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양치기소년, 하지만 늑대도 될 수 있는 북한정권

등록 2013.02.11 10:18수정 2013.02.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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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정권이 소위 '동영상 유포'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에 북한의 자체 미사일로 미국의 도시를 공격하는 가상 시나리오의 영상을 제작해 올린 것이 바로 그것인데요. 이를 두고, 글로벌 싱크탱크인 미국의 허드슨 연구소의 안보 전문가 잭 데이비드는 북한정권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로는 유포된 동영상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정교한 핵미사일 발포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북한정권의 주장에 대해 안일하게 대응해서는 안되며, 따라서 결론적으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참고자료 바로가기). 그리고 그의 이런 주장에 본인은 짧고 간결하게 답글을 남겼습니다. "Truly Absurd Argument" (궤변)

북한정권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기술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여전히 북한정권이 미사일이든 핵무기로든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가설에 무게를 두고 국제적 상황을 해석하거나 안보정책의 강화를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주장인가를 말하려는 것입니다.

북한정권이 미국이나 미국의 핵우산 (Nuclear Umbrella) 아래에 있는 나라들을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나 전문가 대부분은 북한정권이 비이성적이고, 예측이 불가한, 사기성이 농후한 정권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사실 미국에 소재하고 있는 다수의 대학과 싱크탱크들이 북한정권에 대해 위와 같은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자국의 향후 북한정책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고 권고하고 있죠(미국의 보수파 엘리트들의 시각을 거의 여과없이 흡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중매체들이 북한정권에 대해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도 이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유럽 학자나 전문가들이 보는 한반도 정세는 미국의 그것과 사뭇 다른데요. 그 이유는 예상하시겠지만, 북한정권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옵니다. 심지어 미국 전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가리켜 사용한 'rogue(악당의)'라는 수식어에도 반감을 가진 이들이 많은데요. 이들이 미국 정부가 북한정권을 바라보는 시각을 재사용하기를 꺼려하는 이유는 결코 북한정권을 옹호해서가 아닙니다. 김일성-김정일 체제를 거쳐 김정은 체제에 이르기까지 북한정권의 권력남용과 인권유린은 미국정부보다 더 신랄하게 비판을 합니다. 다만, 북한이 펼치고 있는 소위 'provocative (도발적)'이라고 불리는 핵무기를 위시한 외교정책은 비이성적인 게 아닌 오히려 충분히 예상 가능한 행동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제 '체제유지'가 북한정권의 가장 중요한 외교목표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리고 북한정권이 이라크나 리비아 정권처럼 미국의 선제공격 대상이 아니라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미국정부가 검은 다이아몬드(석유)가 나지 않는 북한을 굳이 무력을 동원하면서까지 점령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 하나와 이데올로기의 상충이나 북한정권의 핵무기 유출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공격을 의도한다 하더라도 중국정부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또 다른 사실에 근거합니다.

따라서 본인은 북한정권의 핵무기 개발은 외부, 특히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한 방어나 제지 (Deterrence)에 목적이 있다기보다 북한정권의 내부에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북한정권에게는 두 가지가 절실합니다. 하나는 체제의 안정이고, 둘째는 경제적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hard currency, 돈입니다. 현재 북한정권은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잠재적 반발의 여지를 제거하기 위해 지도층과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집약적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고, 군사적 모험주의는 대부분 독재자들이 선택한 정책이었죠. 하지만 체제유지를 위해 더욱 절실한 것은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군·당·정의 엘리트 그룹에게 끊임없이 고급의 살코기를 공급하는 것일 거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지난 주, 북한은 작년 12월에 행한 위성발사 실험이 평화적 우주기술 개발에 있다기보다 사실은 핵탄두 테스트를 위한 것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었다 해도 북한정권은 개발한 핵미사일을 미국이나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국가들을 공격하는 데에는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로 인해 초래하게 될 결과는 북한정권이 가장 우려하는 체제붕괴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World Affairs의 동아시아 전문가인 E. 싱클레어는 이젠 북한의 소위 일상이 되어버린 '핵무기 위협' 외교가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이야기를 합니다(참고자료 바로가기).  이른바 양치기 소년의 비명 정도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이죠.


하지만, 이 양치기 소년이 돌연 늑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 상황입니다. 미국이나 대한민국, 일본으로부터 핵무기 위협으로는 경제적 원조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 북한정권은 다른 곳에서 이윤을 창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북한정권은 중국정부가 위성시장에 진입한 후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주시해왔습니다. 북한의 연구저널들을 보면 위성개발이 북한의 주요산업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1990년대부터 해왔습니다. 문제는 위성기술이 미사일, 또 핵무기 개발과 맞물려 있다는 것과 이와 같은 대량살상무기(WMD)를 원하는 시장은 세계 곳곳에 널려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정권이 핵무기로 직접 미국이나 미국의 연합국들을 공격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들이 제작한 핵무기가 반미세력들의 손에 들어갈 확률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북한 핵무기 개발의 진짜 위협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대응하는 건설적인 안보태세와 정책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여전히 미국과 대한민국의 미사일방어기술을 강화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께 묻습니다.
#북한 핵위협 #동아시아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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