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찌꺼기들은 매화향기에 떨어져나가고...

양산 통도사에 '350년' 된 홍매화 보러 갔다 왔어요

등록 2013.03.15 11:08수정 2013.03.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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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350년 된 홍매화

350년 된 홍매화 ⓒ 박미경


내 눈빛이 가장 빛날 때는 꽃을 바라보는 순간입니다. 내 마음 가득 행복이 차오르는 순간은 바로 꽃향기를 맡을 때입니다. '한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매화를 언젠가부터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코끝에 진하게 다가오는 매화향기에 취한 뒤부터입니다.  


a     일주일 전, 우리동네에 핀 매화

일주일 전, 우리동네에 핀 매화 ⓒ 박미경


집 안에 가만히 있으니 따뜻한 봄 햇살이 꽃구경 나오라고 속삭이는 듯합니다. 일주일 전입니다. 운동하기 위해 농로를 걷다가 도랑 옆에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매화를 보았습니다. 겨우 한두 송이만 폈더군요. 향기를 맡아보고 잠시나마 행복감에 젖었습니다.

온실 속에서 피어난 꽃이라면 이토록 가슴 설레지 않을 것입니다. 쉽게 꽃을 피울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추었으니까요. 그러나 봄의 전령사인 매화는 혹한을 견디고 꽃망울을 터뜨려서인지 더욱 화사하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a       분홍빛 매화

분홍빛 매화 ⓒ 박미경


예쁜 매화를 혼자만 보기엔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홍매화가 많다는 양산 통도사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사찰은 기온이 낮아서 다른 곳보다 조금 늦게 매화가 핍니다. 때를 기다렸지요.

드디어 비 온 뒷날인 어제 홍매화를 만나러 가기 위해 길을 서둘렀습니다. 마음은 들뜨고 행복으로 가득 찼습니다. 차창 밖을 보니 산꼭대기엔 눈이 하얗게 내려앉아 있더군요.      
                            
a     홍매화

홍매화 ⓒ 박미경


통도사에 도착하니 바람이 매서워 손이 너무 시리고 추웠습니다. 매화가 안 피었으면 어쩌지, 하고 내심 걱정했는데 수령 350년의 홍매화가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와, 정말 예쁘다!"


여기저기서 탄성을 지르고, 폰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홍매화를 찍기 위해 들른 사진작가들도 많았습니다. 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할머니도 보이더군요. 꽃 앞에서는 누구나 순수했던 소녀 적 감성으로 돌아가나 봅니다.

아름다운 순간은 왜 이렇게 짧을까요. 우리 동네의 매화는 일주일 사이에 벌써 지고 있는데, 통도사엔 이제 절정입니다. 사찰 내 약간 높은 곳에 위치한 서운암에 있는 매화는 아직 꽃봉오리만 맺었더군요. 아마도 며칠 더 지나야 활짝 필 것입니다.


매화향기에 취하다보니 겨우내 묵은 마음의 찌꺼기들이 모두 떨어져나간 느낌입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매화 구경에 나서는 건 어떨까요?

a      고즈넉한 산사의 홍매화는 한 폭의 그림같아요.

고즈넉한 산사의 홍매화는 한 폭의 그림같아요. ⓒ 박미경


#양산 통도사 #350년 수령의 홍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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