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실용음악학원 입구에 붙은 벽보.
차현아
서울 강남역 부근의 유명한 모 실용음악학원. 한 TV 오디션 프로그램 모집 공고 포스터와 여러 기획사 오디션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가수지망생이 돼 학원 안으로 들어갔다.
"어떤 거 준비하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TV 오디션 나가고 싶어서요."
데스크에 앉은 학원 관계자는 상담실로 나를 안내했다. 그는 '오디션 대비반' 프로그램 안내 책자를 내밀었다. '오디션 대비반'은 발성과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수업과 댄스 수업을 하나로 묶은 종합반이었다.
4주 수업에 50만 원이 가장 싼 패키지였다. 한 주에 노래와 발성 수업은 각각 60분씩 3대1 수업으로 진행된다. 연기와 댄스 수업은 90분씩 8대1 형식의 수업으로, 한 주에 수업이 각각 한 번씩이다. 노래, 발성, 연기, 댄스는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이 있으니 한 주에 총 4번 수업을 듣는 셈이다. 경력 많은 선생님 반 패키지는 55만 원, 가장 비싼 원장님 강의는 90만 원이었다. 가수지망생인데 연기 수업을 꼭 들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담당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요즘에는 노래만 해선 안 돼요. 요즘 아이돌은 연기랑 춤 다 할 줄 아는 끼 있는 애들로 뽑으니까." 학원 상담자는, 어떤 선생님에게 수업을 듣게 될 지는 먼저 '레벨테스트'를 받아 발성이나 노래 스타일을 분석해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레벨테스트는 트레이너 선생님 앞에서 가요를 1절만 불러보는 것이다. 그는 내게 노래방에 있는 노래책 같은 걸 주며 "이 곡들이 그나마 반주 음악이 준비된 것들이니 따로 준비한 곡 없으면 이 중에서 골라보라"고 했다. 나는 빅마마의 <체념>을 골랐다.
그를 따라 '레벨테스트' 장소로 이동했다. TV에서만 보던 녹음실이었다. 녹음실에 있던 보컬 트레이너 강사는 내 키에 맞게 마이크 높이를 조정해주고는, 바로 반주음악을 틀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한 내 노래는 음정과 박자 중 뭐 하나 원곡과 비슷한 게 없었다. 나는 그렇게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음. 그냥 흰 도화지 같네! 나쁜 습관 하나도 없어서 배우면 금방 늘겠어요." 학원에선 나에게 '불가능하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았다. 나이가 적지 않은 편이라 해도,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없다는 말에도 "노력하면 안 될 게 뭐 있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또한 학원에서 경험이 많은 선생님 반 55만 원 짜리 수업을 열심히 들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오디션 프로그램 붐... 우후죽순 실용음악학원 이런 식으로 학원에 등록해서 기획사나 TV오디션 프로그램에 합격하는 학생들이 한 해에 몇 명이나 될까. 학원 관계자들은 "영업 상 비밀"이라고만 답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웬만큼 유명한 기획사에 들어가는 건 정말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한다. 오디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일주일 내내 학원에서 살다시피 한다. 그렇게 연습해도 웬만한 기획사에 들어갈 수 있는 800대1의 경쟁률을 뚫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