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하면 야근·특근 많이 하고 싶어요"

[찜e시민기자] 비정규직 노동자 변창기 시민기자

등록 2013.01.04 10:10수정 2013.01.04 11:47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 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저도 찜e시민기자가 되다니 신기하네요. 저는 찜 될 만한 그릇이 못 되는데…"


아닙니다. 천만에요. 충분하십니다. 사실 늦었지요. 변창기 기자님이 현대자동차 사내 불법파견으로 해고된 뒤 지금까지 쓰신 수많은 기사가 떠오릅니다. 고기 회식자리에서 받은 '희망퇴직서', 기름밥 먹던 내가 제주 귤농사 잘 할 수 있을까요? 등등의 기사에서 변창기 기자님의 고된 하루하루가 그려집니다. 변창기 기자님의 '묵직한' 문장에서 편집기자들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가슴에도 한 번씩은 '찡'한 종소리가 났을 겁니다.   

기회라 생각했던 제주도에서의 귤농사도 3개월 만에 좌절됐습니다. 그래도 가족들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었겠지요. 그 후로도 계속 49세 가장 변창기 기자님은 비정규직이라는 수레바퀴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습니다. 그 버팀의 중심에는 가족 말고 '사람'도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업체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들입니다.

변창기 기자님은 지난 2010년 7월 대법원이 내린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을 회사 측이 받아들일 때까지 사람들과 뜻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밤을 새우고도, 일이 생기면 잠시 동안만이라도 농성장으로 달려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철탑농성이 80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농성장 기사를 제일 많이 쓴 기자는 전 언론사 통틀어 아마 변창기 기자일 겁니다. 그의 바람은 오로지 단 하나 입니다. 복직. "복직하고 잔업·특근 많이 해서 돈 벌고 싶다"는 변창기 기자님의 말이 귓속을 울립니다.

☞ 변창기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돈과 권력에 소외된, 그런 사람도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a

제주도에 귤농사 지으러 갔을 때. ⓒ 변창기




- 새해 첫 날 철탑농성장에서 떡국 먹은 기사 잘 봤다. 기사에 나오기도 하지만, 그 심정이 어땠는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이 짠 했지요. 밑에서 보기엔 꽤 넓어 보이던데 막상 올라가 보니 칼잠 자기도 불편하고 서 있기도 불편하더군요. 미안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건강이 많이 걱정되기도 하네요."

- 틈만 나면 현장으로 달려가시는 터라, 그리고 일도 많이 하시고. 상대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극히 적을 것 같다. 식구들의 불만은 없나.
"불만이 왜 없겠어요. 자식들이 안 놀아 준다고 뭐라 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아내는 불만이 적어요.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에 관심이 많거든요. 정규직으로 전환 되기를 많이 바라고 있지요."

- 현대차에서 해고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기자님의 일거수일투족을 기사화 해왔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
"그냥 제 사는 이야기죠. 제 주변의 이야기구요. 세상의 한 모퉁이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비주류 인생도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돈과 정치,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도 당신의 이웃이고 함께 살아가는 생명임을 알리고 싶었어요. '여기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 해고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제일 크다는 걸 안다. 기자님 기사에 그런 사연들이 적지 않다. 요즘은 어떤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가진 재주가 없으니 몸 쓰는 일 외에 딱히 돈 벌 방법도 모르겠고요. 그래도 열심히 사니까 많은 분들이 염려해주고 직접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가장 가슴 뭉클하게 한 건 부천에 사시는 한 선생님의 도움입니다. 지역에서 식당도 운영하고 계시는데, 제가 올린 사연을 보시고 매달 50만 원 후원금을 보내주십니다. 저는 그분을 몰라요. 처음 보는 분임에도 그렇게 생계비를 후원해 주시니 얼마나 고맙던지요. 그 바람에 숨통이 조금 트였지요."

- 중간에 가족들이 기사화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삭제해 달라는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어떤가?
"아내는 저와는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요. 처음엔 멋 모르고 그냥 가정사 이야기를 했었는데 처가댁 다른 가족이 내용을 보고 전화를 했나보더라구요. 가정 이야기는 제발 올리지 말라며 화를 냈어요. 그 후 제 가족이나 가정 이야기는 되도록 하지 않아요."

