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편의점', 사장님이 죽었다

[현장] 거제 편의점주 죽음 추모 기자회견 열려

등록 2013.03.18 18:03수정 2013.03.1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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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청년 편의점주의 '억울한 죽음' 추모 경남 거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임영민씨(32세)가 지난 1월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편의점 'CU' 매장 앞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청년 편의점주의 '억울한 죽음' 추모 경남 거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임영민씨(32세)가 지난 1월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편의점 'CU' 매장 앞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 권우성


[기사 보강 : 18일 오후 8시 28분]

'당신을 위한 편의점, 씨유(CU)'

초봄 햇살이 내리쬐는 18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2번 출구 앞 CU편의점(구 훼미리 마트)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이들의 손에는 하얀색 국화가 들려있었다.

"엄마, 저 사람들 뭐 하는 거야?"

지나가던 한 아이가 물었다.

"어, 편의점 하던 사장님이 죽었대."

"이것은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


a 청년 편의점주의 '억울한 죽음' 추모 경남 거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임영민씨(32세)가 지난 1월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편의점 'CU' 매장 앞에서 참여연대,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세븐일레븐점주협의회 회원과 김광진 민주통합당,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이 고인을 추모하는 국화꽃을 들고 '가맹사업법 개정'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청년 편의점주의 '억울한 죽음' 추모 경남 거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임영민씨(32세)가 지난 1월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편의점 'CU' 매장 앞에서 참여연대,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세븐일레븐점주협의회 회원과 김광진 민주통합당,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이 고인을 추모하는 국화꽃을 들고 '가맹사업법 개정'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지난 1월 15일, 거제도의 한 편의점에서 32살의 편의점 주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그가 편의점 가맹본부의 불공정 계약 때문에 자살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심야에 손님이 없어도 24시간을 영업해야 하는 24시간 강제영업 규정, 35%의 가맹점 로열티(매출의 35%를 본사에 수수료로 지급), 폐점 위약금 수천만 원까지. 누적된 적자로 사채 빚에 시달리던 그는 편의점 창업 2년여 만에 자신의 편의점에서 세상을 떠났다.

추모기자회견은 참여연대,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거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마창진(마산·창원·진주) 참여자치시민연대 등의 주최로 거제와 서울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다.


목숨을 잃은 편의점주 임영민(가명)씨와 같은 30대인 조성주 경제민주화 2030연대 대표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말문을 열었다. 조 대표는 "대한민국 10대, 20대, 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면서 "10대는 학교폭력과 경쟁교육 때문에, 20대는 취업경쟁과 불안한 미래 때문에, 30대는 취업이 안 되면 창업하라고 하는데 자영업자들도 자살하는 비극적인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이것은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위원장은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도 편의점, 청년들이 창업을 했지만 자살이라는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곳도 편의점"이라면서 "더 이상 창업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회피하지 마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했다.

a 청년 편의점주의 '억울한 죽음' 추모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편의점 'CU' 매장 앞에서 참여연대,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세븐일레븐점주협의회 회원과 김광진 민주통합당,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 등이 모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편의점 운영주 임영민씨(32세)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가맹사업법 개정'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개선' 등을 촉구했다.

청년 편의점주의 '억울한 죽음' 추모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편의점 'CU' 매장 앞에서 참여연대,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세븐일레븐점주협의회 회원과 김광진 민주통합당,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 등이 모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편의점 운영주 임영민씨(32세)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가맹사업법 개정'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개선' 등을 촉구했다. ⓒ 권우성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치권을 대표해 김광진 민주통합당 의원(청년비례대표),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도 참석했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출신인 박원석 의원은 "시민운동을 하다가 정치권에 들어온 지 1년이 안 됐는데 노동자가 죽고, 자영업자가 죽고, 경쟁에 지친 학생들이 죽는 현장을 찾을 때마다 부끄럽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대선 때 너나없이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했는데, 대선 3개월이 지났지만 경제민주화는 조금도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임영민씨뿐만 아니라 많은 프랜차이즈 편의점에서 똑같이 불공정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불공정 행위를 전면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처음 고 임영민씨의 어머니로부터 아들이 폐점 위약금 때문에 자살한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믿지 않았다"면서 "이후 상황을 보고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에서는 강제근로를 금지하고 있다, 왜 가맹점이 가맹본사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문을 닫아야 하나"라며 "이는 불공정 계약"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 대표 발의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24시간 강제노동 금지 ▲가맹계약서 사전등록 의무화 ▲과도한 위약금 금지 ▲가맹점 사업자 단체의 결성-협의-협약체결권 보장 ▲가맹점주 속이는 허위과장 정보제공의 경우, 형사처벌 및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편의점 문제는 '동네'에서 실천하는 경제민주화로 국회·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면서 개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또한 CU 본사 측에 유족들에 대한 사죄와 보상, 불공정 행위 개선 조치를 요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CU 본사 측은 <오마이뉴스>에 자료를 보내 "가맹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고인과 유가족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먼저 표한다"면서 "가맹점주의 사인은 본사와 전혀 무관하며 현재 유가족 측이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반박했다.
#편의점 #CU #참여연대 #거제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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