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이촌동 한 아파트에 걸린 플래카드 안호덕
용산역세권개발 디폴트(지불 유예)의 직격탄을 맞은 서부 이촌동의 모습입니다. 서부이촌동 주변 아파트에는 헤아릴 수 없는 현수막과 함께 담벼락마다 새겨 놓은 격한 문구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발 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부동산도 즐비합니다. 또 한편에는 6년째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해 집도 고칠 수 없었다는 말을 증언이라고 하듯이 낡은 건물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주민들의 의견이 둘로 갈렸다는 것은 각종 현수막에서도 드러납니다. 개발에 찬성하는 쪽은 개발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개발 반대쪽은 시행사가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세워 찬성을 받아낸 만큼 공정한 주민 투표로 다시 향방을 결정짓자는 주장입니다. 두 의견을 모아내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각자의 주장대로 이웃을 원수 대하듯 한다니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감당못할 약속으로 주민들을 둘로 갈라놓았습니다. 둘로 갈라진 서부이촌동 주민들 어떡하실 겁니까?
'초고층의 저주(skyscraper curse)'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초고층 빌딩이 완공되면 경제의 붕괴가 시작된다는 이론입니다. 건축이 결정될 때는 그 사회의 건설경기가 가장 과열되었을 때이고, 준공 전후에는 부동산 침제와 경기 침체가 이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뚝섬에 110층 빌딩, 인천 송도에 인천타워 151층 건설 등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 10여개를 짓겟다는 계획이 2008년 전후에 발표되었습니다. 용산의 드림허브도 이때 시작된 계획이었습니다. 그 때 발표된 계획들은 대부분 취소되었거나 연기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규모가 가장 큰 용산역세권개발 계획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 들고 있습니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절규가 넘쳐 납니다. 대출금을 못 갚아 경매로 넘어가는 집들이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국민들의 노후를 위해 모아둔 국민연금도 용산역세권개발에 1250억원을 투자해서 고스란히 날릴 판이라고 합니다. 용산역세권개발 디폴트 사태로 국민의 호주머니가 털리는 셈입니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합니다. 주민들을 반으로 갈라놓고 주민들을 부동산 버블의 희생자로 만든자는 반드시 심판 받아야 합니다. 내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250억원을 투자해 고스란히 날리게 된 국민연금 투자손실도 누군가는 책임져야 합니다. 초고층의 저주, 그 저주가 서민들의 살림살이 박살낼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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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의 저주... 서울서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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