- 기자님의 기사를 편집할 때 마다, 참 가슴이 아프다. 기자님의 기사는 상당히 무미건조한 편이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없어도, 묵직한 어투가 오히려 '짠한' 울림을 준다. 글쓰기가 어렵지는 않나?
"잘 지적하셨어요. 저는 사실 표현의 한계도 있구요. 글쓰는 재주도 타고나질 못했어요. 저는 사실 중학교 때까지도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했어요. 가방줄도 짧고 머리도 둔해요. 그러니 무슨 글이 되고 문맥이 이루어지겠나요. 울산에서 활동하는 박석철 시민기자 글 보세요. 기자답게 잘 쓰시잖아요. 저는 그런 글 못써요. 그래, 글 잘 쓰는 분들 보면 늘 부러워요. 글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책을 보기도 하지만 이해를 못하니 저도 답답해요. 어설프기 짝이 없는 제 글임에도 불구하고 잘 편집해서 채택해 주시니 늘 <오마이뉴스>에 고마워요."

"정리해고 생각만 하면 억울...복직하면 야근·특근 많이 하고 싶다"

a

촛불시위 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이 변창기 기자. ⓒ 변창기




- 가끔은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부러울 것 같은데, 어떤가. 어떨 때 제일 일자리, 현장이 그립나.

"정리해고 생각만 하면 억울해요. 공정합리화 공사가 들어가 어쩔 수 없이 사직서 쓰고 나오게 되었지만 그 생각만 하면 속이 많이 상합니다. 정규직은 돈 받아가며 집에 쉬다가 공사가 다 끝난 후 다시 들어가 일을 했지만 저는 다시 들어갈 수가 없게 되었어요. 현대차가 불법파견이라고 노동부에서 판정 내린 후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하고 활동을 했었어요. 저는 좀 단순무식한 편입니다. 제 생각에 '불법파견이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맞다'는 거죠. 그래서 노조활동 열심히 했어요.

2000년 7월 3일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들어가 일했는데요. 2010년 3월 15일 정리해고 되고 말았죠. 딱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게 얼마나 기죽게 하던지요. 그렇게 정리해고 당하고 1년,  2년 세월이 흐르니 점점 더 부러워져요. 정규직이 임금협상 타결로 돈 얼마 더 받았다더라, 뭘 더 받았다더라, 뭐가 좋아졌다더라 할 때 정말 속상하고 그래요. 노동자들이 가슴에 사원증 달고 출근하고 퇴근 하는 모습이 부럽지요. 현장에 들어가 다시 일하고 싶어요. 3년 전까지 같이 일했던 분들과 함께 다시 농담도 주고 받고 사는 이야기도 해가며 직장생활 하는 게 희망입니다."

- 다시 현장으로 돌아간다면, 제일 하고 싶은 일?

"지금 우리 가정은 어렵습니다. 물론 해고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다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현장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잔업, 특근 많이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그동안(현대차에서 해고된 후) 아내는 여기저기 돈을 빌려다 생활비를 보태고 있었나 봅니다. 많이 어려웠던지 빚이 1천만 원 있다는 말을 솔직히 털어 놓더군요. 그때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가장이 가장노릇을 못하니 좋은 여자 데려다 생고생 시키는구나 싶은 게 많이 미안했습니다. 우선 어려운 가정 경제부터 정상화 시키려면 닥치는 대로 일해야 합니다. 빚을 갚아야 하니까요."

- 시민기자가 되고 나서의 삶도 많이 달라졌을 거 같다.
"얼마 전에 제가 올린 글이 처음 채택된 기사를 다시 보았어요. 잉걸에 채택되었었는데 그 땐 그게 얼마나 기쁘던지요. "와, 내 글도 채택이 되네?" 하고 신기하게 생각했어요. 용기가 생겨 그냥 사는 이야기로 계속 올려 왔지요. 별로 글도 안 되고 문맥도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편집실에서 필요하면 잘 수리해서 쓰겠거니' 하고 글을 써 올리기만 했어요. 그럼에도 오름에 기사로 올라가기도 하고 상도 주고 하니 이거 뭐 기분 대끼리죠. 실력도 안 되는데 총선,대선팀에 같이 해보자는 제안도 받구요. 그러다 보니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저를 뒤돌아 보고 성찰하는 기회도 되구요. 여러모로 제 삶에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습니다."

- 기사는 기사대로 엄지뉴스는 엄지뉴스대로 보내더라. 엄지뉴스는 기자님에게 어떤 소통의 자리인가.
"처음엔 엄지뉴스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어느날 보이길래 클릭해 보았어요. 사진과 함께 짤막한 글들이 수두룩 하더라구요. 신기하데요. 저도 제 사는 이야기 중에 소식은 올리고 싶지만 내용이 너무 짧아서리 올리기 좀 거시기 한 게 있잖아요. 또, 폰 사진기로 찍어 바로 올리는 재미도 있구요. 엄지짱이 있길래 엄지짱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주 올리게 되었어요. 어느날 드디어 엄지짱에 걸렸다는 전화가 오더라고요. 소원성취 했죠 뭐."

