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한 바자르(시장) 모습. 현지인으로부터 소매치기를 주의하라는 충고를 받았다. 동물 시장과 같은 일부 바자르는 절대 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며, 찍게 되면 외국인에 배타적인 상인들로부터 카메라를 뺏길 수도 있단다.
문종성
내가 선뜻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을 때 조그만 확신을 준 건 그의 어머니였다. 선한 미소로 손님을 맞더니 어서 방에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가족을 보면 구성원이 보인다. 그녀의 눈빛에서 신뢰를 읽을 수 있었다. 그간 강도와 도난을 여러 차례 당한 나로서는 알리보단 이 지역에 대한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그래도 집 안이라면 피난처는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그에게는 하루 종일 차이를 마시고, 동네 어르신들과 담소를 나누는 병약한 아버지와 시장에서 품을 파는 어머니 그리고 시내 휴대전화 가게로 일을 나가는 여동생이 있었다. 알리는 변변한 직업 없이 대서양의 거센 파도에서 서핑을 하는 게 하루 일과였다. 벽에 세워진 서핑 보드는 그의 보물 1호다. 일을 하곤 싶지만 주위 친구들 모두 그렇듯이 모로코에서는 파트타임 잡도 구하기 힘든 실정이었다. 알리는 두바이 행에 대한 막연한 꿈만 꾸고 있었다. 그곳은 일단 가기만 하면 인생 역전을 보장해 준다고 굳게 믿고 있는 아랍 청년들의 꿈의 미답지다.
그의 집은 방과 거실 하나, 대문과 거실 사이에 실내나 야외로 딱히 구분하기 애매한 부엌 하나로 단출하게 구성돼 있다. 아버지는 난로를 때워 부엌에서 혼자 자고, 모녀는 방에서, 나와 알리는 좁은 거실 소파에서 함께 자기로 했다. 가진 것 없이도 화목해 보이는 가족이었다.
뭐든 빌려달라던 알리... 난 그를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