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영국 브리스톨(Bristol) 바턴 힐(Barton Hill) 지역에서 마을활동가를 하고 있는 레베카(Rebecca,가운데)가 자신과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소말리아 난민 여성인 사다(Saada)의 집에 놀러가 안부를 물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성호
레베카는 자신과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소말리아 난민 여성, 사다(Saada·28)를 소개했다. 사다가 살고 있는 소셜하우징으로 들어가기 직전, 레베카는 남성인 유성호 기자와 강민수 기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소말리아인 사회에서는 남편이 아닌 남자가 집에 들어가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죄송하지만, 밑에서 기다려주세요." 하우드 하우스(Harwood House)라고 적혀있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사다의 집 문을 두드리자 8살 이스라(Isra)가 우리를 맞이했다. 레베카와 이스라는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집 안에 들어가자, 이스라의 동생 타릭(Tariikh·5)은 <미스터 빈>을 보고 있다. 잠시 후, 소말리아 전통의상을 입은 사다가 거실로 나온다. 사다의 남편은 택시 운전기사다.
사다가 바턴 힐에 살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사다는 "무서웠다, (아파트) 앞에 게이트도 없었고, 남편이 아주 작은 차가 있었는데 오자마자 사람들이 유리창을 다 부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처음 왔을 때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던 사다는 바턴 힐 세틀먼트에서 영어를 배웠고, 보육자격증도 땄다.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묻자, 사다는 "이전에 비해 지역이 안전해졌고, 나 스스로 자신감도 올라갔다"면서 "지금은 모든 마을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베카는 "어제 이 집에 왔더니 사다가 영국 여성, 수단 여성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다"면서 "사다는 사람들을 불러서 화합시키는 역할을 많이 한다"고 칭찬했다. 레베카와 사다는 지난해 영국 여성과 소말리아 여성이 모여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다문화 트레이닝 세션을 열었다.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함께 런던에 다녀오기도 했다. 국적도, 살아온 환경도 달랐던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다.
레베카는 "지난해 했던 건 파일럿이었고, 학교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해보고 싶다"며 "그때는 내가 도와줬지만 이번에는 사다가 혼자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다는 "이 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들이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할 일이 없으면 비행청소년이 된다"면서 앞으로 청소년 관련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일상이 투쟁인 사람들,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레베카는 동네에 지나가는 주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주민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면서 안부를 물었다.
"지금 지나간 분은 줄리(July)에요. 원래는 자기 이름도 잘 못 쓰던 문맹이었어요. 그런데 동네 아이들이 모여서 축구를 같이 할 수 있도록 펀딩을 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쓰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줄리가 편지 쓰는 것을 같이 도왔어요. 지금 줄리는 자신이 이러한 활동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큰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이렇게 사람들을 활동가로 만드는 게 제가 하는 일이에요. 줄리의 아들은 행동장애가 있었는데, 바턴 힐 세틀먼트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많이 좋아졌어요." 레베카에게 커뮤니티 오거나이저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참여에 적응이 안 된 사람들이 많다는 거예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없고. 그럴수록 정부지원에 의존하기가 쉬워요. 이메일도 사용할 줄 모르고, 구청에 전화통화를 해야 하는데 그조차도 못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럼 구청에 제가 전화해서 '옆에 누가 이야기하고 싶다는데요' 말하고 바꿔주는 거죠.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보니 일상 자체가 투쟁이기 때문에 다들 바빠요. 그런 사람들한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손을 잡아주는 거죠. 그리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지난해 음악 페스티벌을 함께 진행했던 여성분과는 30번도 넘게 만났어요. 이벤트 라이센스 받는 것부터 시작해서 펀딩 받는 것까지. 그걸 한 번 해보고 나니까 자신감을 갖게 되더라고요."레베카의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창밖을 내다봤다. 흑인들, 하얀 무슬림 의상을 입은 사람들. '이 사람들이 한국에 산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 때 쯤 레베카가 말했다.
"올해 아이를 낳고 싶어요. 그리고 이곳으로 이사오고 싶어요. 내 아이를 백인들만 있는 곳에서 키우고 싶지 않아요. 이런 다문화 속에서 키우고 싶어요." '친절한 레베카'가 다음에 한국에 올 때는 꼭 맛있는 인절미를 사줘야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청국장 좋아하는 영국인, 소말리아 난민과 친구되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