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풍속 절반이 '정월'에 몰려...설만큼 중요한 명절

[김철수PD의 날씨살롱]

등록 2013.02.23 14:02수정 2013.02.2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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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날리기

연날리기 ⓒ 김철수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은 한해의 시작이자 새봄을 여는 시발점이다. 음력 정월은 양력으로는 2월과 3월에 걸쳐있어 겨울과 봄을 잇는 계절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정월달을 중심으로 행하는 다양한 풍속(風俗)이 있었다.

세시풍속(歲時風俗)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생활 속에서 관습적으로 되풀이 하는 민속(民俗)으로 매년 그 때가 되면 반복해왔다. 태음력(太陰曆)에 의존한 우리의 세시풍속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형성된 것으로 자연환경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결국 세시풍속은 거주하는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풍토의 영향 아래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조상들은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에 생존하기 위해서 계절의 변화를 잘 활용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사회관습으로 굳어진 세시풍속은 만인(萬人)에 공감을 주고 오랫동안 한 사회에서 반복되면서 특유의 풍습(風習)으로 정착되었다.

 지신밟기

지신밟기 ⓒ 김철수


우리나라의 200여 가지 세시풍속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정월에 행하여졌는데 특히 이 중 대부분이 대보름을 전후해 몰려있다. 우리 조상들은 정월 대보름을 상원(上元)이라 부르며 설날만큼이나 중요한 명절로 여겼다. 농경사회에서 달은 여성과 대지(大地)로 표현되어 풍요의 상징이었다. 농촌에서는 농악대가 집집을 돌며 지신밟기를 비롯해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줄다리기를 했다.

또 어촌에서는 풍어제(豊漁祭)를 지내며 바닷길의 안전을 빌었다. 대보름 밤에는 둥근 달에 소원을 빌며 달집태우기로 액막이를 했는데, 불이 타는 모양을 보며 한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점치기도 했다.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는 쥐불놀이는 액운을 쫒는다는 의미 외에도 병충해를 예방하고자 했던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있었다. 이 밖에도 호두나 땅콩 등을 깨물며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없도록 축원하는 부럼 깨기, 오곡밥과 귀밝이술 마시기, 더위팔기 등으로 건강한 한 해를 기원했다.

정월 풍속으로는 가족은 물론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다양한 풍습도 있었다. 마을 어귀에 세우는 솟대도 그 중 하나인데 나무나 돌로 새 모양을 만들어 긴장대위에 올려놓았다. 이 같은 솟대는 대보름 전날쯤 홀로 세우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장승이나 신목 등과 함께 마을 입구에 세워졌다. 솟대 위의 새는 오리나 기러기 갈매기 등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은 오리였다. 농경사회에서 오리는 하늘과 땅, 물을 오가는 새로 삼재(三災:물, 불, 바람)를 예방하고 다산(多産)과 풍요의 상징으로 숭배되었다. 때문에 솟대 신앙은 특히 벼농사를 많이 짓는 한강이남 평야지대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데, 솔대, 짐대, 별신대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또 돌로 만든 돌 솟대를 비롯해 오리 세 마리가 함께 앉아 있는 진또베기 등 특색 있는 솟대들이 만들어졌다. 솟대는 먼 옛날부터 우리 고향 마을을 지켜온 상징적인 존재였지만 지금은 사라져가는 풍경이 되었다.
 
 마을 어귀에 세우는 솟대

마을 어귀에 세우는 솟대 ⓒ 김철수


요즘은 많은 세시풍속이 점차 잊혀가고 있다. 하지만 이 무렵이면 전국 어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풍어제(豊漁祭)소식에 정월 풍속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부락(部落) 단위로 이루어지는 세시풍속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하는 시간이다. 다 같이 일하고 음식을 나눠먹고 놀이를 함께하는 가운데 한마을 모두가 공동체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였다.

김철수 PD sirocco@kbs.co.kr
덧붙이는 글 김철수씨는 KBS 기상전문PD 출신으로 현재 기상예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 날씨 관련 칼럼을 정기 기고하고 있습니다.
#정월대보름 #세시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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