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유권자 분석할 기본 수준도 안된다"

[이털남 263회] '대선 결산 대담- 시민 정치와 정당 정치'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

등록 2013.01.16 12:16수정 2013.01.1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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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의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바로 야권의 후보 단일화 국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정당정치의 표상으로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시민정치의 표상으로서 결합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반쪽짜리 단일화에 그치면서 시너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결국 문 후보는 단일화 이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격차를 끝내 좁히지 못하고 선거에서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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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정치와 정당정치의 결합이라는 이슈는 아직까지 민주통합당에 대한 혁신의 요구가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유효하다.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는 16일 대선 결산 인터뷰의 일환으로 안병진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시민정치를 주장해온 안 교수는 "현재 야당 정치는 기본적으로 유권자에 대한 반응성 지수가 심각하게 떨어지고 완전하게 안테나가 고장 나 있는 상태"라며 "기본적인 반응도 안 되니 시민의 적극적 참여, 함께 만들어가는 정치 등의 21세기적인 세련된 과제는 아예 생각할 수준도 안 되는 것"이라고 야권을 비판했다.

안 교수는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 이전에 정당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가장 개론적인 수준의 유권자 분석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며 "유권자 분석이라는 그야말로 초등학생 수준의 과제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생 수준의 과제인 시민 정치를 어떻게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안 교수는 "이것은 독설이 아니라 냉엄한 현실에 관한 이야기"라며 "이러한 현실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좌로 갈 것인가 우로 갈 것인가 하는 세련된 논쟁을 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결국 정당 정치의 위기로부터 시작된 시민 정치의 태동이 역설적으로 정당 정치의 무능함으로 다시 사그러들고 말았다는 게 안 교수의 지적이다. 안 교수는 "정당 정치는 첫째로 실사 구시의 정신을 다 잃어버렸다"며 "'서생의 문제의식, 상인의 현실감각'이라고 하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언은 아직까지도 아무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안 교수는 "(야권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이념, 자신의 주변 운동권 서클, 자신의 학연, 자신의 정서와 일치된 사람들끼리의 '막걸리 모임'에서의 이야기를 마치 현실의 과학인 양 착각하는 것을 지속해왔다"며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우경화로 가면, 혹은 진보의 정체성을 제대로 찾으면 현재의 위기가 해결되는 양 기본적으로 실사구시적이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가장 바닥에서부터 정밀한 분석과 기본적인 통계에서부터 민심을 예측하는 기본적인 노력조차 야당이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편 안 교수는 "'새 정치'라고 하는 것도 선거 한 달 전에 모여서 아주 환상적인 어젠다를 만들면 마치 이후에 한국정치가 바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의문을 가져 볼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의원 정수 축소 문제도 논란이 되었고 청와대 이전 문제도 조금 나쁘게 말하면 자극적인 이야기를 던져서 시민들을 결집하고자 한 안 전 후보의 착각이었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열망을 떠안고 부상한 새 정치라는 화두가 정치 문화와 정치 세력의 개혁이 아니라 단순한 정치 제도의 변화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

또한 안 교수는 "안 전 후보의 문제의식 속에 새로운 정치란 그냥 수평적인 네트워크의 결합이라고 오해하고 계시지는 않은지 우려가 된다"며 "예를 들어 2008년도, 2012년도에 미국 오바마 캠프의 캠페인은 중앙 집중형 캠페인이고 '빅 브라더'라고 우려할 정도로 철저하게 본부차원의 과학적 콘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거기에 수평적 네트워크를 결합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평적 네트워크를 강화한 안 전 후보의 캠페인 역시 현실적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덧붙여 안 교수는 "야권이 10년째 박근혜 당선인을 무시하다가 결국 불임정당이 되어버렸는데 이번에는 정말 본인들의 선입견을 걷어내고 박 당선인의 총선, 대선 진영이 얼마나 탁월한 캠페인을 했는지에 대해서 100페이지짜리의 보고서를 만들어보시라"며 "지난 총선에서 지나가다가 '보수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슬로건의 현수막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는데 이는 그 슬로건이 옳고 그름을 떠나 그들이 유권자들의 복합적 심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교수는 "야권이 희망을 제시하려 했다면 여권은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안정에 대한 희구를 잘 읽어냈다"며 "이번 대선은 희망 대 불안의 싸움에서 야권은 희망을 보여줄 수 없는 후진 세력이었고 여권은 불안의 정치학에 대해 탁월한 고수들의 내공을 어김없이 보여줬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 세력이 국민들의 불안함을 자극하는 정책과 슬로건을 통해 나름의 선전을 이룬 것이라는 평가다.

마지막으로 안 교수는 "시민 정치는 당분간 고통스러운 비틀거림을 이어갈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번에 새로운 감수성을 가진 맹아를 보이는 분들이 일부 계셨는데 그런 분들에게 제발 주도권을 쥐여 주시고 풀뿌리에서부터 단단하게 키워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털남 #대선 #시민정치 #민주통합당 #안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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