 아무런 법적근거가 없는 대통령 당선인의 범법행위이며 두말할 필요 없이 이들의 인수위 대변인 임명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 누구라도 이 사안과 관련, 박근혜 당선인을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소, 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씨는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임명발표를 듣는 즉시 인수위 관련 법조항부터 검토했다고 밝혔으므로 이 같은 불법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했으리라 생각되므로 마땅히 이를 시정하리라 믿는다"고 김용준 인수위원장에게 시정을 촉구했다.

끝으로 "박근혜 당선인은 원칙ㆍ법치 등을 강조했지만 첫 단추부터 불법을 감행한 것"이라며 "당선인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법대로', 지금부터라도 합법절차를 따라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근혜 당선인 위법한 임명... 윤창중 수석대변인 임명 취소하라"

박용진 대변인은 29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창중 수석대변인과 박선규, 조윤선 대변인을 임명한 것은 현행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박근혜 당선인이 인수위 설치도 전에 불법 시비에 휘말리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수위 건과 관련해서 법 절차상의 무지함을 드러낸 것이고, 불법 시비를 초래한 것은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의 책임"이라며 "대통령직 인수업무에 있어 작은 면에서부터 원칙과 규정을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설치된 법령을 위배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변인은 "박근혜식 밀봉인사의 결과도 문제가 많고, 인사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서 당선인이 주장하는 법치와 원칙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간다"며 "문제가 되고 있는 윤 수석대변인은 즉각 임명 취소 조치하고, 다른 대변인에 대해서도 즉각 시정조치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인수위원회 #대변인 #윤창중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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