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실명 대자보' 두고 논란

비정규직노조 전 조합원 2명 부착... 노조 "회사 배후 의심"-현대차 "황당한 주장"

등록 2013.01.22 16:49수정 2013.01.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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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월 5일 오후 4시쯤 현대차 울산공장 앞 철탑농성장 앞에 모인 전국의 희망버스 탑승자들이 함성을 지르자 철탑위 두 노동자가 손을 흔들어 화답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들이 비정규직노조의 투쟁을 두고 외부세력 때문이라는 보도를 내면서 노조측이 발끈하고 나섰다

1월 5일 오후 4시쯤 현대차 울산공장 앞 철탑농성장 앞에 모인 전국의 희망버스 탑승자들이 함성을 지르자 철탑위 두 노동자가 손을 흔들어 화답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들이 비정규직노조의 투쟁을 두고 외부세력 때문이라는 보도를 내면서 노조측이 발끈하고 나섰다 ⓒ 박석철


'외부세력이 해결 어렵게 만들어' '더 이상 정치적 놀음에 조합원들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법도 밀쳐낸 현대차 하청노조, 불법·떼법 투쟁 100일'···.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대부분 울산지역언론과 상당수 중앙언론에서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정규직 전환 철탑농성과 관련해 쏟아져 나온 기사들이다.

이런 보도들은 지난 17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전 간부인 정아무개씨와 조합원 김아무개씨가 현대차 울산공장 곳곳에 실명으로 대자보를 게시하자 이를 바탕으로 내용이 추가돼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

하지만 비정규직노조는 "지난 2개월여 동안 출근조차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이 100여 장에 이르는 대자보를 어떻게 인쇄하고 부착했는지 의심스럽다"며 "회사측의 개입이 있는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 간부들 지난해에 이어 똑같은 선동만 하고 있어"

전 현대차비정규직 조합원인 정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가 실명으로 게재한 대자보의 핵심내용은 "노조 간부들이 지난해에 이어 똑같은 선동만 하고 있다, 조합원들을 정치적 놀음에 희생시키지 말고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연대를 강화하라"는 것이다. 언론들은 이를 두고 "하청노조 집행부의 독선적이고 타협없는 강경투쟁방식을 비판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대자보는 "보수 정권이 재집권 하고 비정규직 수천 명과 수백 명의 조합원들도 신규채용에 지원했으니 비정규직노조가 독자교섭을 추진하면 힘이 떨어진다, 정규직노조와 연대해 어려움을 극복하라"고 했다. 


문제는 언론들이 대자보의 내용에 더해 비정규직노조가 지난 2010년 벌인 대법판결 이행 촉구 공장 점거농성까지 거론하며 외부세력들이 주도했다는 등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는 것.

특히 대자보가 붙기 이틀전인 지난 15일 현대차 회사 측은 사내소식지를 통해 "외부세력 2명은 10년 전 현대차 사내하청업체에 대학교 졸업 신분을 속이고 위장 취업해 40~50일 한시적으로 일했고, 혁명적사회주의 노동자당건설 현장투쟁위원회 대표를 역임했다"고 했다.


또한 현대차는 언론을 통해 "정규직화 논의대상과 무관한 사람들이 하청지회를 배후조종하며 각종 불법행위로 특별협의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며 "3500명 신규채용에서 배제될 것으로 판단한 중졸, 대졸, 징계 이력자, 근태 불량자 등을 선동해 수많은 사내하청근로자들의 정규직 채용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노조 "신규채용에 서류내고 합격한 사람이..."

이에 비정규직노조가 "내부동요를 위해 배후에 회사가 개입한 듯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비정규직노조는 22일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고 "대자보 기명자 정아무개씨는 최근 현대차에 신규채용 서류를 넣고 유인물을 내더니 결국 서류전형에 합격해 면접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그는 대자보에 '이때까지 지회의 지침에 의해서 열심히 투쟁하고 그래서 해고되고, 징계를 받았고, 그 결과로 신규채용에 지원도 못하는 많은 조합원들을 위해서 지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고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자보를 낸 김아무개씨는 지난 2개월여 동안 출근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과연 100여 장에 이르는 대자보를 누가 어떻게 인쇄하고 부착했는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특히 대자보가 부착된 후 곧바로 회사가 기명 대자보를 사진 찍어 언론사에 배포했다"며 "뒤이어 언론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집행부 비판 대자보, 노조 내부 분열'이라고 부풀려 여론조작에 나서 배후를 의심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비정규직노조는 "노동조합 지침을 어기고 신규채용에 지원한 자는 울산, 아산, 전주공장 3지회 조합원 1703명 중 296명이며, 이중 울산공장 조합원은 1153명 중 200명이 안된다"며 "노조 내부가 분열했다는 요란한 선전과 달리 조합원 신규채용 응시 규모는 미미했다"고 밝혔다

특히 비정규직노조는 "신규채용 지원 조합원 가운데는 지난해 8월 정규직 전환 파업투쟁 때 파업불참자로 분류되어 금속노조에서 징계를 받은 343명(1명 제명, 나머지 경고)의 인원 중 상당수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규채용을 선택한 자들은 스스로 정규직 전환 권리(공정, 근속, 임금, 단협적용)를 포기한 것일 뿐 아니라 회사의 불법파견 은폐, 노조 무력화, 교섭방해 행위에 동조해 다른 노동자 권리마저 파괴하고 있다"며 "회사는 신규채용에 노동자들을 동원해 불법파견을 은폐하려는 술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회사측은 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비정규직노조의 배후 운운은 거론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황당한 것"이라며 "굳이 거론하자면, 2개월 회사 안 나왔다고 대자보를 작성 못할 이유가 어디 있나"고 의혹을 일축했다.

대자보를 작성한 정아무개씨는 지역언론 인터뷰에서 "조합원들의 의견이 집행부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않고 있어 공론화시키게 됐다"며 "이념과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일부 하청지도부의 독단적 결정에 많은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조합원들이 바라는 건 정치투쟁이 아니라 순수한 정규직화에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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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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