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사형제는 폐지돼야 합니다

'사형제 폐지' 찬성 글이 권리침해라고?

등록 2013.04.20 11:18수정 2013.04.2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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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다음뷰>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한 번쯤 '다음클린'에서 메일을 받았을 것입니다. 자신이 쓴 글이 다른 사람들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입니다. 
 
고객님께서 작성하신 게시물에 대해 권리침해신고가 접수되어 아래와 같이 조치되었습니다. 조치내용을 확인하시어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희한한 일은 내 직업이 목사인데 100% 기독교관련 단체로부터 권리침해를 받아 글이 삭제된 글이 많습니다. 한꺼번에 게시글 4개가 삭제 조치 당한 일도 있습니다. ▲'MB 지지 목사, 박근혜 비하 발언 '파문' ▲목사는 사람을 모욕하는 자가 아니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일본 대지진 저주, 닮은 꼴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기독교는 기독교가 아니다 따위입니다. 이 글을 모아 다시 올렸더니 지난 11일 다시 권리침해 신고를 당했습니다. 같은 날 '가카와 빨갱이 잡는 목사 누가 해악일까'라는 글도 함께 신고를 당했습니다.
 
이런 글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를 비판하는 글이므로 기독교 신자들로서는 마음이 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9일 권리침해 당한 글은 아무리 생각해도 왜 해당 글이 권리를 침해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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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폐지를 주장한 글이 정말 자신들 권리를 침해했을까? 정말 궁금하다 ⓒ 김동수




권리침해 신고가 접수된 글은 지난 2011년 9월 24일 쓴 <'사형제 폐지국' 아닌, 사형제폐지국이 돼야>입니다. 신고자는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입니다.
 
이 글은 <오블>에도 올렸습니다. <다음뷰>는 권리침해신고 당한 글이기 때문에 접속이 불가능하지만 <오블>은 접속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폐지국'이 아닌, 사형폐지국이 돼야>(http://blog.ohmynews.com/saenooree/386715)
 
당시 글을 요약하면 구약성경은 다양한 사형에 해당한 형벌이 있지만, 신약성경은 사형제 대한 명확한 구절이 없고, 무엇보다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고, 기도하라 명령하셨기 때문에 사형제 폐지에 찬성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베네딕토 16세 교황까지 구명운동을 펼쳤던 트로이 데이비스가 "나는 죽이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했지만, 2011년 9월 21일 끝내 형장 이슬로 사라진 것과 1975년 4월 8일 '사법살인'인 인혁당 관련자 사형 따위를 예로 들면서 오판과 정치재판을 통해 무고한 사람이 사형당할 수 있으므로 사형제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정말 이런 글이 기독교인들 권리를 침해한 글일까요? 심지어 지금은 극우언론인으로 비판하는 조갑제 전 <월간조선>사장이 쓴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을 인용하면서까지 사형제 폐지를 주장했었습니다.
 
한 인간의 주관적 확신이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재판의 본질은 중세 암흑기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달라진 것은 그 확신에 도달하는 절차를, 현대에서는 형사소송법으로 엄격히 규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소송절차야말로 인간이 오판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그 수많은 누명 썼던 사람들의 한과 피가 스며있는, 지혜의 보따리다.-<조갑제닷컴>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60)/ 나는 오 씨가 누명 쓰고 갔다고 믿는다.
 
사실 조갑제씨 글은 놀랍습니다. 사형폐지론자들이 '바이블'로 삼아도 될 정도로 잘 정리된 글입니다. 조갑제씨는 "가장 완벽한 증거인멸은 사형집행"이라는 말까지 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잘못된 확신으로 실수를 저지르면 책임을 지지만, 법관은 인사고과나 양심상의 책임 이외엔 아무것도 지지 않는다. 어느 피고인에게 사형선고를 잘못 내린 것이 나중에 밝혀질 경우엔 판사의 생명을 대신 바쳐야 한다는 그런 법이 있다면 오판에 의한 사법살인은 없어질지도 모른다.-<조갑제닷컴>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60)/ 나는 오 씨가 누명 쓰고 갔다고 믿는다.'
 
