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그 단초를 제공한 장본인은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초기부터 신뢰에 금이 간 남북관계는 5년 내내 험악한 분위기로 치달았고, 안으로는 '고소영 강부자 내각'에서 출발해 '형님공천', '만사형통', '방통대군' 등으로 지칭된 온갖 권력형 비리들이 끊임없이 발생해 정치와 권력에 대한 불신이 날로 고조된 상황을 만들었다.
단절된 남북관계와 친인척 비리로 얼룩진 권력형 비리를 보면서 박근혜 후보가 들고 나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정치혁신을 통한 신뢰회복'을 주제로 한 공약은 양두구육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당시 많은 유권자들에겐 큰 기대를 안겨 주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이 흐른 지금, 한반도 안보위기는 날로 심해져 가고 있다. 게다가 소통과 신뢰가 무너진 새 정부 인선 시스템은 또 어떤가. 시작부터 '인사참사'란 오명을 낳을 정도다. 마치 막장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해수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출범 2개월이 지나도록 내각 구성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17일 문제가 됐던 인사들의 임명을 강행하는 것으로 무리수를 뒀다. 한마디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셈이다. 오죽했으면 야권에서 '총체적 난맥상'이란 핀잔이 흘러나올 정도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란 구호는 다 어디로 간 걸까. 무색해진 건 그것 뿐이 아니다. 후보시절 그토록 강조하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며 '국내 신뢰정책'은 시작도 해보기 전에 고장난 형국이다.
그 중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공약은 우선적으로 상호간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데서 이행할 수 있다. 그래서 후보시절 박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당국자간 남북대화 재개, 인도적 지원 활성화, 남북한간 및 북한과 국제사회간 기존 약속 확인 및 실천 시작 등을 통해 신뢰 프로세스를 작동할 것"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게 흐르고 있는 이유는 뭘까. 미국이 한반도 상공에 이어 해상에서도 강도 높은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북한 역시 한 치 양보 없이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맞서고 있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박근혜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 북한의 개혁과 개방, 비핵화를 위해서는 주변국들과 함께 대북 불신의 악순환을 끝내고 대화와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아갈 것을 기대했지만 정반대로 가고 있다. 박 대통령 취임 직후 실시된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통해 선보인 미국산 최신 무기들이 북한을 더욱 자극한 모양새다. 핵공격이 가능한 B-52 폭격기와 핵잠수함, B-2 폭격기, F-22 스텔스전투기 등이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오히려 대북 강경정책을 추진했던 이명박 정권 때보다 휠씬 더 한반도 긴장을 증폭시켜 놓은 양상이다.
대화와 교류를 통해 얼어붙은 신뢰를 녹여줄 것으로 믿었던 유권자들은 박근혜 정부의 맨얼굴을 어떻게 평가할까? 이 정도에서 냉각된 신뢰가 더 이상 얼어붙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남과 북의 신뢰 프로세스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취한 대북정책에서 그런 기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개성공단 운영중단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을 뿐 남북대화와 교류 가능성은 전혀 보이질 않고 있다. 박근혜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북한으로부터 신뢰 받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로부터도 신뢰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내부에서조차 대북 정책과 메시지 전달과정에서 혼선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어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통일부가 엇박자를 내는가하면 국무총리마저 정부 또는 청와대 방침과 전혀 다른 말로 혼란을 부추기는 꼴이 볼썽사납다.
북과 대화 정말 원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