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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4대강 목사' 최병성의 사진 수필집 <들꽃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

등록 2013.03.26 14:20수정 2013.03.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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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 전 이곳에 이 책의 저자인 최병성 목사의 책 <복음에 안기다>에 대한 서평 기사(관련기사 : 기독교를 미워하는 당신에게)를 올린 적이 있다. 그후 제법 많은 분들이 그 서평 기사에 대해 이런저런 반응을 보여주셨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한 명이었나 보다. 평범한 서평 글이었음에도 눈여겨 보셨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그런 인연으로  최병성 목사가 이번에 새롭게 낸 책 <들꽃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을 보게 됐다.


이 책은 어떤 큐티 책에 8년 동안 연재한 글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큐티는 'Quiet Time'의 약어 표현으로, '경건의 시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말은 좋은 말씀과 이야기를 매개로 하나님과 교제하는 종교적 명상의 시간을 가리키는 기독교 용어다.

a  최병성 목사의 <들꽃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

최병성 목사의 <들꽃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 ⓒ 새물결플러스

최병성 목사는 사진에 관한 한 매우 특별한 감각을 갖고 있다. 나는 그가 '4대강 목사'로 널리 알려지게 된 주된 바탕에 심각한 사안을 조단조단 살피는 특별한 글솜씨가 자리잡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덧붙이자면, 그런 글에 딱 맞아떨어지는 안성마춤의 사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사진에 관한 한, 그의 선성(先聲)은 이미 알 만한 이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최병성 표' 사진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에 '사진 수필집'(나는 '포토 에세이'이라는 거창한(?) 영어식 이름을 일부러 피했다. 이런 내 '옹졸함'을 용서하기 바란다.)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면 더 이해하기 쉬울지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에 실린 여러 수필의 주제는 '자연'과 '하나님'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계절의 변화에 따른 우리나라 산하의 아름다운 모습을 책의 중요한 날개의 하나로 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일 년 내내 성실하게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길로 우리를 안내"('머리말'에서)한다.


당신은 유신론자인가, 아니면 무신론자인가. 만약 당신이 무신론자라면, 나는 당신이 이른 시간 안에 유신론자가 되기를 바란다. 당신이 믿기로 작정한 그 '신'이 그 누가 되었든 상관 없다. 다만 당신이 혹여 세속의 복을 바라 신을 믿기로 작정했다면, 나는 당신이 계속 무신론자로 남아 있기를 당부한다.

유신론자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기독교를 예로 들면, 모든 공간과 모든 시간 속에 존재하는 하나님을 믿는 것이다. 저자의 말을 따라가 보자.


"만약 하나님을 특별한 장소, 특별한 시간에서만 만나려 한다면 우리의 신앙은 너무나 보잘 것 없어질 것입니다. 모든 곳에 모든 순간에 우리와 함께하신 하나님은 그분의 아름다운 창조물 속에서 우리가 하나님을 찾고 만나기를 기뻐하십니다." (129쪽)

이에 따르면, 하나님은 거대한 첨탑을 자랑하는 대형 교회에만 있지 않다. 그는 내가 기도할 때만 응답하는 깍쟁이도 아니다. 그는 이 세상의 모든 곳에 아무 때나 존재한다. 우리가 믿고자 하는 '신'을 특정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때의 '신'을 우리는 범신론적(汎神論的)인 초월자로 봐도 될까. 나는 이 책의 저자인 최병성 목사가 그런 점을 강하게 환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설령 그의 의도가 그렇지 않더라도 그가 말하는 하나님은 일부 '옹졸한' 목사들이 말하는 욕심쟁이 하나님과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마태복음 7:21] (중략) 오늘 한국 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하나님의 영광을 교회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 가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살아 계신 하나님은 돌로 지은 건물 안에 갇혀 계신 신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교회보다 더 크십니다. 온 우주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당신이 만드신 사람들 안에서, 그리고 이 세상의 다양한 아픔들 속에서 우리를 만나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171쪽)

나는 수 년 전에 동료 교사들과 큐티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재단 이사장의 '특별한'(!) 지시에 따라 기독 학교의 교사로서 갖춰야 할 영성을 키우기 위함이라는 거창한 명분이 따라붙었다. 그런데 1주일에 한 번씩 진행된 그 큐티 시간은 참으로 곤혹스러웠다.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되는 절차도 그랬거니와, 무엇보다 그때 함께 본 큐티 책에 실린 그 '빤한' 내용들이 정말 죽을 맛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빤한'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기독교적인 '큐티' 책이면서도 비기독교도가 읽어도 크게 무리가 없다는 말이다. 이것은 거꾸로, 이 책이 세속적인(?) 의미로 하나님과 예수에 열성적인 기독교도에게는 어떤 죽비 노릇을 할 수도 있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당신이 기독교도든 비기독교도든 상관 없다. 눈맛을 시원하게 해주는 멋진 사진들과, 그 사진들에 걸맞는 담백한 글의 맛을 음미하고 싶다면 말이다. 당신은 어떤 꽃에서 '별'을 보는 세심한 관찰자의 눈이 궁금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손에 쥐어보기 바란다. 그 '별'을 품은 '꽃'을 확인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최병성 지음, <들꽃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 새물결플러스. 값 1만4000원. 249쪽.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들꽃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

최병성 지음,
새물결플러스, 2013


#최병성 #<들꽃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 #사진 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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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민주주의의 불한당들>(살림터, 2017)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살림터, 2016) "좋은 사람이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도가 좋은 사람을 만든다." -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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