사형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형수가 지은 죄의 처벌을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당연히 지은 죄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사형이 과연 가장 적절한 형벌이고, 사형을 통해 흉악범죄가 줄일 수 있느냐입니다. 사형 찬성론자들은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형벌이라고 주장하면서 사형제가 흉악범죄를 줄인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사형반대론자들은 정반대 주장을 합니다. 접점을 찾기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죄를 짓지 않았는 데도 오판때문에 형장 이슬로 사라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조갑제씨는 이런 위험성을 알고 "가장 완벽한 증거인멸은 사형집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3심제(1심·2심·3심)이므로 오판은 거의 없다고 말하지만 아닙니다. 오판은 의외로 많습니다.
 
1980년대 후반 DNA 검사가 형사재판에 활용되자 오판으로 수감된 피고인들이 잇따라 풀려났다. 미국에서는 2013년 3월 현재까지 303명이 면죄를 받았는데 그중 18명은 사형선고를 받았던 사람이다. 석방될 때까지 이들은 평균 13.6년을 복역했다. 오판이 발생한 원인을 보면, 허위 자백(27%), 부적절한 과학적 증거(50%), 목격자의 오인 지목(72%) 등으로 나타났다.-<한겨레21> 살인했다 아무도 죽지 않았다 [2013.03.18 제952호]
 
18명이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무죄로 석방됐습니다. 다행히 DNA 검사로 오판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로 이런 사례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1980년 농협 직원 두명을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1985년 10월31일 사형당한 최은수(당시 30살)는 마지막까지 "나는 억울하지만 하나님의 뜻에 순종합니다. 나를 오판한 자와 위증한 자의 죄를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고 했습니다. 최은수가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형수는 형장 이슬로 사라질 때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만약 오판이었다면 최은수는 죄 없이 죽었습니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사형제로 단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사형당하면 그것은 존엄한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일입니다. 사형제가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10일 국제앰네스티가 펴낸 '연례사형현황 보고서: 2012 사형선고 및 사형집행' 보고세어 따르면, 전세계에서 2012년 사형집행은 최소 682건입니다. 이란(314건 이상), 이라크(129건 이상), 사우디아라비아(79건 이상), 미국(43건) 순입니다. 중국은 사형집행건을 아예 국가기밀로 합니다. 국제엠네스티는 중국은 한 해 수천건의 사형집행이 이뤄지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셰티 사무총장은 "여전히 사형을 집행하는 국가가 스스로를 정당화시킬 명문이 없다. 사형이 특별히 범죄를 억제할 수 있다고 시사하는 어떤 증거도 없다"면서 사형제가 흉악범 억제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그는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 같다"면서 "2012년 우리는 사형을 포퓰리즘의 한 방법으로, 또는 노골적인 탄압의 도구로 정치적인 목적에 사용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것에 또 다시 큰 우려를 느낀다"고 밝혀 사형제가 정치탄압으로 악용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셰티 사무총장 말을 새겨 들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첫 사형집행은 1949년 7월14일 살인죄로 인정된 수형자에게 이뤄졌고, 1997년 12월 30일 23명을 집행할 때까지 모두 920명이 형장 이슬로 사라졌는데 박정희 정권 414명, 이승만 정권 335명입니다. 독재정권때 사형집행건수가 대부분임을 알 수 있습니다.
 
1959년 간첩죄로 몰려 '정치살해'를 당한 죽산 조봉암 선생이 유언을 "결국 이승만에게 져서 이렇게 된 것인데…"라고 했습니다. 이승만에게 정치살해를 당한 죽산은 지난 2011년 1월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독재자 박정희는 1975년 4월 5일 2차 인혁당 관련자 8명을 대법원 확정판결 18시간만에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집행했습니다. 역사는 이를 '사법살인'이라 규정했습니다. 2007년 1월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들 생명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사형제가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범죄의 성격이나 정황, 가해자의 특성과 유무죄 여부, 국가가 사용하는 사형집행 방법이 무엇이든 예외 없이 모든 사형을 반대한다"면서 "사형은 생명권을 침해하며 궁극적이고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형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1983년 서울구치소 종교위원으로 위촉받은 후 사형수 70여 명이 넘는 집행 현장을 입회했던 문정식 목사는 <아! 죽었구나 아! 살았구나>(쿰란출판사,2006년)에서 "이 세상에 살인이 멈추는 길은 먼저 국가부터 사람을 죽이는 보복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라며 사형제 폐지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에 사형수 23명을 집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폐지국'입니다. 그리고 2012년 12월 현재 사형수는 60명입니다.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형벌인 사형제는 폐지해야 합니다.
#권리침해 #사형제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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