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친독재' 이은상 시비, 페인트 세례 '수난'

마산역 광장 <가고파> 시비, 6일 제막식 앞두고 '페인트 칠' 당해

등록 2013.02.06 13:13수정 2013.02.0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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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역과 국제로터리클럽이 마산역 광장에 이은상 <가고파> 시비를 세웠는데, 6일 누군가 시비 뒷면에 파란색 페인트를 칠해 놓았다. 인부가 페인트를 닦아 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 김종연


'친독재'와 '3·15의거 폄훼' 행적이 드러난 이은상(호 노산, 1903~1982)의 시비(노래비)가 페인트 테러를 당했다. 이은상이 지은 <가고파>를 새긴 시비가 마산역 광장에 세워졌는데, 6일 누군가 페인트 칠을 해놓았던 것이다.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마산관리역(역장 허인수)과 국제로터리클럽은 6일 오후 3시경 '노산 이은상 가고파 시비 제막식'을 열 예정이다. 이 시비는 사비석과 화강석으로 만들어졌으며, 받침석은 합포만, 상단은 무학산을 각각 형상화한 것이다.

제막식 당일 시비에 파란색 페인트가 칠해진 것이다. 시비 뒷면에 페인트가 뿌려져 있었는데, 이같은 사실은 이날 아침에 마산역 관리자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후 페인트를 지우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은 누가 페인트 칠을 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수사 중... 국제로터리클럽 "6일 오후 제막식은 예정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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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역과 국제로터리클럽은 마산역 광장에 이은상 <가고파> 시비를 세웠다. ⓒ 김종연


허인수 마산역장은 "아침에 출근할 때 시비에 페인트가 칠해진 사실을 알았다. 누가 그렇게 했는지 아직 모른다. 경찰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로터리클럽 관계자는 "지금은 페인트를 씻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제막식은 예정대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상은 마산 출신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3·15의거에 참여했던 시민들을 폄훼하는 등 친독재 행적이 있다. 이로 인해 마산에서는 이은상을 기리는 여러 기념사업들이 추진되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옛 마산시가 이은상의 이름을 딴 '이은상문학관'을 만들려고 했을 때, 열린사회희망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반대했다. 이에 마산시는 문학관 이름에서 '이은상'을 빼고 '마산문학관'으로 바꾸어 개관했다. 1988년 옛 마산시가 '이은상문학관'을 세우려고 하다가 반발에 부닥쳤고, 2005년 옛 마산시의회는 이름을 '마산문학관'으로 결정했던 것이다.

마산역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족시인 노산 이은상 선생의 <가고파> 노래비를 마산역 광장에 세우고, 6일 박완수 창원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막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이승만 찬양' 이은상... "'마산의 얼굴'에 도둑처럼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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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역 광장에 이은상 <가고파> 시비가 세워졌다. 그런데 6일 오전 누군가 파란색 페인트를 칠해 놓아 씻어 내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 김종연


김영만 마산민주공원건립추진위 위원장(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은 "마산역 광장은 공공장소이며, 외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보는 관문으로, 마산의 얼굴이다"며 "그런 장소에 이은상이 느닷없이 도둑처럼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시비의 내용을 보면 이은상을 매우 찬양해 놓았다. 누구라도 보는 사람은 그를 굉장히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착각할 수 밖에 없도록 해놓았다"며 "이미 8년 전 마산시와 마산시의회는 그를 부정적인 인물로 평가했다. 그때 이미 이은상은 마산의 자랑스러운 인물이 아니라 수치스러운 인물로 결론이 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그런데 공공장소에 느닷없이 이은상 시비가 세워진 것은 순전히 마산역장 부임 뒤 벌어진 것이다. 역장이 이은상을 존경한다는 이유로 코레일 본부로부터 승낙을 받아내고, 국제로터리클럽을 설득해서 지원금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라며 "또 마산을 시끄럽게 만든 주범은 마산역장으로,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허인수 마산역장은 "대전역에도 그 지역을 나타낸 노래비가 있어, 마산역에도 좋은 일 한다고 여기고 했던 것"이라며 "제막식 관련 업무는 로터리클럽에 맡겼으며, 마산역은 관여하지 않고, 제막식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상 #마산역 #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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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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