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된 나의 애마나를 살려준 나의 애마
김경화
그때 느낌이 이상해서 눈을 떴는데 차 앞이 박살이 났더군요. 사고가 난 지점 앞 식당 안에서는 차 안에 있는 제가 죽은 줄 알고, 너무 놀라 밖으로 나올 수가 없어서 식당문 앞에서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 내가 많이 다쳤나 보다' 하고 뻐근한 몸을 천천히 움직여 보고 둘러보니, 손가락하고 목이 약간 뻐근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다시 보니 손가락에 유리 파편 몇 개가 박혀 있었습니다. 차 안은 피범벅이었고 정신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밖을 다시 둘러보니 콘크리트로 된 큰 표지석이 10m 정도 날아가버렸고, 그 충격으로 차도 멈췄습니다.
그런데 사고 난 그 지점이 시어머니께서 한 달에 한 번 늘 모이시는 식당 앞이었습니다. 제가 운전한 저의 애마는 다시는 운전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서 폐차를 하고 말았습니다. 신랑이 차를 폐차시키기 위해서 공업사를 다녀와서 한마디 하더군요. "힘이 얼마나 세면 핸들이 엿가락 휘듯이 휘었냐"고 하면서 사진을 한 장 찍어 왔더라구요.
시간이 얼마 지나고 생각해보니 제가 몇 번의 똑같은 꿈을 꾸고도 그것을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꿈에서 다 고장 난 세탁기 안에서 깨끗한 옷을 꺼냈던 것처럼, 다 망가진 차 속에 저는 손가락 몇 개만 다치고 다른 곳은 다친 곳 하나 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때 그 차가 소형차였다면 아마 저는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대형차라서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그 차가 너무 고마웠어요. 다시 제가 살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아마도 차 덕인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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