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권 말기의 사면권 남용 말아야

대통령 측근을 위한 사면권 제한 조치 있어야

등록 2013.01.29 09:10수정 2013.01.2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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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임기를 한 달 여 앞두고 설 특사를 단행한다는 보도와 관련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가 반대하고 있어 신·구 정부 사이의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번 특사와 관련 대상자에 포함될 개연성이 있는 인사들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점에서 인수위가 제동을 거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국민의 비난과 질책은 이명박 정부에게  돌리려는 술책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 특히 이번 특별사면이 이명박 정부의 측근 등 과거 힘 있는 자리에 있었던 자들을 위한 사면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사면권은 제왕적 권한이 아니다

우리 헌법은 제79조에서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면을 명할 수 있다"고 하여 권력분립에 대한 예외 규정이라고 할 수 있는 행정권에 의한 사법권의 효과를 반영하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일고 있는 특별사면의 경우 사면권 행사와 관련하여 우리 헌법과 사면법은 사실상 아무런 규제 장치도 없어 무제한으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사면권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생계형 범죄나 단순 경제 사범 그리고 경미한 범죄로 말미암은 사람들에 대한 사면과 복권보다는 이를 빌미로 국민들의 위화감을 부추기는 경제사범과 대통령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사면을 위한 수단으로 사면권이 남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즉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대통령의 측근이 특사 대상으로 거론돼 왔기 때문이다.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언론에 등장한 특사의 대상자 중 일부가 통상적으로 1심 재판에 불목하여 항소하기 마련인데도 이미 특사를 예견하여 상급심에 의한 판단을 포기하는 등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국의 경우 사면권에 대한 일정한 규제 장치를 두고 있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우리 사면법이 일반사면의 경우 국회동의 절차 그리고 특별사면의 경우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와 법무부의 상신 외에는 아무런 규제 장치가 없기 때문에 보다 합리적인 기준과 적정성을 바탕으로 오로지 국가이익이나 국민화합 차원에서 사면권이 행사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사면권의 남용은 법치주의에 대한 침해로서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

사면권은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갖는 사법권에 대한 일종의 예외적 조치로서 법원의 사법적 판단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라고 할 수 있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자의적인 판단이 많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법치주의에 대한 침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왔고 그러한 연유로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힘없는 국민들에게는 위화감을 주어 오히려 국민통합을 저해했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여러 명분으로 사면권이 행사되었지만 그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은 이러한 사면권이 정치적 고려에 의한 대통령의 측근을 배려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되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사면권은 그 명분이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사법권의 본질을 훼손하거나 당리당략에 의한 정치적 논리로 사면권이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특별사면의 경우 법무부 장관 소속의 사면위원회의 심사와 법무부 장관의 상신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임면권자인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된 독재 또는 권위주의 통치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의 자의적인 사면권 행사는 법치주의를 왜곡하고 측근들의 위법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주게 되어 정치부패를 조장하는 폐단을 가져오므로 사면권에 대한 개선과 통제가 필요하다.


정권 말기의 사면권 남용은 국민통합 저해한다... 엄정한 법집행 선행돼야

많은 국민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유권무죄 무권유죄를 실감하고 있다. 이처럼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이유는 바로 엄정한 법집행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정한 법집행이야말로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회복의 초석이요, 법적 안정성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다.

법적 안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국민통합이니 국민화합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사람이 사면권의 이름으로 자유의 몸이 되어 법 위에 군림하는 듯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은 사면권에 의한 사법권의 판단을 변경시키는 행위가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이번 이명박 정부가 설날 특사를 행하게 될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와 관련 국민적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측근을 비롯한 정치인과 재벌들에 대한 사면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비록 특사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정권 임기 말에 단행하는 특사는 사면권의 남용이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는 국민통합이 아닌 위화감만 불러올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따라서 사면권은 오로지 국가이익이나 국민통합을 위한 불가피한 경우에 행사하되 지금까지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사법부의 권한을 제한하거나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수준까지 사면권을 남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대통령이 임기 말에 단행하는 특사는 합리적인 기준과 적정성에 바탕을 두고 행사하여야 한다.
덧붙이는 글 한겨레신문에 투고 했습니다.
#사면권 #법치주의 #이명박 대통령 #국민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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