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는 세탁기, 나는 세탁기 안의 빨래?

[나의 애마 때문에 생긴 일]

등록 2013.04.12 13:39수정 2013.04.1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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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이 넷을 키우는 아이들의 엄마입니다. 저는 2005년 3월 초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저와 아이 아빠는 농사를 짓기 때문에 시내와 많이 떨어진 곳에서 생활을 합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기가 먼 곳이라 차로 왕복 1시간 거리입니다. 그때는 어린이집 입학 준비를 하는 중이었어요.


그런데 한 달 전에 꿈을 하나 꾸었어요. 제 시어머니께서 계모임을 하는 곳을 지나가는데 제가 그곳에 왔는지 시어머니께서 물으셨어요. 그리고 세탁소에 옷을 갖다 맡겼는데 제대로 얼룩이 남아서 어느 낡은 집 하나로 들어가서 다 고장 나 보이는 세탁기 안에 옷을 넣어서 빨았어요.

그런데 어찌나 깨끗하고 눈이 부시던지 '어떻게 이런 세탁기에서 빨래가 이렇게 깨끗할까?' 하고 놀라는 꿈을 꾼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뒤로 같은 꿈을 2번 더 꿨는데 그냥 꿈이라 생각했죠.

그날은 아이들 어린이집 입학 접수도 있고 친구 결혼식도 있고 세탁소에도 가야 해서 아이들과 내려갈 참이었어요.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아이들은 놓고 내려갔다 와도 되면 집에서 놀게 혼자 갔다 오라고 하셨어요.

혼자 갔다 오면 저도 편하고 좋으니 혼자서 운전을 하고 가는데 커브길이 빙판이 되어 있는 걸 보지를 못했어요. 차가 돌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오만 생각, 지난 일, 아이들 할 것 없이 모두 뒤죽박죽되었을 때 '아! 죽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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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차된 나의 애마 나를 살려준 나의 애마 ⓒ 김경화


그때 느낌이 이상해서 눈을 떴는데 차 앞이 박살이 났더군요. 사고가 난 지점 앞 식당 안에서는 차 안에 있는 제가 죽은 줄 알고, 너무 놀라 밖으로 나올 수가 없어서 식당문 앞에서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 내가 많이 다쳤나 보다' 하고 뻐근한 몸을 천천히 움직여 보고 둘러보니, 손가락하고 목이 약간 뻐근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다시 보니 손가락에 유리 파편 몇 개가 박혀 있었습니다. 차 안은 피범벅이었고 정신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밖을 다시 둘러보니 콘크리트로 된 큰 표지석이 10m 정도 날아가버렸고, 그 충격으로 차도 멈췄습니다.

그런데 사고 난 그 지점이 시어머니께서 한 달에 한 번 늘 모이시는 식당 앞이었습니다. 제가 운전한 저의 애마는 다시는 운전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서 폐차를 하고 말았습니다. 신랑이 차를 폐차시키기 위해서 공업사를 다녀와서 한마디 하더군요. "힘이 얼마나 세면 핸들이 엿가락 휘듯이 휘었냐"고 하면서 사진을 한 장 찍어 왔더라구요.

시간이 얼마 지나고 생각해보니 제가 몇 번의 똑같은 꿈을 꾸고도 그것을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꿈에서 다 고장 난 세탁기 안에서 깨끗한 옷을 꺼냈던 것처럼, 다 망가진 차 속에 저는 손가락 몇 개만 다치고 다른 곳은 다친 곳 하나 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때 그 차가 소형차였다면 아마 저는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대형차라서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그 차가 너무 고마웠어요. 다시 제가 살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아마도 차 덕인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으니까요.
덧붙이는 글 '나의 애마 때문에 생긴 일' 응모 글
#자동차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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