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먹는 계집으로 알지만... 난 현역 예술가"

[인터뷰] '강남친구들' 전시회 여는 팝아티스트 낸시랭

등록 2013.03.14 10:21수정 2013.03.1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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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치 작업 중인 낸시랭 ⓒ 이충섭


"내게 돌을 던지는 건 자유지만,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이길 바란다. 낸시랭이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가는 전시회를 보고 판단해달라."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14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TV12 갤러리에서 '낸시랭과 강남친구들'이라는 개인전을 열고 회화 12점을 출품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건희, 오바마, 워렌 버핏, 오사마 빈 라덴, 카다피, 스티브 잡스, 마이클 잭슨 등 유명인사들을 풍자한 대형 유화 작품이 소개될 예정이다. 지난 10일 작품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던 낸시랭을 작업실을 찾아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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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열정과 긍정에너지로 충만한 낸시랭 ⓒ 이충섭


- 전시될 작품들을 보니 지난 대선 무렵의 '내정간섭' 전시회와 비슷한 콘셉트인 듯하다.
"맞다. 사실 '내정간섭' 전시회에 걸린 작품들은 이번에 전시될 예정이었는데, 대선 정국에 맞춰서 정치인들 작품들로만 구성했던 것이다. 온 국민의 관심이 몰렸고 감정이 격해져 있을 때라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게 대중 예술의 모습이고 팝아티스트의 자세라고 본다."

- 유명인의 어깨에 그저 낸시랭의 고양이를 얹어놓은 그림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잘 이해가 안 간다는 시선도 있다.
"저명한 정치인, 회장, 독재자, 팝의 황제 등이 권위를 떼어내고 대중들과 친숙한 이미지로 보이길 바라는 의도였다. 똑같은 고양이라도 누구에게 얹혀지느냐에 따라서 선과 악, 조롱과 유머의 이미지로 다 달라 보인다. 일례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양이를 얹었더니, 역시 '쥐를 잡는 건 고양이'라는 댓글이 달렸더라. 난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음에도 말이다. 이게 바로 팝아트의 묘미이자 역할이다. 그 그림 이미 팔렸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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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한 낸시랭의 작품 ⓒ 낸시랭(이충섭 재촬영)


- 200호짜리 대형 유화를 10여점 그리려면 꽤 많은 시간이 들었겠다. 작업은 주로 언제 하는가?
"얘기 잘 꺼냈다. 2년에 걸친 작업이었다. 방송 출연 안 할 때, 놀 때 빼곤 그림만 그렸다. 남들은 나를 그저 놀고먹는 계집으로만 보는데, 학교 졸업 이후 매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개인전을 해왔다. 매년 전시회를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그래서 난 남들 앞에서 현역 예술가라고 당당히 말할 자격이 있다.

개인전 한 번 하려면 비용만 1500만 원 이상 든다. 그 비용 마련하기 위해서 각종 방송을 통해 비용을 마련한다. 손연재도 똑같은 말을 하더라. CF 찍어서 러시아로 전지훈련 간다고. 그 상황을 너무 잘 알기에 맘이 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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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작업 중인 낸시랭 ⓒ 이충섭


- 보수논객을 자처하는 변희재가 국정원 초청강연에서 '낸시랭은 종북주의자'라고 얘기했고, 그 이전에도 트위터나 TV토론을 통해 설전이 오가고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북한 관련 발언을 한 적도 없고, 독재자 김정일의 아들 김정은이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게 북한에 대해 아는 전부다. 변희재가 나를 비난하는 건 내가 보수만을 표방하는 자기 편이 아니어서라고 이해는 한다. 내 눈에 낯설다고 게다가 내 패거리에 속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단 돌팔매질을 하기보다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너그러이 품을 수 있는 똘레랑스가 필요하고, 그것이 정치인들이 고민해야 할 이 시대의 과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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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거침없고 당당한 낸시랭 ⓒ 이충섭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욕을 먹든 칭찬을 듣든 난 그저 감사하다. 그 어떤 예술가라도 인지도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건데, 많은 사람들이 날 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소수의 평론가에 의해 인정받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 검증되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 적어도 난 검증받을 기회를 가진 것 자체가 성공이고 축복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강남을, 서울을 런던이나 뉴욕 같은 현대 미술의 메카로 만들어 국가에 이바지하는 게 낸시랭의 인생 목표다. 이왕이면 '낸시랭이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전시회장을 찾아주면 좋겠다. 낸시랭이 무슨 일을 하고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가는 전시회를 보고 판단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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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부터 개막하는 낸시랭의 '강남친구들' 전시회 ⓒ 이충섭


#낸시랭 #강남친구들 #내정간섭 #이명박 #이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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