- 기자님이 생각하는 2012년 올해의 인물이 있다면?
"김소연과 김순자…. 두 분 다 대통령 후보로 나왔었죠. 대통령 후보에 등록비가 3억 원이나 든다더군요. 또, 홍보비용으로 2억 원 들고요. 모두 최소한 5억 원은 있어야 하고 전국을 다니며 선거운동 하니까 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겠죠. 김소연씨는 대통령 후보 등록 후에 울산 현대차 철탑 농성장에다 선거투쟁본부를 떡하니 차리더라구요. 저는 김소연씨에 대해 몰랐어요. 철탑농성이 시작된 후 자주 보던 분들이 김소연 후보 선거운동을 돕고, 제가 조합원으로 있는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도 김소연씨 선거운동을 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녀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죠. 김순자씨는 우리 동네에 정몽준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과학대학이 있는데 거기 대학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분이시더군요. 노조활동을 하면서 열심히 하셨던 분으로 알고 있어요. 저로선 감당해 낼 수 없는 일들을 하시는 분들이라 참 존경하구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비정규직 노동현실에 대해 세상에 알리려고 비싼 값 치르고 대통령 후보로 나선 것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산 한진 중공업 관련 기사요. 손배가압류 158억 원과 박근혜 당선에 절망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접하고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어요."

- 2013년 기자님의 계획이 있다면요?
"저는 지금 학교 일용직 소사로 일하고 있지요. 2012년 말에 울학교 행정실 직원이 계약해지 당하는 걸 보았어요. 저도 9개월 전 당하기도 했구요. 아직 20대 초반인데 짐싸들고 고개 떨구고 집에 가는 모습이 넘 안쓰러웠어요. 대체인력이 학교엔 많은 거 같아요. 행정실은 또 일할 사람이 필요하니 공고를 내고 신규채용을 하네요. 사람 참 비참하게 하는 그런 비정규직 제도가 좀 사라졌으면 해요. 다닌 지 얼마나 되었냐고 물으니 "3일 있으면 2년이 된다"고 하대요. 2년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어야 하니까 그 전에 계약해지 시킨 거 같아요. 노동자 보호법이 아니라 비정규직 양성법이더라고요. 저는 오십 평생을 하루살이처럼 살아온 거 같아요. 지금 현실도 그렇구요.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직장생활이 이어지고 있잖아요. 언제 잘릴지 몰라 늘 고용불안에 허덕입니다.

그래서 저는 무슨 계획을 가지고 살 수가 없는 처지입니다. 계획이라기 보다 소망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모든 비정규직 제도가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국가기관도 정규직만 쓰고요,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도 불법파견으로 노동자 그만 쓰고 모두 정규직으로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저처럼 볼품없고, 소외되고, 비주류 인생을 사는 생명들에 대해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관찰할 겁니다. 슬픔과 아픔, 억울함이 사라지는 세상을 꿈꿉니다. 즐겁게만 살아도 짧은 인생살이 잖아요. 모두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생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면서 글을 쓸 것입니다."

- 끝으로 편집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저는 제 글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분이 쓴 글은 잘 안 보는 편입니다. 제 글도 생각나는 대로 마구잡이로 타자를 치고 검토도 하지 않고 편집부로 올려 버립니다. 그래서 제 글은 좀 조잡하거나 번잡하기도 하고 틀린 글자도 많고 띄어쓰기도 엉망인 경우도 있습니다. 편집과정서 그런 걸 좀 눈여겨 봐주셨음 해요. 틀린 글자 찾기나 문맥 다듬기 같은. 버금 이상되는 글은 색도 넣고 잘 편집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잉걸로 올릴 때는 그냥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구요. 물론 엄청 쏟아져 들어오는 시민기자들 글을 처리하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도 편집부에 계신 분들은 저처럼 아마추어가 아니고 프로들이잖아요. 잉걸로 올릴 때도 편집다운 편집으로 처리해서 글을 올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ps. 기자님, 올해도 '생각나는 대로 마구잡이로 타자를 치고 검토도 하지 않고 편집부로 올려 버립니다' 하시면 아니, 아니 안 돼요. ㅠㅠ '편집부도 엄청 쏟아져 들어오는 시민기자들 글을 처리하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생각만 하지 마시고, 몸으로 보여주세요. ^^ 히힛, 건강하세요.
#찜E시민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5. 5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