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
이민선
이 위원장을 해고 시킨 회사 쪽의 명분은 '무단결근'이다. KT는 "이 위원장이 비합리적인 사유로 병가신청 없이 무단결근과 조퇴를 했기 때문에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것"이라며 "징계위원회 회의 결과 해임조치를 했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러한 KT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무단결근은 핑계일 뿐 사실은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가 국제전화가 아니었다'고 폭로한 공익 제보에 대한 보복성 징계"라고 주장했다.
"복무 문제로는 해고할 이유가 없었어요. 회사가 하라는 대로 진단서를 제출했고, 입원하라고 해서 정형외과에 입원했습니다.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줬는데도 결국 결근 처리를 한 것이거든요. 업무적으로는 단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었어요. 제주 7대 경관 문제 가지고 보복했다고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가 없어요,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복 해고죠."그는 재작년 KT가 주관했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 당시 사용된 001 번호는 국제전화가 아니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전화투표가 해외 전화망 접속 없이 국내 전화망 안에서 신호 처리를 종료하고도 이용자들에게 국제전화요금을 청구했다고 고발했던 것.
고발의 정당성은 감사원이 입증했다. 지난 4일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KT가 전화 상대방에 국제전화 수신자가 없는데도 001 국제전화번호를 사용하는 등 정보통신사업법과 세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방송통신위원회에 통보했다.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방송통신위원장에게도 주의를 촉구했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는 그를 3년째 치료하고 있는 한의사 동의한의원 박호 원장이 동석했다. 박 원장은 그의 건강상태를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오래전부터 허리가 좋지 않았습니다. 앉아있기도 힘든 적이 많았어요. 척추 수술 분야에서 최고라는 한 병원에서도 '척추내장염'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치료하기 힘들다고 했다는 말을 들은 지 오래라고 했습니다. 이 위원장이 보여준 그 병원의 MRI(자기 공명 단층 촬영 장치) 사진에는 새카맣게 타버린 것 같은 디스크가 나와 있었습니다.그러던 중 이 위원장은 지난해 2월에 국제 전화요금 청구 의혹을 폭로했고, 7월에 집(안양)과는 시외버스로 2시간 반 거리인 가평지사로 발령이 났습니다. 저는 이 위원장 허리 상태로 볼 때, 장거리 출퇴근이 불가능하고 계속 출퇴근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충고해줬습니다."박 원장에 따르면 그는 꼼짝하기도 어려운 지경이 돼 병원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도저히 출근하기 어려운 상태라 판단해 병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진단서를 발급해줬다. 하지만, KT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를 무단결근으로 처리하고 해고시켰다. 박 원장에 따르면 KT는 무단결근의 근거 중 하나로 '신빙성이 없는 진단서를 제출했다'고 했단다. 박 원장은 "한의사는 의료법상 지위를 갖는데, 국가고시를 통과한 의사의 진단을 믿을 수 없다면 KT는 무엇으로 환자의 건강에 대해 판단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두 번째 해고... "KT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 위원장은 지난 1989년에 KT에 입사했다. 대학 재학 당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다녀온 뒤 공장에 위장취업 했다가 1987년에 쫓겨났다. 그는 국영기업에서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당시 최대 국영기업인 한국통신(한통·KT의 전신)에 입사했다.
그가 겪은 해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 1995년 공기업의 임금가이드라인을 없애고 민영화 반대투쟁을 하다가 첫해고를 당했다. 이후 그는 12년 동안 해직자 신분으로 살았다.
그러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가 열려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것을 인정받고 2007년에 복직했다. 하지만, 5년 만에 다시 한 번 해고를 당한 것. 그는 "첫해고보다 이번 해고가 훨씬 더 견디기 어렵다"고 한다.
"첫 번째 해고될 때는 노동운동이 막 올라오던 시절이었고, 나이도 어렸어요. 또 언젠가는 복직될 것이라는 믿음이 아주 강해서 그렇게 마음이 아프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해고되면서 분노도 분노지만 회한 같은 게 정말 많이 생겼어요. '내 평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KT가 이 지경이 되는구나' 생각했죠. 그리곤 '이렇게 거짓말하고, 국민을 속이고, 진실을 말한 사람에게 보복하는 걸 내가 바로 잡았어'라고 다시 돌아가 웃으며 말할 수 있을까 하는 믿음이 솔직히 없어요. 그래서 회한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