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남부에서 만난 메콩강의 위엄
윤지영
지난 3월 19일, 머리 위로 뜨거운 태양을 안고 다시 메콩의 품에 몸을 실었다. 꼭 3년만이다. 물의 어머니, 어머니의 강 메콩은 3년의 시간이 어찌 흘렀는지 무색하게 여전히 그 넓은 품으로 주변의 산과 들, 하늘과 바람에 따뜻한 숨을 불어넣고 있다. 건기라서 강물의 수위가 그리 높진 않지만 시퍼런 위엄은 그대로이다.
메콩의 숨결을 품은 바람과 대지의 온기는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버마, 중국, 태국 6개 나라에 가 닿는다. 이들 나라 국민들에게 메콩은 삶의 원천이다. 아니 삶 그 자체이다. 메콩 지역 주민들은 메콩에서 나는 물고기를 잡아 끼니를 해결하고, 메콩의 흐름에 몸을 맡겨 더위를 식히며, 메콩의 비옥한 강물로 농사도 짓고 가축도 기른다. 아이들에게는 지상 최고의 놀이터이자 삶의 지혜를 배우는 학교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들에게 넓은 품을 내어줄 것만 같던 어머니의 강에도 아픔이 찾아왔다. 성장에 대한 욕구가 인간의 삶을 휩쓸기 시작하면서 6개 국가에 불어 닥친 개발의 바람에 메콩이 마음껏 제 힘을 내지 못하고 몸살을 앓고 있다.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는 법이라 생각했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으려니 했다. 그런데 메콩의 지류인 문강(Mun River)이 흐르는 태국 우본 라차타니(Ubon Rachathani)의 어느 마을에 25년이 넘도록 이어져온,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이야기가 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3월의 중천에 졸음이 밀려올 법도 한데 귀를 쫑긋이 세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메콩강을 따라 흐른다.
만천하에 드러난 거짓... 수문을 열라! 태국 우본에 흐르고 있는 문(Mun)강, 문강은 메콩의 가장 큰 지류이자 태국에서 가장 비옥한 강이다. 아니 그랬다. 메콩을 따라 문강에 흘러들어온 풍부한 수자원과 물고기로 문강 인근 지역은 그 어느 곳보다 살기 좋은 곳이었다. 댐 건설 이전까지만 해도.
그러던 어느 날 태국 정부는 전력 생산을 이유로 문강에 대규모 댐을 짓기로 한다. 댐의 이름은 팍문(Pak Mun)댐. 세계은행이 건설 자금을 지원하고 태국 전력(EGAT: Electricity Generating Authority of Thailand) 이 건설을 맡았다. 이들과 태국 정부는 지역의 발전과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댐을 짓는 것이라 말했지만 주민들은 오히려 댐이 자신들의 삶을 파괴했다고 말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느닷없이 댐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주민들은 댐 건설을 막기 위해 거세게 항의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도리 없이 댐 건설은 강행된다. 1989년 댐 건설이 승인되고 1991년 건설을 시작해 1994년에 완공된다. 댐이 지어지는 동안에도 주민들의 시위와 반대 운동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태국 정부는 마치 귀머거리인 듯 주민들의 외침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주민들은 댐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음을 인정하고 대신 수문을 열어달라는 요구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